• “기획특강 통해서라도 강의 듣겠다”
    By mywank
        2011년 02월 14일 1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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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년간 ‘한국사회와 노동문제’를 강의한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장이 올해 새 학기에 교체되는 것에 대해 인천대 학생들의 반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총학생회는 부총장 등과의 면담을 시도하는 것을 비롯해 별도의 ‘특강’을 마련해서라도 하 소장이 다시 강의를 맡도록 한다는 방침이며, 14일부터 진행되는 수강신청과 맞물려 학교 홈페이지에는 학생들의 항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하종강 강사 구하기’ 본격화

    인천대는 지난해 교양과목 운영 및 강사 위촉을 총괄하는 부서인 ‘기초교육원’을 신설한 뒤, 올해부터 그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돼왔다고 지적된 ‘학교규정’을 교양과목 강사들에게 일괄적으로 적용했으며, 박사학위가 없다는 이유로 하종강 소장을 교체한 바 있다. 이 학교 규정은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변호사, 회계사, 기술사 등의 자격소지자’만 강사로 위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새 학기부터 하종강 소장을 대신해,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강의를 맡을 예정인 김 아무개 씨의 이력은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씨는 모 대학원에서 ‘인력구조 변화에 따른 고령인력 활용방안’이라는 논문으로 경영학(인사관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주)OO전기에서 이사를 맡고 있어, 자칫 경영자의 시각에서 노동문제가 다뤄질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종강 소장 교체에 반발하며 인천대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생들의 항의 글. 

    지난 2006년 ‘기존 강의에서 가르치지 않지만,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강의’를 개설한다는 취지의 ‘자주강좌’ 개설(현재 ‘한국사회와 노동문제’를 제외하고 모두 폐강됨)을 이끌어냈던 인천대 총학생회는 최근 총학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살리기 운동원’(한사노 운동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현재 뜻을 같이하는 인천대 학생 50여명이 동참한 상태이다.

    총학생회는 ‘한사노’ 운동원들과 함께 학교 홈페이지에 이번 사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항의 글 남기기’를 진행하고 있으며, 총학 홈페이지에 별도의 게시판을 마련해 그동안 ‘한국사회와 노동문제’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의 수기 등을 받을 예정이다. 또 학교 부총장, 교무처장, 기초교육원장 등과의 면담을 14일 요청하고, 수락될 경우 하종강 소장 교체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총학생회 중심으로 ‘항의행동’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학생들의 요구를 끝내 무시하고 다음 달 초부터 기존의 강의 명을 유지한 채 시작될 예정인 ‘한국사회와 노동문제’를 새로운 강사에 맡길 경우, 한 학기 동안 월 1~2차례 진행되는 ‘기획특강’을 통해서라도 하종강 소장이 다시 강의를 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재준 인천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은 14일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지금은 방학 기간이라서 온라인 공간을 통해 학생들의 만나고 있다”며 “아직 하종강 소장의 강의를 듣기 위해 기다리는 학생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하 소장이) 다시 강의를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개학이 가까워지면서 학생들의 반발 여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종강 소장이 다시 강의실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학생들과 함께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14일 인천대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도 하종강 소장 교체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항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강부경 학생은 “노동문제에 대한 구태의연한 이야기는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신문과 방송을 통해 배우고 있다”며 “그런데 그나마 대학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있었던 ‘다른 시각’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학생들의 알권리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학생들 "다른시각 일방적으로 차단"

    그는 또 “나처럼 수강신청에 실패해 (하종강) 교수님을 저서를 통해 접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이번 학기 (강의를) 들으려고 벼르던 분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가르친 하종강 교수님 강의의 ‘종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정은 학생도 “아무리 좋은 내용의 수업이라도 어떤 분이,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강의의 전체적인 흐름이 바뀌게 된다”며 “이 수업은 취업, 스펙에 둘러싸인 이 시대 대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야 될 게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을 알려주는 수업이었다. 이런 수업은 하종강 소장님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인천대 측은 현재까지 하종강 소장 교체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번 사태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하종강 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제가 부탁한 일이 아니거든요. 학생들에게 괜한 부담을 지우는 것 같아 만류했다가 ‘강의를 하고 싶다는 적극적 의지를 갖고 계셔야 우리가 싸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반성했습니다. 제자들이지만 존경스럽습니다”며 인천대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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