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정 노선 맞서 ‘혁신진보정당' 건설을
        2011년 02월 14일 11: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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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지방선거 이후 진보신당은 지금까지도 이른바 ‘진보정당 통합’ 문제로 시끄럽다. 통합이 될지 안 될지, 통합의 범위는 어디까지일지, 논란이 분분하다. 달리 말하면, 당의 미래가 온통 안개 속이다. 그러다 보니 당이 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한다.

    이러다간 당이 공중분해 될 수도

    이 국면을 더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자칫하다가는 진보신당이 이 논란으로 2011년 한 해를 다 허송세월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아무 준비도 못한 채 2012년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새 진보정당 건설도 못하고 진보신당 독자 역량 강화도 못한 채로 당이 공중 분해되어 버릴지 모른다.

    이제 진보신당은 자신의 진보정당운동 재편 방향을 분명히 확정해야 한다. 선택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당을 둘러싼 짙은 안개를 스스로 걷어내야 한다. 그리고 하루빨리 2012년 준비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진보정당 통합’ 흐름, 아니 더 정확히 말해 ‘민주노동당과의 통합’론을 좀 더 넓은 맥락 속에서 살펴보는 일이다. 막상 통합론자들 중 다수는 통합론의 이러한 전반적 배경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들은 “민노당, 진보신당이 통합하면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 구성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낙관만을 유포하면서 통합을 다그친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진지한 좌파 정치가의 자세일 수 없다. 좌파의 미덕은 항상 사태를 보다 커다란 역사-사회적 맥락 속에서 냉철하게 바라본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오랜 덕목을 되살려, 통합론자 다수가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는 바로 그 맥락을 따져봐야만 한다. 그래야만 현재 진보신당이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는 이유를, 이 소용돌이가 이토록 거센 까닭을 에두르지 않고 직시할 수 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적은 통합론 배후의 ‘민주연립정부’ 노선이다

    최근 심상정 고문은 미국 교민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민노당, 진보신당이 통합하고 나면 이 통합 정당이 민주당 등과 함께 대선에 공동 후보를 내서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고문의 이 발언은 통합론이 자리한 전반적인 맥락을 더 없이 솔직히 드러내 보여준다. 적어도 이 점에서 심 고문은 다른 통합론자들보다는 훨씬 더 정직하고 책임감 강한 정치인이라 하겠다.

    그렇다. 심 고문의 말 그대로다. 민노당-진보신당 통합론은 결코 통합론 그 자체만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다. 진보정당 통합론은 그보다 더 큰 맥락의 대안과 함께 해야만 의미를 갖는다. 그 대안이란 곧 21세기판 민주대연합론, 즉 ‘민주연립정부’ 구상이다.

    사실 이 점에서는 민노당도 심 고문만큼이나 투명하다. 민노당의 주류(가령 이정희 대표)든 비주류(가령 정성희 최고위원)든 모두 진보정당 통합이 민주연립정부 구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전 수순임을 둘러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들에 따르면, ‘통합 진보정당’은 대선에서 민주당 세력과 연대해 민주연립정부를 태동시켜야 한다. 즉, 진보대연합은 민주대연합의 전 단계일 뿐이고, 민주대연합이야말로 진보대연합이 노리는 최종 목표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통합해야 한다고 다그치는 진보정당 바깥의 압력을 살펴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러한 압력은 대체로 대중운동(특히 민주노총) 상층부, 시민운동가, ‘진보’ 지식인 혹은 언론으로부터 나온다.

    통합론자들이 애써 밝히지 않는 것들

    그런데 이들에게 민노당-진보신당 통합은, 심 고문이나 민노당 다수의 시각과 마찬가지로, 민주연립정부론과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주제다. 이들 입장에서 양당 통합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이것이 민주연립정부 건설의 필수 전제 조건이라는 데 있다.

    이렇듯 다들 관심사는 민노당-진보신당 통합 자체가 아니다. 민노당-진보신당 통합을 주장하는 이들의 진정한 관심은 2012년 대선에 있다. 대선에서 범민주당 정권을 복원하는 것이 목표고, 그 권력에 참여하여 지분을 확보하는 게 주된 관심사다. 민노당-진보신당 통합은 단지 그 사전 정지 작업으로서 필요할 뿐이다.

    그런데 진보신당 내 통합론자 다수는 바로 이러한 맥락을 애써 밝히려 하지 않는다. “대선은 2년 뒤의 일인데 그 대응 전략을 지금 논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이야기만 반복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상 민주연립정부 구상에 맞장구치고 나서는 또 다른 흐름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은가. 민노당 다수가 이미 민주연립정부 노선을 명확히 하고 있다. 현재 민노당이 진보신당보다 당세가 크다는 것은 명확한 객관적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민노당과 통합하자고 한다. 이것은 민주연립정부 노선이 관철되는 어떤 당 안으로 현재의 진보신당 대오를 용해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민주연립정부론을 실현시키는, 좀 덜 정직한(혹은 좀 더 소심한) 접근법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결국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대적을 명확히 하는 일이다. 그 대적은 우리 시대의 민주대연합론, 곧 민주연립정부 노선이다. 진보신당 내 일각의 ‘민주노동당과의 묻지마 통합’론은 이러한 민주연립정부 노선의 한 지류다.

    그래서 ‘묻지마 통합’ 흐름과의 투쟁은 단지 진보신당 안의 집안 싸움만도 아니고 종북주의-패권주의 정파와의 투쟁만도 아니다. 그것은 민주연립정부 노선과의 투쟁, 다시 말해 2010년대에 다시 한 번 좌파가 자유주의의 헤게모니에 맞서 싸우는 일의 일부다.

    민주연립정부는 무덤일 뿐이고 우리는 여기에 함께 묻힐 이유가 없다

    이 대목에서 이런 볼멘 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민주연립정부론이 뭐가 문제인가? 과거의 민주대연합 노선과 지금의 민주연립정부 노선은 다르다. 그때는 진보정당이 없었지만, 지금은 있다. 민주연립정부는 지금 상황에서 진보정당이 충분히 취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이다. 민주연립정부론에 대한 비난이야말로 오히려 과거의 PD 운동권 논리를 반복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진보정당 안에서조차 이런 주장과 다시금 대결해야 한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다. 일단 이 현실을 인정하고 우리가 민주연립정부 구상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보자.

    그 첫째 이유는 범민주당 세력이 결코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민주당, 국민참여당은 ‘좌클릭’하지 않았다. 물론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이 과거보다 진보적인 주장을 하기는 한다. 하지만 민주당 대다수 그리고 국민참여당은 여전히 진보적인 수사에 능할 뿐 자신들의 본성, 즉 현재 한국 사회의 계급 세력관계를 유지한다는 그 고유의 임무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본 적이 없다.

    민주당이 ‘복지’를 들고 나서긴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복지’는 아무리 ‘보편’ 혹은 ‘무상’의 꼬리표를 달아도 사실은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 이들의 ‘복지’는 부자 증세를 동반하지 않는다. 이것은 기득권 세력의 경제적 이해를 침해하지 않는 한에서만 존립하는 복지다.

    또한 민주당, 국민참여당은 한미 FTA에 대해서도 입장을 바꾼 바 없다. 비록 국회에서 한미 FTA 통과에 맞서 격렬히 싸우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한나라당 정부가 추진한 재협상 결과에 반대한다는 것이지 한미 FTA 자체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기에 신앙하게 된 신자유주의 교리에 대한 미련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과 선거용 ‘진보’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최근 말끝마다 ‘진보’를 되뇌는 것은 다 2012년 총선, 대선 때문이다. 철저히 선거 전략 차원에서 진보정당의 존립 기반을 침식해 득표 기반을 넓히려는 것일 뿐이다. 즉, 민주당의 ‘좌클릭’ 제스처는 범민주당 정권 수립을 궁극 목표로 하는 2년간의 장정의 한 수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민주연립정부론에 휩쓸려서는 안 될 두 번째 이유와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외양상 ‘좌클릭’이라는 범민주당 세력의 초반 집권 전략이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거국 정부 구성’이라는 정반대 방향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거국 정부’의 파트너는 누구인가. 결국은 한나라당 대권 경쟁에서 패배하고 탈락할 세력이다.

    이것은 아주 냉엄한 현실의 요청이자 철의 선거 논리다. 대중들 사이에서 밑으로부터 현 체제에 대한 각성이 일지 않는 한, 2012년 대선 승리의 공식은 1997년이나 2002년과 크게 달라질 수 없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은 김종필 변수, 이인제 변수 없이 승자의 지위에 올라설 수 없었다. 2002년 대선에서도 노무현은 정몽준과의 단일화 이벤트를 거치고 나서야 이회창을 제압할 수 있었다. 두 번 모두 보수 본류 일부와 연합해야만 권력에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이다.

    2012년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 없다. 비록 민주당이 총선 과정에서는 그 왼쪽과의 연합에 강조점을 찍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그보다는 그 오른쪽과의 연합이 절실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그것이 박근혜일지 아니면 구 친이명박 세력의 일부일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민주당은 이러한 한나라당 이탈 세력과의 연합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이때에는 반드시 정책 재조정이 뒤따를 것이다. ‘좌클릭’이 철저히 선거 전략이었던 한, 선거 전략 차원에서 다시 ‘우클릭’하는 것은 일도 아니다.

    바보들의 죽음 그리고 웃음거리

    진보정당운동 내 민주연립정부론자들은 이 ‘진실의 순간’에 어떤 상황에 처하겠는가. 민주당의 지지 확대 전략에 이용만 당하고 볼썽사납게 내쳐지는 신세가 되든가, 아니면 저들을 따라 ‘거국 정부’에 합류해야만 하는 처지가 될 것이다. 바보들의 죽음은 결코 비극의 소재가 되지 못한다. 이것은 천박한 소극(笑劇)일 따름이다.

    결국 민주당과의 연합은 필연적으로 보수 본류와의 연합 가능성까지 열어놓을 수밖에 없는 정치적 선택이다. 진보정당운동 내부의 민주대연합론자들은 지금 이 선택을 향해 질주하고 있고, 진보신당 내 ‘묻지마 통합’론자들은 진보신당마저 이 질주에 내몰려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연립정부론에 반대하고 이와 투쟁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이유, 가장 원론적인 이유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진보정치의 독자성이라는 대원칙이다.

    물론 진보정당운동 내 민주연립정부론자들도 자신들이 이 대원칙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단지 이 원칙과 현실을 서로 만나게 하려 한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진보정당을 보수정치의 한 분파로 전락시켜버리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작금의 이러한 민주연립정부 노선에 맞서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다시 분명히 해야 한다. 진보정치의 독자성이라는 대원칙은 현실에 구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우회하거나 보류, 왜곡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 이러한 입장을 바탕으로 진보정당운동을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

    진보정당 독자후보 전술의 철학

    이러한 지향은 대선에서 진보정당 독자 후보 전술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는 당연히 진보 민중 권력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진보정치의 핵심 지지 기반을 결집하는 것을 제1 과제로 한다. 민주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사퇴를 전제로 출마하는 후보 전술과는 철학부터가 다르다.

    물론 선거운동 과정에서 특정 세력과 후보 단일화 협상을 하게 될 가능성을 열어둘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민주연립정부론과의 차이는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민주연립정부론은 범민주당 세력과 함께 여당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진보정당을 범민주당과 함께 부침(浮沈)하는 공동 운명체로 만들겠다는 것이며, 민주당과 함께 파놓은 무덤 구멍에 진보운동의 한 세대를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미안한 말씀이지만, 우리는 여기에 함께 묻힐 이유가 전혀 없다.

    반면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중심에 두면서 후보 단일화 협상에 임한다는 것은 진보정당이 계속 야당으로서 성장해간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설령 단일화 상대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진보 야당으로 남는 쪽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거 노무현 정권의 실패가 진보정당이 아닌 한나라당의 약진으로 이어졌던 것과는 달리,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 상황에서 진보 야당이 대안으로 떠오를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민주연립정부론이든 진보 독자 후보운동이든 진보정당이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들일뿐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둘 사이에는 진보정당운동의 운명을 가르는 정치적 균열선이 가로지르고 있다.

    지금은 눈에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이 균열선을 미리 드러내고 이 균열선 이 쪽과 저 쪽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진정한 정치적 결단임을 분명히 하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대선 때까지 우리는 혁신진보정당 건설의 한 길로 가야 한다

    이참에 우리는 작년 진보신당 임시당대회에서 결정한 것이 단순한 ‘진보정당 통합’이 아니라 ‘새 진보정당 건설’임을 새삼 주목해야 한다. ‘새 진보정당’이란 ‘<혁신>진보정당’이다. 구진보파가 아닌 ‘혁신된’ 진보 세력의 정당이고, 기존 진보정당과는 달리 ‘혁신된’ 정당이다. 혁신진보정당은 최소한 다음의 3대 원칙을 구현해야 한다.

    첫째, 진보정치의 독자성이라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대해서는 이미 위에서 충분히 이야기했다. 혁신진보정당은 민주연립정부론에 맞서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견지해야 한다. 대선 시기에 독자 후보운동을 펼쳐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 이후의 새로운 조건 속에서 진보정치 약진의 발판 역할을 해야 한다.

    둘째, 진보 대중운동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한다는 원칙이다. 과거 민주화운동, 1세대 민주노조운동의 유산에만 의존해온 기존 진보정당운동과 달리 혁신진보정당은 대중운동 자체의 재구성을 자신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비정규직-정규직 연대, 여성주의, 생태주의, 평화주의, 국제주의를 중심으로 새 세대 진보운동을 일궈나가야 한다.

    셋째, 한반도의 전국적 변혁을 새롭게 추진한다는 원칙이다. 과거에 NL 세력은 이른바 ‘한반도의 전국적 변혁’을 제창했다. NL의 ‘전국적 변혁’은 북한식 체제를 한반도 전체로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반면 혁신진보정당은 이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전국적 변혁’을 주창해야 한다.

    우리는 “남과 북의 국가기구를 지양한다”는 진보신당 강령에서 새로운 ‘전국적 변혁’의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혁신진보정당은 남의 자본 독재와 북의 세습 독재를 모두 지양하는 한반도 전체의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

    혁신진보정당 건설의 바람직한 경로

    혁신진보정당 건설의 가장 바람직한 경로는 현재 결성돼 있는 ‘새 진보정당 건설 연석회의’에서 위의 ‘혁신진보정당’ 3대 원칙에 대해 각 조직의 입장을 서로 확인하고 이에 동의하는 세력들이 결집하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 포괄 범위가 어디까지일지 알 수 없다.

    진보신당, 사회당, 진보교연 등은 확실히 그 안에 들 테지만, 민주노동당 안에서 어떤 호응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한편, 당장은 연석회의에 참여해 있지 않더라도 초록 정치를 추구하는 흐름 역시 창당의 한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늦어도 2011년 상반기에는 혁신진보정당 창당 흐름이 눈에 드러나 보여야 한다. 실질적인 창당 절차는 뒤에 시작한다 할지라도 혁신진보정당으로 2012년 총선에 임하려는 흐름이 존재한다는 정도는 상반기 중에 천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진보신당의 각 구성원들도 그에 맞춰 2012년을 차근차근 준비해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안 좋은 경우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한다. 가령 진보신당 전체가 혁신진보정당 건설 흐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그 일부가 이탈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곧바로 낙담할 일은 못 된다. 비록 혁신진보정당이 규모 있게 출범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어차피 대선 때까지 진보정당운동 재편 과정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민노당 다수를 중심으로 한 흐름이 민주연립정부 노선을 걷는 한, 기존 진보정당운동 지형은 대선을 앞두고 파열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정당운동의 대의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평당원, 조합원 수준에서 밑으로부터 조직 재편 과정이 시작될 것이다. 기존 조직에서 이탈하고 새로운 구심을 찾는 움직임이 일 것이다. 혁신진보정당은 이 과정에서 독자 대선 후보운동을 통해 새로운 구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가 왔다

    혁신진보정당이 상당한 세를 갖추고 출발하는 가장 바람직한 경우든, 아니면 그렇지 못한 경우든 결국 2012년 대선이 혁신진보정당 건설의 완성 시점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2011년으로부터 2012년 대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좀 더 안정된 양상을 취할 것이냐, 아니면 몇 차례 ‘헤쳐 모여’가 반복되는 혼란한 모습을 보일 것이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지금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앞으로 매 순간의 선택이 혁신진보정당의 건설로 이어질 수도 있고 진보신당의 와해, 진보정당운동 전체의 사실상 해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국면이 적어도 2012년 대선 때까지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니, 한 시도 넋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어떠한 깃발도, 등불도 없이 안개 속을 헤매는 상황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혁신진보정당 건설의 선명한 목표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범민주당 세력에 진보정당운동을 종속시키려는 일체의 퇴행적 압력들에 맞서야 한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갖춰야 할 것이고, 해야 할 일이다.

    * 이 글은 온라인 매체인 <좌파저널> 창간준비 2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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