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 치유를 위한 인문학
        2011년 02월 12일 12:5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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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는 지금 아프다. 만약 우리의 배가 아프면 소화과를 가면 된다. 눈이 아프면 안과를, 이가 아프면 치과를 가면 된다. 그럼 이 병든 도시는 어디로 가야 하나? 여기 괜찮은 병원이 하나 있다. 『도시클리닉』(테오도르 폴 김, 시대의 창, 19,800원)이 그곳이다.

    병든 도시를 치유할 방법으로 이 책은 ‘인간 중심’으로 돌아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 인간이 살아가고 있는 것에 존재이유가 있는 도시라지만 최근의 도시는 인권과 생존권이 박탈되고 자연과 문화가 파괴되어 병들고 죽어가고 있다.

    이 책은 ‘인간 중심의 도시’로 치료하는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도시이론을 도시개발에 직접 적용하여 정치, 사회, 문화, 건설, 경제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올바른 도시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방향과 개념을 제시한다.

    특히 인간, 시민이 없는 한국의 도시, 시장 논리만이 지배하는 도시는 미래지향적 발전이 아니라 재력과 권력의 장기집권을 위해 작용하고 있으며 그 속에서 치열한 경쟁사회와 차별사회가 조장되고 있다. 용산참사로 대표되는 한국의 도시의 단상을 바라보면 이 책이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잘못된 개발로 병들고 부정적인 도시를 긍정적이고 건강한 도시로 치유하기 위한 대안으로 대체도시화 정책을 제시한다. 이 정책의 핵심은 비대해진 도심보다 상대적으로 빈곤한 외곽지역을 활성화하여 지역사회의 교류를 촉진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차별 없는 삶의 질과 활력을 공급하는 데 있다.

    더불어 시민의 사회적 권리와 가치인 사회공동체 활동을 기반으로 병든 도시를 치유하고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대체도시화’를 주장하는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그 방법론으로 5단계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도시에 자연과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 단계는 정상적인 민주주의 체제가 정착하도록 시민들은 행정기관의 임무가 무책임한 권력 남용이 아닌 시민의 자유와 평등, 권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재인식해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로 차별과 불평등 사회를 만드는 정치체제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세 번째 단계인 도시와 사회의 혁신정책은 미래를 예측하고 검증한 시나리오로써 가능해진다고 주장하며 네 번째 단계로는 도시개발정책의 목표가 토건기술의 경제적 이익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향한 영속적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도시의 경제력과 성장의 원동력인 출산지원정책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를 위해 경제 활동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국공립 보육 시설 확충, 보육비 지원 확대 등 현실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에서 도시개발이란 기존 지역을 통째로 헐고 새로 짓는 재개발이나 자연을 황무지로 만드는 신도시 건설을 일컫지 않는다. 시민의 일상생활에 활력을 제공하는 도시 원동력, 곧 도시에 자연과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간적인 도시를 만드는 데 진정한 개발의 의미가 있다.

    혁신도시, 미래까지 지속 가능한 영속성 도시, 문화를 창조하는 도시는 과거의 낡은 흔적을 깔아뭉개지 않고, 작은 역사의 발자취도 소중히 보전하려는 정책을 펴나갈 때 가능하다. 도시개발의 최종 목적은 건설 이익이나 경제활성화가 아니라 문화적, 인간적, 사회적 유산을 창조하는 데 있다.

    도시정책이 정치공약, 정경유착, 부동산활성화 등으로 추진된다면 도시의 정체성은 회복하기 힘들다. 그 지역만의 유일한 문화, 자연환경과의 조화, 도시와 지방 간의 차별 없는 평등한 삶 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 영속성 있는 도시로 나아갈 수 있다.

    도시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도시정책은 인간 삶의 환경을 점검하고 되돌아보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더불어 사는 사회구조와 체제를 만드는 그 중심에 자리한 인간의 가치를 얼마나 인식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질이 달라짐을 이 책은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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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테오도르 폴 김

    건축국립그랑제꼴 ENSAB와 오뜨브르타뉴Haute Bretagne대학을 나온 프랑스 정부건축사 및 도시계획가, 사회도시학자로 건축도시연구소AAU(프랑스) 소장, 아이엘투자회사AIL(영국) 투자위원, 도시 및 도시환경연구소CRUV(프랑스) 연구원, 프로젝트금융회사IMR(한국) 공동경영자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 및 연구발표로는 《코다모르 주 항만산업시설의 관광개발에 따른 충격요소 분석 및 방향제시》(CCI, 프랑스, 1989) 《유럽해양도시 디나시의 도시 핵과 축의 창조》(ENSAB, 프랑스, 1991) <강원도 폐광지역의 관광도시화를 위한 분석 및 제시>(강원도, 한국, 1995) <탈라소폴리스 해양도시의 건설, 바다에 살다>(문화관광부, 프랑스, 1999) 등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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