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의 사회적 기업가 14인
    By 나난
        2011년 02월 12일 12: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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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기업가’는 ‘사회적’일 수 있을까? 최근 국내외를 막론하고 각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입에 달고 있지만, 정작 노동자를 해고하고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며 아파트를 세우기 위해 빈민가에 포크레인으로 밀고 들어오는 것 또한 기업가다.

    신간 『사회적 영웅의 탄생』(박명준, 이매진, 13,000원)은 “사회적 기업가는 누구”이며 “무엇이 기준”인지, “어떻게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 제시되는 ‘사회적 기업가’들은 모두 독일인이며 한국인은 없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체험과 성찰을 씨줄과 날줄로 삼은 진솔한 이야기들을 통해 사회적 기업의 의미와 과제를 되돌아보고, 사회적 기업을 수용하고 확산하는 한국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총 14인의 기업인들의 경험에 견줘, 저자는 한국의 사회적 기업은 지나치게 국가 주도적인데다 고용이나 경제 중심의 편향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적 기업가를 기업가적 방식을 사용해 여러 사회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독일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가 14인을 제시한다.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영웅이 탄생하는 독일식 경로를 돌아보고 사회적 영웅의 탄생을 예비하기 위해 한국식 경로를 탐색하려는 시도가 바로 이 책의 주제라 할 수 있다.

    14인의 사회적 기업가는 각자 자기 삶에서 목격한 모순과 차별 속에서 길어 올린 주제를 화두로 삼아 사회적 영웅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각자 화두로 삼은 주제는 청소년 문제와 청년 고용, 교육, 의료와 보건 분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은 연극을 통해 청년 실업자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고 진로 탐색을 돕는 ‘프로젝트 공장’, 청년 실업자에게 새로운 직업 교육 방법을 실행하고 창업을 돕는 ‘이쿠 컨설트’, 비행 청소년에게 권투를 통해 노동을 배우게 하고 사회 통합을 이끄는 ‘일과 권투’와 ‘한트-인’이 청소년 문제를 통해 청년 고용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과학을 교육하는 ‘사이언스랩’, 사회적 취약 계층의 부모들에게 자녀 교육의 노하우를 교육하는 ‘부모 회사’, 이민 후속 세대의 학습 부진을 선후배 청소년들의 도우미 사슬로 해결하는 ‘IBFS’, 대학 교육을 받으려는 청소년들의 저변을 넓히고 대학생들이 대학에서 자기 길을 잘 찾도록 돕는 ‘노동자 자녀’를 통해 교육에 기여하고 있다.

    아울러 매 맞는 아내들의 문제를 의사들의 정보 네트워킹으로 치유하고 예방하는 ‘게지네’, 학교 캠페인 등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을 향한 사회적 터부를 교정하려는 ‘IM’, 등 보건 분야와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돕는 ‘국회의원 관찰’, 첫 출산의 어려움에 직면한 이웃을 이웃이 나서서 자발적으로 돕는 ‘웰컴’ 등 사회적 기업의 다양성을 제시한다.

    14인의 사회적 기업가들의 공통점을 한마디로 정리하기도 어렵다. 다만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사회적 모순과 차별을 발견한 어떤 ‘평범한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성찰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비범한 사회적 기업가와 혁신적 대안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는 있다. ‘사회적 영웅의 탄생’은 개인적이면서도 지극히 ‘사회적인 과정’인 것이다.

    물론 독일의 지난날과 한국의 오늘은 다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평범함 속의 비범함’을 갖춘 우리 이웃 속에서 ‘사회적 영웅’이 출현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차이가 없다. 일상의 살아가는 사람이 자신의 삶 속에서 드러나는 모순과 차별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때, 그 사람은 일상의 문제의식에서 혁신의 동력을 찾는 사회적 기업가가 될 수 있다.

                                                        * * *

    저자소개 – 박명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쾰른대학교애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노사관계, 노동시장 제도, 사회 정책, 거버넌스, 시민사회 등에 주로 관심이 있다. 비교론적 관점에서 한국과 동아시아를 분석하는 학술 연구와, 독일을 포함하는 유럽의 시스템과 실천에서 한국이 얻을 교훈을 찾는 정책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현재 베를린 자유대학교 한국학과 전임연구원이며, 희망제작소 객원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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