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사회운동가 도로시 데이 이야기
By 나난
    2011년 02월 12일 12: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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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1897년 미국에서 태어나 세계 대공황, 세계대전, 냉전으로 대표되는 혼란의 20세기를 살아오면서 죽는 그날까지 ‘가톨릭 일꾼 운동’을 통해 비폭력 평화주의와 가난한 자들을 위한 나눔을 실천한 가톨릭 사회운동가 ‘도로시 데이’가 다시 우리 곁에 온다.

신간 『환대하는 삶』(로버트 콜스, 낮은 산, 13,000원)은 물질에 갇혀 영성이 사라진 20세기, 영성으로 살아온 도로시 데이의 삶을 통해 이 시대에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저자는 젊은 시절 도로시 데이와 관계를 맺은 이후 30여년의 오랜 대화를 해 온 뒤 이 책을 내놨다.

젊은 시절 도로시 데이는 사회주의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 공산주의자들과 어울려 지내며 누구보다도 자유주의적이고 급진적이었다. 하지만 가톨릭으로 회심한 뒤에는 단돈 57달러로 급진주의 신문 <가톨릭 일꾼>을 펴냈고 나눔을 실천하는 ‘환대의 집’을 열어 세상의 평화를 일궈내기 위해 일평생 애썼다.

도로시 데이는 저자에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평화가 아닌 칼’을 주러 오셨다”고 말하며 “당신 자신이 한편이 되어 싸웠던 사람들을 위해, 당신이 함께 하시고자 했던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싸우기를 바라셨으며 그분은 거절당한 사람들, 조롱당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았다”며 자신의 신학적 철학을 소개한다.

이처럼 도로시 데이는 말없는 자들의 말이 되고, 평화를 빼앗긴 자들의 칼이 되고, 가난한 자들의 이웃이 되어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특히 그가 활동해왔던 대공황기가 8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 사회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그의 실천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때의 미국도, 지금의 한국도 수많은 사람이 먹을거리와 일할 기회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찾고 있으며, 심각해진 양극화 속에서 마음속 구석구석까지 피폐해져 주위를 돌아보지 못하고 자신마저도 챙기기 버거운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와 교회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젊은 여성 도로시 데이는 깊은 절망에 빠졌다.

도로시 데이가 이 책에서 “무관심도, 태만도 마찬가지도 죄악이다”고 말한 것과 같이 그는 지식인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몸으로 부딪히며 일해 나갔다. ‘환대의 집’을 열어 가난한 자들에게 먹을거리와 잠잘 곳, 입을 옷을 대접하고, 일자리를 마련하면서 자신과 함께할 사람들을 계속 찾아 나선 것이다.

하지만 도로시 데이를 이야기할 때 겉으로 드러난 평화와 애덕의 실천만을 강조한다면 도로시 데이의 반쪽만을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1973년 노트르담 대학교는 도로시 데이에게 레테르 훈장을 수여하며 “일생 동안 괴로운 사람은 편안하게 해 주고 편안한 사람은 괴롭게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물론 그 ‘편안한 사람’은 세상의 힘 있는 자들과 부유한 자들이겠지만, 도로시 데이는 그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엄격했다고 저자는 회고한다. 저자는 도로시 데이가 “혹시 자신이 안락하고 나태한 생활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되물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그의 삶이기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가진 사람이든 비신자이든, 사회운동가이든, 하루하루 사는 데 쫓겨 바쁜 사람이든 “지금 이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묵직한 고민거리를 안겨 주는 동시에 큰 위로와 힘이 되어 준다.

                                                 * * *

저자 – 로버트 콜스

청소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정신의학자. 50여 권이 넘는 책을 집필한 문필가이기도 하다. 하버드 의대 정신의학과 및 사회윤리학과 교수이며 다년간 청소년 문제 상담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5권으로 구성된 『위기의 아이들』(Children of Crisis)로 퓰리처상을 수상하였고, 『아동의 영적 생활』(The Spiritual Life of Children), 『아동의 도덕적 생활』(The Moral Life of Children)등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역자 – 박현주

1964년 태어나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다녔다. 1980년대 중반부터 노동운동을 했고, 2000년 이후 의문사 진상 규명 활동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인권을 주제로 글을 쓰고 옮기는 일을 한다. 지은 책으로는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다》, 《여성, 평화와 인권을 외치다》, 《행동하는 양심》이 있고, 옮긴 책으로 《여기서 전쟁을 끝내라》, 《열대우림의 깊은 꿈》, 《황금가문비나무》, 《그리즐리를 찾아라》, 《자연 관찰 일기》, 《나는 내가 아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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