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항→위로부터 개혁→테러조직 약화
    친미국가들 vs 미국, 갈등 증폭 가능성
        2011년 02월 11일 10: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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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번째로, 중동 지역 국가들의 민주화가 이들 국가들의 외교정책과 미국의 패권에 미칠 영향이다. 이집트 무슬림 형제단 부의장인 알-바유미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1979년에 체결한 평화협정을 존중할지 여부에 대해 "그 협정은 국민의 동의 없이 체결된 것"이기에 "국민의 의견을 다시 물어보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위로부터의 개혁과 미국 헤게모니 쇠퇴

    설사 향후 선거 논쟁과 향후 구성될 이집트 정부에서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까지 논의가 미치진 않는다쳐도, 이집트 정치 체제가 일정한 민주화와 개혁을 겪는다면, 당장 이집트인들 상당수가 반대하는 무바라크 정부와 이스라엘 정부 공동의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봉쇄 문제가 정치적 촛점으로 부상하는 것은 막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은 점진적인 ‘위로부터의 개혁’을 추구할지도 모를 다른 중동지역 국가들 역시 피하지 못할 것이다. 아랍 국가들 자체의 정치구조가 점점 대중의 압력에 반응하는 방향으로 변화되면- 물론 그 양상은 매우 다양하고 더딜 수도 있는데-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패권주의적인 정책을 강제하기가 그만큼 더 어렵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이란 봉쇄 정책과 테러와의 전쟁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과 관련해 보자면, 이집트를 기점으로 등장한 중동 지역의 새로운 민주화 운동은 애초에 이러한 운동의 결여 탓에 정치적 공백을 채울 수 있었던 각종 이슬람 근본주의적 테러 조직의 약화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아랍 각국 정부들이 이집트 혁명에 놀라 정권 안정을 중시하면서 알 카에다 같은 극단주의 조직보다는 대중의 불만에 더 집중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펼치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 이전처럼 대중의 반발을 일방적으로 거슬러 지속적인 협력을 제공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실제 미국의 대테러 관리들은 예멘의 보안당국이 예멘의 알 카에다보다는 예멘 수도 사나에서 계속되고 있는 시위에 대비하여 정부시설 보호에 더 관심을 집중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 대중의 압력이 해당 지역 정부에 일정 정도 반영되는 것을 더는 피할 수 없다면, 미국은 점차 일관된 협력을 제공하지 않는 동맹국들과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해야할 처지에 내몰린다.

    중동 민중의 둘도 없는 기회

    이것은 자칫 탈레반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파키스탄과 함께 탈레반을 공격해야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더 늘어나는 악몽같은 상황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반테러 전쟁’을 수행해야 할텐데, 이것은 ‘테러와의 전쟁’을 더욱 더 주변화시키고, 부시 시절에 겪었던 미국의 고립을 더욱 강화시키만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동 지역 민중들에게는 지역에 진정한 평화와 진정한 대의정부를 가질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일 수 있다.

    왜냐하면 냉전 시기에는 반공산주의, 1979년 이란 혁명 이후에는 반이슬람혁명, 9.11 테러 이후에는 반테러활동이라는 미명 하에 미국과 아랍 국가들이 누려왔던 중동 지역 대중에 대한 정치적 통제력이 일정한 이완을 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동 지역에서 더 수준 높고 폭 넓은 대중 민주주의와 운동이 탄생할 비옥한 토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이런 점에서 이집트 혁명은 좋은 의미에서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전히 이집트 카이로의 해방 광장에 남아 점거를 지속하고 있는 이집트 시위대들.

    미국과 중동 친미국가들의 갈등

    다섯번째, 이집트 혁명이 가져온 의도치 않은 결과 가운데 하나는 바로 중동 지역 친미 국가들과 미국간의 갈등 노출이다.

    사실, 이번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집트 혁명에 대해 보인 ‘갈지자’ 행보는 이스라엘 안보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인 이집트에 대한 염려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이 무바라크를 압박하는 모양새가 가져올 지역 권위주의 체제 당국자들에 대한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와 이집트 무바라크 간에 퇴진과 정치 개혁을 둘러싼 힘겨루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시피, 무바라크는 미국의 ‘개혁’ 압력에 불편한 감정과 배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인접국인 이스라엘뿐 아니라 다른 중동 지역 친미 국가들도 공유하고 있는 점인데, 미국의 무바라크의 퇴진 압력은 다른 아랍국가들의 민중들에게 의도치 않은 신호-정부에 대한 저항-를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나 다른 아랍 국가들은 무바라크를 ‘쉽게 버리지 말라고’ 미국 정부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해왔다.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의 개혁적인 외양 때문에 앞으로도 혹시 발생할지 모를 중동 지역 아랍 국가들의 민주화 요구를 외면할 수도 없는 모순적인 처지다.

    반면에 다른 중동 아랍국 당국자들은 미국이 무바라크에게 그랬던 것처럼 언제든지 자신들도 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과 경계감을 갖게 되었다.

    이 점은 이후 팔레스타인 문제나 이란 문제, 아랍 구각 내부의 개혁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정부와 아랍 국가들 사이에 미묘한 긴장과 갈등을 낳으면서 전체적으로는 미국의 중동 질서 패권에 적지 않은 곤란과 더 나아가 약화를 낳을 요인이 될 여지가 있다.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무바라크가 힘겨루기를 하는 과정에서나 오마바의 모호한 태도에 대한 시위대의 불신에서 보는 것처럼 체면을 상당히 많이 구긴 상황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또다른 측면에서 중동 지역에 대한 미국의 헤게모니가 이전만큼 먹히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도 있다. 

    미국 내부 분열의 가속화

    여섯번째, 향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필두로 한 미국 정치의 분열 가속화다. 이미 이집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놓고 미국 정치 엘리트들 사이에서는 심심치 않은 불일치와 동요, 분열이 엿보였다.

    미국 정부가 이집트 특사로 보낸 와이즈너가 무바라크 유임 지지 의사를 표시하자 백악관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놀라며 그러한 주장은 단순히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고 서둘러 진화했다가 결국 무바라크하의 ‘질서있는 이행’을 지지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은 당파에 따라서도 그렇지만 심지어는 무바라크를 너무 몰아붙인다고 오바마 대통령을 비판하는 공화당 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 6일 열린 독일 뮌헨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존 매케인 공화당 미국 상원의원은 다소 엉뚱하지만, "(이집트 시위가 벌어진) 지난 2주는 잠을 깨우는 소리였다."며 "민주주의는 아랍권의 안정으로 이어지며 이는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외 정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같은 미국 정부의 혼란이 미국 정치 자체의 분열상 탓에 이번 이집트 사태 한 번에만 국한되지 않을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은 점차적으로 미국의 헤게모니를 침식하는 결과를 낳을 것인데, 최근에 레이건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에 대한 추모열기가 미국 정치권에서 이는 것도 이런 상황의 반영일지 모른다.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일곱번째, 미국을 제외한 다른 경쟁 패권 세력들이 이번 이집트 혁명에 대해 보이는 태도가 가지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들 수 있다. 중국의 <환구시보>는 한 사설에서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색깔혁명’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의 <노보스티> 뉴스는 이번 이집트 시위의 배후에는 미국 등 외국 세력이 있다는 한 러시아 중동 전문가의 말을 보도했다.

    러시아 외무장관인 라브로프 역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즉각적인 개혁 요구를 한 다음 날, "이집트는 중동 지역에서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핵심 국가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집트에서 벌어지는 사태에 무관심할 수 없다…..우리는 외부에서 이집트 사태에 대한 처방을 내놓거나 최후통첩을 던지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 정부는 유엔 반기문 사무총장이 베를린을 방문하면서 이집트에서의 즉각적인 "이행"과 "억압이 아니라 대담한 개혁"을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유엔 주재 중국 대사인 리 바오동은 이집트 위기는 "이집트인들이 스스로 풀어야하는 내부 문제"라고 말했고, 러시아 대사인 비탈리 츄르킨 역시 "이 문제는 너무나 예민한 (이집트) 내부 문제라서 주권을 가진 해당 국가에 맡겨야할 문제다. 유엔은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것들엔 정치 지도자의 눈 앞에서 삿대질하는 것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 대통령 메드베데프는 무바라크에게 전화까지 걸어 "(이집트) 정치 위기가 법 테두리내에서 평화적이면서 신속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모든 입장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지정학적으로나 에너지 확보 측면에서 이집트와 협력 관계를 가지려하기 때문인데, 중동 지역에서 민주화 시위를 벌이거나 시작하려는 대중들의 눈에 ‘중동의 새로운 친구’를 자처하는 이들의 입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에 자신과 매우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는 아프리카 수단에서도 비슷한 곤경에 처해있다. 최근 수단에서는 이집트의 영향을 받아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기독교도가 중심이 된 남부 지역은 분리 투표가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되어 국가 수립을 앞두고 있다.

    문제는 중국이 그동안 석유 자원이 밀집한 수단 남부에 많은 투자를 해왔던 탓에 그동안 북부 중심의 이슬람 성향의 수단 중앙 정부와 깊은 유착관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예컨데, 수단 남부의 어퍼 나일주는 중국의 CNPC가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수단의 기업과 합작하여 원유를 생산해온 곳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수단 중앙 정부가 남부 지역에 대해 가한 억압에 중국 당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부 지역 대중의 분리 열망에 대해 미국과는 다른 패권을 자임하는 중국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어쩌면 새롭게 등장하는 패권 국가로서 중국은 과거 1, 2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구 영국 제국에서 패권을 이어받았던 미국과 달리 ‘소프트 파워’라는 면에서 훨씬 더 부정적인 측면을 노출하며 등장하는 셈이다. 결국, 이집트 혁명같은 사례는 패권 전환기에 중국 패권이 가지는 실제적 성격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예시해주는 역할도 한다.

    어쩌면 미국과 중국은 둘 다 이집트 혁명 같은 대중들의 민주주의적 저항에 대해서는 한편이라는 자각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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