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금미호 몸값' 미스터리
        2011년 02월 11일 09:3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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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미호는 정말 아무런 조건 없이 석방된 것일까? 정부와 대다수 언론은 선원들을 더 붙잡고 있어봐야 몸값을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해적들이 아무 조건없이 풀어준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금미호 선원 석방 교섭을 진행했던 케냐 선박대리점 대표 김종규(58)씨도 다수의 언론에 ‘조건없는 석방’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김 씨는 9일 동아일보와 국제신문 기자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소말리아 해적들이 과연 금미호를 아무 조건 없이 석방해준 것인지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는 10일 관련 기사에서 김 씨의 말을 빌려 “금액을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석방금)을 주긴 줬다”라고 보도했다. 석방금액의 존재를 확인한 신문은 동아일보 이외에도 또 있다. 국제신문도 김 씨가 “한국 시간으로 어제(8일) 저녁에 석방이 결정됐다. 해적이 조건 없이 선원들을 풀어준 건 아니고, 거기(석방금액)에 대해서는 절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씨는 인터뷰에서 ‘조건없이 석방됐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건 사실과 조금 다르다. (석방금을)주긴 했다”며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다.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 다음에 다시 얘기하자”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2월 10일자 동아일보 1면

    그러나 10일 대다수의 신문과 방송은 금미호가 아무 조건 없이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외교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이들 신문과 방송들은 선주가 파산 상태로 몸값 지불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해적들이 금미호를 놓아주었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해적과의 협상 불가’ 원칙을 갖고 ‘군사작전’으로 삼호주얼리호 해적들을 진압한 정부의 태도도 해적들이 금미호를 조건없이 풀어준 배경이 됐다는 ‘친절한 설명’도 뒤따랐다.

    이들 언론들은 석방협상을 벌였던 김 씨도 “석방금은 없었다”(국민일보 10일자), “특별히 돈을 준 건 없다”(중앙일보)며 ‘조건없는 석방’을 확인해주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동아일보나 국제신문 기자에게 했던 말을 김 씨가 번복한 것이다. 실제 김 씨는 1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도 “(석방금을)전혀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씨와 통화했던 동아일보나 국제신문 기자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씨가 분명히 “기사에 쓰인 그대로” 말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윤희각 기자(부산지국)는 10일 “9일 밤 9시 15분경 다른 언론사보다 김 씨에게 연락을 빨리한 편이었다. 김 대표는 그 때 분명하게 ‘돈을 줬다’고 했다”고 말했다.

       
      ▲2월 10일자 국제신문 3면 하단 

    국제신문 권혁범 기자(정치부)도 “어젯밤(9일) 9시 10분께 김 대표와 통화했다. ‘조건없이 풀어준 거 맞나’라고 물었다. 김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그럼 금액이 얼마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건 절대 말할 수 없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권혁범 기자는 김 씨가 금미호 선원 석방을 위해 해적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전에도 수차례 김 씨를 취재했었다.

    이런 김 씨가 다른 신문과 방송에 전혀 다른 말을 하자, 두 기자는 10일 오전 김 씨에게 다시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두 기자는 “김 씨가 ‘잠결에 통화를 해서 말실수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윤 기자는 “김 씨에게 왜 말이 달라졌냐고 묻자, ‘잠결에 통화를 해서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제신문 권 기자 역시 비슷한 말을 들었다. 권 기자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말한 대로 ‘잠결에 취해 잘못 말한 것 같다’라는 말을 내게도 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러나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잠결의 말실수’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 두 기자에게 ‘잠결에 말실수 했다고 말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오전에 기자들이 너무 많이 전화를 해 누구와 무슨 이야기 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며 “기자들에게 ‘잠결에 잘못 말 한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돈 줄 사람도 없고, 내놓을 형편도 아닌데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두 기자는 그러나 기사를 고치거나 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아일보 윤희각 기자는 “기사를 고치거나 정정을 낼 생각도, 계획도 없다”고 했다.

    무엇이 진실일까? 기자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 ‘분명하게’ 들었다는 데 그것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 씨는 과연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가 당초 두 기자에게 했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왜 이를 ‘번복’했을까?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 몸에서 나온 탄환 하나가 미스터리하게 ‘실종’된 것만큼이나 희한한 ‘금미호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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