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유니온, 너는 누구냐?
        2011년 02월 10일 07: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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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타운동과 ‘청년유니온’ 발족

    연령과 결합된 계급화 전략은 존재할까? 여성의 권익이 악의적으로 배제되어 왔던 것이 뿌리 깊은 경제적 계급화 전략의 일환이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리고 여성에게 가해졌던 배제와 차별이 주로 불안정노동의 형태로 산업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청년-소년에게 거의 똑같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을 관찰해본다면, 성이나 연령과 같은 개인의 특성과 결합된 계급화 전략이 이제 주 착취대상을 청년-소년으로 삼은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동일한 작업장에서 일하는 동일한 숙련도의 노동자를 연령이 낮다는 이유로 임금을 차등 지급하고, 복리후생에서 불이익을 주는 관리상의 차별이나, 연령이 낮다는 이유로 당연하게 하대하거나 명령조로 노동을 전가시키는 장면은 저연령 노동자가 매일같이 경험하는 일상이다.

    이처럼 세대-노동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항하는 운동 역시 복합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메타운동단체로 조직되어야 하는데, 앞으로 노동의 요구가 개방될수록 이렇게 복합적으로 분화된 방식이 노동주체를 규정하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연령에 따른 차별은 가족/학교 내의 폭력에 반대하는 청소년인권운동이 맡고, 노동현장의 문제는 모든 노동자의 계급위치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노동단체에서 맡아 다루어 온 것이 전통적인 운동의 조직구성이었다면, 세대-노동을 여성-노동이나 이주-노동처럼 특수하면서도 복합적인 문제로 다루기 위해 등장한 메타운동 단체가 바로 작년에 발족한 ‘청년유니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명동에서 최저임금 인상 퍼포먼스를 하는 청년유니온.(사진=레디앙) 

    2. 청년유니온 정체성에 대한 두 가지 우려

    하지만 ‘세대논쟁’이 허리케인의 속도로 불꽃이 일었다 꺼지는 동안, 이 격렬한 논의를 노동 부문의 현장과 결합시킬 청년유니온의 정체성, 즉 세대-노동운동의 정체성 논의는 여전히 모호한 채로 남겨져 왔다.

    기본적으로 이는 보다 넓은 스펙트럼의 세대-노동 문제를 먼저 흡수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아야 하겠지만, 두 번째 조합원 총회를 앞두고 있는 지금, 청년유니온에 대한 크고 작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기 전에 방향설정을 위한 가감 없는 토론이 펼쳐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년유니온에 대한 우려는 다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청년노동이라는 의제로 전체 노동계급의 힘을 확장시키는 대신 노동부문 내부의 경쟁을 통해 세대별 이익을 추구하려는 단체로 변모할 가능성이 하나고, 세대-노동이라는 복합의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결국 민주노총 등의 청년 분과 수준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또 하나이다.

    단순한 청년이익단체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몇 달 전 청년유니온 온라인게시판(http://cafe.daum.net/alabor)을 달구면서 이미 조짐을 보인 바 있다. 몇몇 회원이 제기한 문제는, 이주노동자가 청년노동권을 가로막으며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극우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유럽의 국가들처럼 이들을 강력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청년노동권이 요원하다는 주장이었다. 알다시피 이는 노동계급의 파이가 한정되어 있으며, 따라서 내부 경쟁을 통해 부문 이익을 선점하는 길밖에 없다는 조합주의의 폐해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주장이었다.

    이들의 주장은 인종주의에 대한 감수성이나 지배계급의 노동계급 교란 전략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에 동의를 얻지는 못했지만, 그 내용이 사실상 조합주의 우파에서 주장하는 국가조합주의이며, 다른 노동부문에서도 빈번하게 회자되는 문제라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우연적이라고는 해도 이를 청년유니온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우려했던 방향으로 시작된 것으로 사후 평가할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이는 청년유니온이 지향하는 ‘세대별 노동조합’의 정체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다는 현실, 그리고 명확한 테제를 제시할 수 없는 현재 청년유니온의 의제설정 능력을 폭로하는 사건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1년간 청년유니온의 사업을 살펴보면 제한된 인력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려온 집행부가 “민주노총 청년 분과로 갈 것이냐, 제3노조로의 길을 분명히 천명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뚜렷한 아젠다로 응답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3. 출생 투쟁의 해

    청년유니온의 2010년은 ‘출생 투쟁’라는 문구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청년노동의 현실을 고발하는 명동 플래쉬몹이 법정투쟁으로 가면서 청년유니온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고, 이어 최저임금 투쟁에 결합하면서 일부 조합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 슬로건을 확산시키기도 했다.

    또 청년비정규직의 아이콘 같은 편의점 알바의 현실을 폭로함으로써 청년노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 역할에 앞장선 것도 분명하다. 이 와중에 노조 설립신고가 고용노동부에 의해 반려돼, 이에 대한 법정투쟁까지 커버하는 등, 그야말로 청년유니온의 존재가 한국사회에 나왔다고 온 몸으로 소리치고 있는 중이다.

    설립과정의 각종 장애뿐 아니라 각양각색의 조합원이 쏟아내는 다양한 요구도 만만치 않다. 청년가계부 조사, 청년구직자-청년노동자 실태조사와 같은 아카이브 작업과 취업코칭 프로그램이나 구직급여 입법운동 같은 청년구직에 대한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피자업체 30분 배달제 폐지를 위한 공개서한 전달’과 같은 현안에 대한 대응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야말로 동분서주한다.

    설립하자마자 한국청년상을 수상할 정도로 청년 의제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부여받았던 청년유니온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현장사업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세대-노동운동의 향방과 청년유니온 조직의 정체성에 대한 심도 있는 제안이나 모범답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르겠다.

    사회적 이목을 이끌었다고 해서 노동계와 사회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우려가 현실이 될 것을 기다릴 수는 없는 일이다.

    4. 세대-노동에 대한 논의그룹이 없다는 게 문제

    그간 청년유니온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는 조합원 모임 등에서 사업이나 조직구성을 결정하는 논의와 더불어 부분적으로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세대론’의 볼륨에 도무지 부합하지 않는 조합원 수와 집행부의 인력난은 책임이 전제되는 정체성 논의의 각 단계에서 장애물이 되어왔다.

    예를 들어 노동유연화에 의해 잘게 분해된 불완전노동 형태와 뗄 수 없는 세대-노동의 운동과제로 불안정노동의 현실이 은폐되고 있는 사업장이나 특수일용직 분야의 발굴 및 조합원으로 조직하는 조직편성이 필요하다는 데에 누구나 동감한다. 또한, 청년들이 대거 진출해있지만 전통적인 노동문제의 결에서 배제되어왔던 노동인 사교육, 문화생산, 학술, 사회운동 분야의 노동문제를 청년유니온이 나서서 지적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이를 수행할 조직인력이나 관리인력의 부족, 그리고 위와 같은 세대-노동의 운동현장을 운동론으로 만들거나 이를 검토할 논의그룹의 부족 때문에 번번이 논의가 확장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청년노동자 실태조사를 편의점이나 공업단지처럼 비교적 독해가 쉬운 노동현장에 집중하고, 최저임금투쟁이나 전태일 추모사업 같은 연례행사에 결합하는 모양새가 결국 윗세대 노동운동가들을 답습하려는 것이라고 의혹을 펼치고 있다.

    또한, 위에 언급했던 분야들, 즉 청년들이 주로 종사하고 있되 전통적인 노동운동이 미루어왔던 분야에 대해 ‘사회운동 노조주의’의 입장에서 논의를 선도하지 못하고 대중적이고 소극적인 이슈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 청년유니온의 성향 탓이라고 색깔을 칠하기도 한다.

    하지만 설사 청년유니온이 그렇게 움직여 왔다 하더라도, 이는 청년유니온의 그 같은 방향을 공격적이고 급진적으로 돌릴 수 있는 논의그룹, 특히 세대-노동의 문제를 분석적으로 다룰 수 있었던 ‘청년’ 그룹들이 청년유니온의 정체성 논의에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가담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세대구분에 따른 계급화 전략이 유효하다면, 그리고 이 전략이 산업현장의 저 연령 노동자에게 복합적 억압으로 자행되고 있다면, 이 문제는 정치세력화와 더불어 노동문제와 세대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청년유니온’과 같은 메타운동조직에 참여함으로써 입체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세대-노동문제를 직접 겪고 있는 청년-소년들, ‘세대론’을 두고 분노하거나 열광했던 청년 세대, 그리고 ‘청년’의 정체성을 놓고 저마다 한 마디씩 얹었던 그룹들이 주체로 가담해 풀어나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니 모두들, 청년유니온 정체성 토론에 불을 당기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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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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