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교섭국면에서 투쟁국면으로
    By 나난
        2011년 02월 10일 02: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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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비정규직 사태가 교섭이 답보 상태에 머물면서 투쟁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불법파견 특별교섭은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조(지회)는 2차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25일간의 공장점거 파업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상수 현대차 울산사내하청지회장은 9일 오후 울산공장을 떠나 서울 조계사로 거처를 옮겨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그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난 1월 25일 현대차와 정규직 노조인 현대차 지부의 실무협의에서 도출된 안과 관련해 “고소고발은 물론 손해배상 철회도 안 됐으며, 불법파견에 대한 정규직화 대책도 아니”라며 “더 이상 수정안이 없다고 하면, 우리는 교섭할 생각이 없다. 우리 보고 다시 싸우라는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거듭 밝혔다.

    당시 실무협의에서는 △동성기업 폐업에 따른 해고자 일부 2월말까지 취업 알선 △징계, 고소고발 최소화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한 별도 협의체 구성 △불법파견 대책에 대한 협의체 구성 등의 안이 나왔다. 현재까지 특별교섭은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법원의 ‘불법파견, 정규직 지위 확인’ 판결에 대한 고등법원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이 10일로 예정된 상황에서 비정규직지회는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이 지회장은 “아산과 전주지회와 논의해 교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며 “처음 투쟁했을 때의 자신감을 잃지 않고, 이제는 서로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포기하면 정규직화 되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 자체가 후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수 지회장과의 인터뷰는 9일 오후 조계사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수배 중인 이상수 현대차 울산사내하청지회장.(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황에서 조계사로의 거취 이동과 단식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1차 투쟁(지난해 25일간의 공장 점거 농성 등) 이후 회사의 탄압이 가한 상황에서 현장을 재정비하고, 2차 파업을 하기 위해서는 공장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더군다나 수배 중인 상태에서 교섭이 결렬되면 지도부 신변에 대해 언제든 침탈이 가능해 거점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계속 도망 다닐 수도 없는 문제고, 여기에서라도 저항을 해야,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지난 1월 25일 현대차와 현대차지부 사이에서 실무협의 안이 나온 후 비정규직지회는 거부의 입장을 밝혔다. 향후 교섭에 대한 전망은 어떤가.

    = 애초 오늘(9일) 결렬 선언을 하려고 했는데 (지회에서) 좀 늦추자고 했다. 더 이상 교섭은 의미가 없다. 현대차지부가 가져온 안은, 물론 현대차지부 나름대로는 노력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정규직이 바라보는 안과 우리가 바라보는 안에는 차이가 크다. (실무협의안에서) 더 이상 수정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최종안이라고 했기 때문에, 우리가 수정한다 하더라도 회사와 협상할 여지는 없는 거다.

    결렬선언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울산뿐만 아니라 아산과 전주지회와도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부분이니 대화하면서 판단하자는 생각이다. 이번 주말(12일)에 3지회 공동 집회가 양재동에서 잡혀 있으니 그때까지 교섭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이다.

    – 지난해 7월 대법원의 ‘불법파견, 정규직지위 확인’ 파기환송에 대한 고법 선고공판이 10일로 예정도 있다. 사실 이번 판결이 향후 교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있었는데.

    = (법원 판결에 따른) 판단은 회사가 하는 거다. 회사가 새로운 안을 내면 그걸로 교섭하면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수정안이 없다고 하면, 우리는 교섭할 생각이 없다. 회사가 새로운 안을 만들 때까지 싸움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 실무협의 안에서 가장 쟁점이 됐던 것, 지회 입장에서 양보할 수 없는 안은 무엇인가.

    = 모두 다다. (징계) 해고를 받아들일 순 없는 거 아닌가. 정규직화에 대한 대책 마련이라는 것도 일회성 이벤트의 선별적인 내용이다. 불법파견에 대한 정규직화가 아니다. 신규사원 모집시 (일부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법적 판결을 끝까지 보고 이야기하자’는 것이다. 대책 마련이 아니다.

    노조의 특별교섭 의제인 4가지 중 △농성장 비정규직 고소고발, 손해배상 해결 △농성자 고용보장 △비정규직지회 지도부의 사내 신변보장 안은 기본으로 놓고, △불법파견 교섭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어떻게 할 것인지, 특별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교섭단을 구성하는 것인지 등 특별교섭이 이런 논의를 하는 창구인 줄 알았는데 회사 측은 ‘나중에 협의하자’는 말만 되풀이 했다.

    실제로 고소고발도, 손해배상 철회도 되지 않았다. 징계도 그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이건 우리 보고 다시 싸우라는 거다. (이제) 싸우는 거다. 다른 건 없다.

    – 그렇다면 비정규직지회의 요구안은 무엇인가.

    = 지난해 9월 29일 만든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8대 요구안이 있다. 본 요구안으로 돌아간 거다. (8대 요구안에는 △사내하청 노동자 전원 정규직 전환 △정규직화 투쟁과정에서 부당해고 된 조합원 정규직 원직복직 △사내하청 노동자의 입사일 기준 미지급 임금 정규직 전환과 동시 지급 △불법파견 투쟁과정에서 부당징계(해고, 정직, 감봉 등) 및 구속․수배된 조합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피해보상 등이 포함돼 있다.)

    – 2차 파업 이야기를 했는데, 10일 고법 판결에 따라 투쟁 분위기도 올라갈 것으로 보나.

    = 현재 현장 분위기는 좋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그 동안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협상에 기댔기 때문이다. 다시 싸움을 하게 되면 답이 나올 것 같다. 현장 분위기는 아직 좋지 않지만, 싸울 동력은 있다. 그 동력이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나머지 비정규직 동지들의 재결합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 지난해 투쟁 당시, 아버지는 정규직으로, 아들은 비정규직으로 한 가족 안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있는 모습을 많이 봤다. 이런 현상이 투쟁에 어떤 영향이 있었다고 보나.

    = 조합원의 다수가 정규직 아버님을 두고 있거나 가족과 같이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부분이 투쟁의 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서로 가슴앓이만 된 것 같다. 가슴앓이 된 걸 풀기 위해서는 다시 싸울 수밖에 없다.

    ‘자식이 잘 됐으면 좋겠다’, ‘잘해 봐라. 조금씩 엄호하고 도와줄게’라고 말하고 다니면, 현장 여론은 바꿀 수도 있겠지만, 현대 자본은 바뀌지 않는다. 그러한 관계가 투쟁에서 많은 역할을 한 건 아니라고 본다.

    – GM대우 비정규직 사태나 기륭전자, 동희오토도 모두 사회적 쟁점화가 됐을 때 해결의 기미가 보였다.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사태의 경우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은 약하다.

    = ‘사회적 문제’라고 하면서도, 사태 해결하기 위해 실제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개념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것 같다. 모든 논리를 자본의 논리로만 본다면 한도 끝도 없다. 비정규직 사태를 노동시장의 경직성에만 놓고 봐서도 안 된다.

    지난해 7월 22일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회사는 ‘파기환송심이 남았다’고 했다. 그런데 파기환송심에 대한 선고공판이 다가오니 ‘위헌신청을 하겠다’, ‘최병승만의 파견이다’라고 말했다. 단순하게 보자. 최소한 노동자들이 법에서 일정 정도 승소를 했을 때 이를 회사에 강제할 수 있는 조건을 사회적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회사가 비정규직 사태에 대해 정치 사회적으로 부담감을 느낀다면 정치권이나 경제계에서 스스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현대차만의 문제라 치부하고 ‘니네가 잘못하면 우리 다 죽는다’, ‘잘해라’는 식으로 가는 게 아니라, 현대차가 문제를 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야당들도 말은 ‘해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인 움직임은 없다. 현대차가 이 사태와 관련해 움직일 수 있는 폭을 국회의원들이 만들어 준다면 이 문제는 또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 향후 투쟁 계획은.

    = 12일 비정규직 3지회 전 조합원이 특근을 거부하고 상경한다.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집회가 계획돼 있다. 그리고 다음 주 부터는 조합원들을 현장 투쟁에 배치시키면 이 과정에서 2차 투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오는 2월 26일부터 진행되는 양재동 4박5일 철야 집회 때까지 현장의 힘을 모아, 이를 기점으로 투쟁의 힘을 밀고 나갔으면 하는 게 계획이다.

    – 이번 투쟁의 ‘끝’은 어디인가?

    = 끝이 있을까? 없다고 본다. (투쟁을)하는 데까지 하는 게 끝이라고 생각된다. 지난해 12월 9일, 울산1공장에서 내려올 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왔다. 솔직히 내려가지도 못하고 애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왕 시작한 만큼,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질 때, 그때가 끝인 것 같다.

    –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조합원과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구호가 ‘동지를 믿고 나를 믿고’다.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회유카드를 쓸 것이다. ‘너 정규직 시켜줄게’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수 있다. 이런 회유까지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처음 투쟁 했을 때의 자신감을 잃지 않고 갔으면 좋겠다. 여기서 포기하면 정규직화 되지 않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 자체가 후퇴될 것이다. 이번 투쟁, 이왕 시작한 만큼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회사도 끝까지 할 때니 우리도 서로 믿고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 같이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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