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야에서 묵언수행?
        2011년 02월 07일 08: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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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회찬은 "불판을 갈아야 한다"는 한마디로 진보정당으로의 세력교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 진보정치판의 보기 드문 대중 정치인이다. 그는 TV토론의 단골 초청 논객이었다. 촌철살인의 비유와 유머로 정치인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진객이었다. 이 논객의 등장은 혜성같은 것이었지만, 그의 언어는 오랜 세월 노동 현장과 서민들의 삶 속에서 함께 울고 웃으면서 길어 올린 것이었다.

    그는 삼성 X파일을 폭로하면서 정치인의 참다운 용기가 무엇인지를 몸으로 보여 준 정치인이었으며, 누구보다 민감하게 시대의 흐름을 감지하고, 한 발 앞서 준비하는 부지런함도 갖춘 진보 정치인이었다. 정치인으로서는 가장 많은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사라졌다.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매스미디어에서 그의 모습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야권 후보 단일화 압박을 뿌리치고 진보신당 후보로서 끝까지 완주한 그에게 돌팔매가 날아들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의 패배가 마치 노회찬 탓이라도 되는 양 무례한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런 비난이 최소한의 정당성이라도 가지려면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에게 단일화 협상을 요구하지도 않았던 민주당 후보측의 일방주의도 함께 비판하는 균형을 갖춰야 한다. 노회찬에 대한 비판이 더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럴 때조차 노회찬이 진보정치의 자산일 뿐만 아니라 민주화세력 모두가 공유해야 할 공공재라는 사실을 인식했으면 한다.

    그가 지금 광야를 묵언수행하듯 걷고 있다. 진보통합과 야권연대에 대한 정치적 판단과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그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심상정 고문이 대선 후보단일화와 연립정부를 주장했는데 노회찬 고문의 생각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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