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없는 보편복지, 논쟁 시작됐다
    2011년 01월 31일 05: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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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창조형 복지국가’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 ‘3+1 정책실현 방안’을 제시하면서 민주당 내부뿐 아니라 보편적 복지국가를 둘러싼 각 정파간 논쟁이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직접 해당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등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국가 구현’이라는 명제를 앞으로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복지 논쟁, 차별성 드러낼 듯

이는 이재영 진보신당 정책위의장의 “민주당은 증세를 바탕으로 한 보편적 복지국가 실현을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과 맞아떨어진다. 이재영 정책위 의장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재벌 의존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부자증세 이야기는 나올 수 있으나 당론 확정이 어렵고, 당론으로 확정하더라도 입법과정에서는 유야무야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 바 있다.

민주당이 증세를 놓고 몇 차례 당내 논란이 일긴 했지만 결국 ‘증세’를 거부하면서 오히려 진보진영이 그동안 내세우지 못했던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졌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증세 없이 보편적 복지국가를 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세금폭탄’이라는 한나라당의 프레임에 밀린데다 민주당의 한계를 그대로 노정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민주당 발표 다음날 보편적 복지국가 재원마련을 놓고 공개토론을 벌이자고 한 것 또한 ‘보편적 복지국가’에 대한 차별성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번 선택으로 한나라당과 진보정당 사이에서 보편적 복지국가 의제를 두고 수세에 몰릴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증세를 찬성하는 진영은 물론, 증세 반대론자들도 이번 기자회견의 절차적 문제점을 주장하고 나섰다. 증세론자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31일 최고위원회에서 “민주당은 국민 앞에 조금 더 정직해야 한다”며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세금을 이야기하는 것은 불편한 일이지만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는 아주 초보적인 상식이 무너져 있고, 조세정의가 무너져 있는 사회”라며 “그런 차원에서 조세혁명을 단행해야 하고, 나는 그런 차원에서 부유세 문제를 제기했으며 이는 우리 당원의 84%가 지지하는 현실이라는 것을 직시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전국적인 당원 토론을"

그는 이어 “(보편적 복지국가가)당의 정체성과 노선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것을 결정하는 과정도 민주적이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전 당원 투표를 위해서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지역별로 제주도부터 시작해 16개 시도를 통해서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국가의 철학과 그림, 방법론에 대해서 토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유세 도입, 증세 반대론자로 알려진 정세균 최고위원 역시 “(30일)당의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정하면서도 당내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며 “앞으로는 중요한 정책의 경우에는 당헌당규대로 필요한 절차를 제대로 거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진보정당의 시선도 곱지 않다. 보편적 복지국가의 진정성의 척도를 증세에 대한 의지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국가’라는 합의점을 바탕으로 대선에서의 야권연대를 노리고 있는 민주당이 이런 당 안팎의 차가운 시선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사다.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30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손학규 대표의 주장은 보편적 복지를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OECD 평균 수준이 되려면 지금보다 약 110조원 가량의 복지재정이 더 필요한데 대한민국을 진짜 복지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따라서 ‘증세’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자감세 철회,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 기반 확대 등은 사실 넓은 의미에서는 ‘증세’”라며 “증세를 증세라고 말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걱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조세저항으로 인한 복지정책의 좌초인가, 아니면 선거에서의 유불리인가”라고 꼬집었다.

진보신당 "재벌, 부자 눈치 본 결과"

강 대변인은 “손 대표의 주장은 재벌과 부자들 눈치를 보다 나온 몸부림에 불과하다”며 “복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눈치보기와 임기응변이 아니라 부자증세를 관철시킬 의지와 그에 합당한 노력으로 그것만이 한나라당이 얘기하는 ‘복지포퓰리즘’, ‘선거 복지’ 등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 노세극 정책연구위원도 “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라는 것은 모순되는 것이며, 이는 잔여적 복지에 그치는 것”이라며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국가를 단순한 립서비스 차원에서 언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노 위원은 “복지도 복지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에 대해 언급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거나,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재원투자를 해야 보편적 복지국가의 진정성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30일 기자회견과 관련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우리의 행진이 시작되었다”며 “복지정책 추진의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적 동의, 사회적 합의로 우리는 재정개혁과 부자감세 철회 등의 조세개혁, 건보개혁 등을 통해서 새로운 세목의 증설이나 급격한 세율의 증가 없이 우리의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이 마련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당내외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증세 없는 복지 재원 마련이라는 토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지만, 논점은 증세 여부까지 포함돼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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