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과 계급연합 않겠다는 약속 지켜야"
        2011년 01월 31일 12: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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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27일 열린 민주노총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김영훈 위원장은 "민주당과 계급연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상설연대체는 민주당 및 신자유주의 세력과 연대ㆍ연합하지 않겠다. 우리에게 계급연합은 농민들과의 연합뿐이다.”

    다함께, 노동전선, 진보신당, 사회당, 사회진보연대, 전국노동자회 등 10개 단체는 그동안 ‘민주노총 지도부는 상설연대체를 민주당과 계급연합의 부속물로 만들지 말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도 대의원 84명이 이 단체들의 호소에 호응해 ‘상설연대체의 연대ㆍ연합 방침 건’을 현장 발의했다.

    그 내용은 “상설연대체는 민주당 및 신자유주의 세력과 연대ㆍ연합하지 않는다. 불가피한 경우, 노동자ㆍ민중 운동의 중심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제휴할 수 있으며, 이때도 민주당 및 신자유주의 세력 비판을 삼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즉, 민주노총 지도부가 상설연대체를 자본가 계급에 기반을 둔 민주당과 연대ㆍ연합하려는 도구로 삼지 말고, 계급투쟁의 전진에 복무할 수 있도록 진보 진영이 단결과 투쟁을 강화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 안건 발의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 주요 간부는 사전에 필자를 따로 불러 “안건을 상정하지 말라”고 했고, 내가 이를 거부하자 “어차피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처음부터 이 문제가 대의원대회에서 다뤄지지 않길 바랐던 것이다.

    그동안 많은 대의원들은 상설연대체 논의 과정에서 민주노총 지도부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아쉽게도 현장 발의 안건은 참석 대의원의 과반수를 얻지 못해 안건 상정에 실패했다. 민주노총 대의원들이 충분한 토론과 논쟁의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일부 좌파 대의원들은 발언과 질의를 통해 “상설연대체를 민주당과 계급연합하는 들러리로 세워선 안 된다”, “비정규직 양산의 주체인 민주당과 연대ㆍ연합할 수 있는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대회장 한편에선 전북 버스 노동자 십수 명이 “민주당이 책임져라”라는 글이 적힌 몸자보를 부착하고 민주당 지자체(전주시와 전북도)를 폭로하는 투쟁 유인물을 반포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영훈 위원장은 “상설연대체는 절대 민주당 및 신자유주의 세력과 연대ㆍ연합할 의지도, 생각도 없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것은 현장 발의한 대의원 84명의 바람이었을 것이고, 나 또한 적극 지지하는 바다.

    유언비어

    그런데 김영훈 위원장은 우려스런 주장도 동시에 했다. 만약 김영훈 위원장이 “절대 민주당과 연대ㆍ연합할 생각이 없다”면, 지도부가 직접 발의안의 취지를 수용해 사업계획에 반영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김영훈 위원장이 ‘삼성 노동자 조직을 위한 특별위 구성’ 제안을 수용해 사업계획에 포함시켰던 것처럼 말이다.

    더구나 김영훈 위원장은 ‘다함께’가 대의원들에게 배포한 리플릿을 거론하며, 민주노총 지도부가 계급연합을 추진하려 한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 하고 거듭 말했다. 다함께가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참가해 온 나로서는 그의 주장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민주노총의 상임집행부인 양태조 대협실장은 상설연대체 공식 회의에서 “앞으로 건설될 상설연대체가 민주당을 포함해 야5당이 함께 꾸리는 ‘범국민운동본부’에 가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영훈 지도부의 의지를 대표해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참가한 집행 책임자다.

    그래서 여러 단체들은 ‘상설연대체 건설 목적이 민주당과 상설적으로 연대하는 범국민운동본부에 가입하는 것이냐’ 하고 반발했던 것이다.

    논쟁

    만약 이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면, 왜 연대ㆍ연합 방침을 두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가 파행을 겪고 있겠는가? 왜 논쟁 과정에서 두 차례나 대표자 회의가 연기되고, 10개 단체가 대표자회의 불참을 선언하고, 김영훈 위원장이 직접 여러 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소집했겠는가?

    김영훈 위원장은 “여러 단체 대표자들과 간담회한 자리에 ‘다함께’도 참가하지 않았냐? 내가 언제 계급연합하자고 했느냐?”며 따지기도 했다. 

    그런데 김영훈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양태조 대협실장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부정하지 않았다. 단지 “민주당과 비정규직ㆍ4대강ㆍ악법 날치기 등에 맞서 사안별 연대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설연대체의 연대ㆍ연합 방침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 간담회 자리에 바로 내가 있었다.

    지금 민주노총은 민주당과 함께 ‘MB, 한나라당 심판! 정당, 시민사회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에 주도적으로 참가하고 있다. 이 연석회의는 2월 임시국회까지 대응하는 한시적 상층 연대기구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은 ‘연석회의’를 상설적인 ‘반MB 국민연합’(소위 ‘범국민운동본부’)으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이런 민주당의 제안을 공식 거부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진보연대 소속 단체들은 심지어 “이명박 집권 이후 이미 민주당과 실질적 연대를 하고 있다. 민주당과 연대ㆍ연합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상설연대체 연대ㆍ연합 방침’에 넣을 수 없다”는 주장까지 한 바 있다. 그래서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가 파행을 겪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여러 단체들과 간담회를 통해 상설연대체의 연대ㆍ연합 방침에 대한 의견을 조율하기 전에 민주당이 제안한 상설적 연대ㆍ연합 제안을 거부해 의구심을 없애는 것이 필요했다. 다행히 대의원대회에서 김영훈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민주당과의 계급연합은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대의원들 앞에서 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노총과 진보 민중 진영은 지배계급에 독립적ㆍ자주적인 입장에서 노동자ㆍ민중의 권리를 올곧게 지키며 투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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