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상정 LA 발언, 비관론자 자극하다
        2011년 01월 30일 11: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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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나는 지금의 정치상황에 대해서 비관적이다. 객관적인 조건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다. 진보정당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현실 때문에 비관적이다.

    진보적 가치에 충실하지도 않고, 또 현실적으로 유연하지도 않으면서, 낡은 관성과 분파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사실 누군들 비관적으로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서 푸념과 회한, 그리고 포기와 절망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비관적인 내게 자극을 주다

    마침 그런 나의 생각에 자극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25일 심상정 진보신당 고문이 LA에서 진보대통합과 연립정부를 전제로 한 대선후보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나와 동일한 생각이다.

    나는 심고문이 유사한 발언을 언젠가 할거라고 봤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그런 발언을 해서 놀라웠고, 자극을 받았다. 심 고문이 역사적 행위자로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비관하고 있지만, 심상정 고문과 노회찬 고문이 함께 움직인다면 희망의 길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가 바라던 것 중의 하나는 진보정당운동의 대표적인 인물들인 노회찬과 심상정이 소수파 전술, 고립주의 전술이 아니라 유연하게 연대 연합전술을 구사하면서 대중 속에서 진보정치운동의 강력한 지지세를 형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고문의 발언과 용기를 높게 평가한다.

    그렇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다. 지방선거 관련 발언이다. 나는 심고문이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한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나는 후보단일화에 찬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고문의 행동은 분명 쉽지 않은 결단이었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적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부산시장 후보였던 김석준 진보신당 후보처럼 단일화 과정이 지지자들을 공개적으로 설득하고, 민주당 김정길 후보로 하여금 진보신당 김석준 후보의 정책(본인은 지지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핵심을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은 아니었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런지 모르지만 나는 그 점에서 김석준 후보가 가장 바람직한 과정을 보여주었다고 본다. 그리고 바로 그점에서 심상정 고문의 반성적 평가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본다.

    연립정부 등 논의, 분열 과정 안 되게 해야

    물론 나의 그런 생각은 지방선거 과정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지방선거 과정에 대한 평가로부터 앞으로의 과정에 대한 교훈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진보대통합과 연립정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말하는 과정은 지방선거 때와는 달라야 하기 대문이다.

    연립정부, 대선후보 단일화에 대해 다른 사람도 아닌 심고문이 그렇게 발언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것은 나도 인정한다. 지금 진보신당과 노동운동을 비롯한 좌파운동 진영의 현재 상황에서는 설령 그런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공개적이고 대중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정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두 가지를 우려하고 있다. 그리고 심고문이 그것을 조금이라도 고려해 주길 바라고 부탁한다.

    무엇보다도 진보대통합과 연립정부, 후보단일화의 과정이 또 다른 분열과 파괴의 과정이 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실은 그럴 가능성이 높아 우려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진보신당 당원 동지들 대다수가 치열한 토론과정을 통해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는 것이다.

    밖에서 한 번 던지는 식이 아니라 자신과 견해가 다른 동지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욕을 들으며, 그들의 순진함과 경직됨과 대중적이지 못함을 좀 힘들더라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그런 발언들이 나오길 바란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분열이 발생하고, 어쩔 수 없이 갈등이 있더라도 같이 부대끼면서 공동의 가치와 길을 모색하는 것은 지금도 역시 소중한 우리의 길이 아니던가? 적어도 당의 지도자라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심고문이 지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길 바랬었다.

    민노-진보신당, 반성적 평가 있어야

    과오를 인정하고 하고 싶은 주장을 떳떳하게 펼치면서, 자신을 향해 비이성적인 인신공격을 던지는 사람들과 토론하고 맞서고 평가 받아야 했다고 생각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아쉬었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는 거다.

    또한 나는 진보대통합이 말로만의 진보대통합이 아니라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혁신대통합이 되길 바란다. 민주노동당과 제대로 통합하자는 것이다. 통합의 과정이 과거를 극복하는 과정,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진보신당의 반성 과정이며, 동시에 민주노동당의 반성 과정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북한 문제, 민주노총 문제, 당내 민주주의 문제 등에서 현재의 민주노동당의 반성적 평가는 최소한 있어야 되지 않은가? 또 자신들의 능력 부족, 활동력 부족과 관련하여 진보신당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성적 평가도 있어야 하지 않은가?

    나는 진보신당이 분당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기 보다는 쫓겨났다는, 더이상 같이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이 파괴되면서 어쩔 수 없이 밀려났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반성과 혁신의 내용을 만들지 못하면 적어도 현재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을 볼 때 통합을 불가능하다. 말로는 무슨 말이든 못하겠는가? 결국 누구 때문에 통합이 안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만 남을 것이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민주노총의 노력 역시 통합을 말하면서 사실상 통합을 하지 말라고 방해하는 꼴에 불과할 수 있다.

    사회당의 입장을 고려하는 것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가? 그렇지 않다. 사회당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당을 지켜봤다. 그렇다면 다시 통합하는 과정에서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노회찬 고문과도 대화해야

    이것은 대선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연립정부, 후보단일화가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진보진영의 정체성, 존재 가치를 부정하면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 그것은 민주당의 태도 변화를 동반할 것이며, 동시에 그럴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개적 합의(진보정당운동의 역사적 문서로 자리매김할)를 동반해야 한다.

    서로의 가치가 드러나고, 서로의 차이가 드러나면서도 이 시대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가치와 과제, 정책들이 부각되는 연립정부, 후보단일화여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심고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본다. 그렇다면 지금 미국에서만 발언해서는 안된다. 귀국해서 당원들과 대화해야 한다. 노회찬 고문과도 대화해야 하고, 당 대회를 같이 치러야 한다. 사실상 당 대회의 핵심 쟁점들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던가?

    진보신당의 3월 당 대회가 중요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절망의 당 대회가 되지 않길 바란다.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그래서 죽도 밥도 안되는 그런 식의 결정이 지배하면 안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엊그제 50이 넘은 나이든 선배 활동가들과 술을 마시면서 절망을 느꼈다. 그리고 비겁하게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체념해 버리는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이제까지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는데… 어느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체념하고 포기하고 있었다.

    50대 활동가들과의 술자리 그리고 부끄러움

    지금도 나는 그런 생각의 자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것을 정당운동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나의 사고 습관을 버리자고. 이제는 진보정당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진보를 말하는 사고법에 익숙해지자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했다. 그래서 무기력한 나를 정당화시키고 있었다.

    심상정 고문의 발언은 그런 나의 태도를 깨우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맙고 반가웠다. 그렇지만 심고문의 발언은 하나의 희망이면서, 동시에 또다른 절망의 메아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상정을 살리는 과정이며 동시에 죽이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무너지는 나의 마음을 추스리면서 이 글을 쓴다.

    나는 노회찬, 심상정 두 사람이, 진보정당운동의 대표적인 대중정치인 두 사람이 더 많은 진보정치인을 만드는, 나아가 노동운동을 비롯 진보적 사회운동의 거대한 흐름을 열어 내는 그런 중요한 역사적 역할을 자임하길 바란다.

    물론 두 사람만 그래야 한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그래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두 사람은 단순한 두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그 두 사람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진보정당운동, 진보정치운동의 역사에서 너무도 중요한 의미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것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연예인이나 대중 정치스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운동의 막힌 곳을 뚫어내면서 진보운동의 새로운 질을 만들어 내는 정치지도자로써 행동해주길 바란다. 소용돌이치는 역사적 순간에 지도자의 존재는 너무도 중요하다. 다양한 차이와 갈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적인 리더십이 작용하고 있는 곳에서는 희망이 싹틀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정이 중요하다

    민주당하고 후보단일화, 국참당과의 선거연합, 민주노동당, 사회당과의 통합. 아마 그런 말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그 결과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과정을 중시한다. 아무리 그럴듯한 주장이라도 그것을 소중히 만들어줄 과정을 동반하지 못한다면 그 정당성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역사이고, 현실이다. 결과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그러나 진보정치의 가치를 살리고, 그 힘을 대중적으로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면 결과가 안좋더라도 그것은 실패한 게 아니라고 본다. 진보신당과 진보신당의 정치지도자들은 진정 지난 지방선거의 경험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아마도 지금부터의 정치적 과정은 바로 그것을 보여줄 것이다.

    수많은 말들이 아니라 행위, 행위의 축적으로 그것을 보여줄 것이다. 그것을 과감하게 기획하길, 그것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심상정, 노회찬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 진보신당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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