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해적은 '수장', 잡은 해적은?
    2011년 01월 31일 11:00 오전

Print Friendly

아래 정리된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 보여주듯, 1월 31일자 대다수 신문의 주요 뉴스는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긴급 수술 상황과 자세한 병세, 향후 전망 등이다. 구출 작전 과정에서 총상을 입고 오만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29일 밤 귀국해 수술을 받은 석 선장의 상태는 한마디로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다”는 게 의료진의 전언이다. 의료진은 “수술 후 주요 장기기능은 더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고열과 폐열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귀국 후 곧바로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으로 이송된 석 선장은 병원에서 정밀검진을 받은 뒤, 30일 밤 12시 15분부터 약 3시간에 걸쳐 총상으로 분쇄된 왼쪽 팔과 다리, 괴사한 조직과 고름, 다리에 박힌 총알 2개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유희석 아주대병원장은 “향후 2,3일 정도가 고비가 될 것이며 생명 지장 여부는 아직 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서울신문은 이와 관련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하는 그와 재회한 부인 최진희(58)·차남 현수(31)씨는 줄곧 눈물만 흘렸다”고 전하면서 “국민들은 해군 부사관 12기 출신인 석 선장을 두고 ‘영웅이 사라진 시대에 국민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라’고 기원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은 “석 선장이 생사기로에서 국내로 이송돼 2차 수술을 받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던 군의 초기 발표가 사실이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는 데 주목하기도 했다. 경향은 “일부에서는 인질 구출작전의 성공적 마무리를 강조하기 위해 군이 석 선장의 부상 정도를 축소, 발표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며 “군의 초기 판단이 ‘거짓’이나 ‘축소’는 아니었다 해도 결과적으로 ‘안이한 판단’이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1월 31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해적 5명 압송 국내서 첫 구속>
국민일보 <아덴만 영웅, 일어나 여명을 보라!>
동아일보 <캡틴, 조국서 다시 한번 여명을…>
서울신문 <캡틴 석! 당신이 일어날 것을 믿습니다>
세계일보 <‘아덴만 영웅’이여 깨어나라>
조선일보 <선장님, 한국입니다… 힘내십시오>
중앙일보 <군부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한겨레 <민주당 ‘보편적 복지’ “증세없이 재원 확보”>
한국일보 <여보… 제발 일어나요>

   
  ▲서울신문 1월 31일자 1면

석해균 선장에 총격 가한 해적 있을까

한편 석 선장의 수술 상황과 함께 주말 온 국민의 시선을 끈 또 하나의 사건은 바로 우리 해군에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 5명의 입국과 구속 수감이었다. 우리 선원들을 위협한 ‘놈들’의 실체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도 마음이지만, 고대·중세 시대를 다룬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던 ‘해적’이 우리들 앞에, 그것도 우리 경찰에 이끌려 그 모습을 드러냈으니 국민들은 신기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사법기관이 국내 선박을 납치한 해적을 상대로 사법처리에 나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주호 부산지법 영장전담판사는 30일 압둘라 세룸씨(25) 등 해상강도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이들 5명 중 석해균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이 있느냐는 것이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혐의를 부인하면서 구출 작전 당시 사살된 해적 8명에게 죄를 떠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적은 “다른 사람들이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후에 배에 탔고, 이번 납치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고, 다른 해적은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사람은 이미 숨진 8명 가운데 있지,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고 한다.

   
  ▲세계일보 1월 31일자 2면

그러나 한 해적은 다른 동료 해적을 가리키며 “저 사람이 선장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해적들의 진술과 삼호주얼리호 선원의 진술, 체포 장소 등을 토대로 석 선장에게 총격을 가한 해적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심문은 소총으로 무장한 해경 특공대원 30여명의 삼엄한 외곽 경비 속에서 30일 오전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 이루어졌다. 한국어와 소말리아어, 영어 등 3개 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통역사를 가운데 놓고 진행됐으며, 오역을 막기 위해 영어를 할 수 있는 통역사를 한 명 더 배치했다.

해적 5명의 이름은 압둘라 세룸, 압둘라 알리, 아부카드 애맨 알리, 아울 브랄렛, 마호메트 아라이로 나이는 19~25세 사이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이들은 12.5㎡ 크기의 유치장 3곳에 2명, 2명, 1명씩 나눠 입감됐고, 추위에 견딜 수 있는 내복과 방한용 점퍼, 이불 등이 지급됐다.

이들은 앞으로 부산해경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되는데, 해경은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의 신앙을 고려해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경 관계자는 “30일 점심으로 쌀밥과 고등어찌개, 계란국 등을 제공했다”며 “유치장 음식도 종교를 최대한 배려해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원들 해적들 수장 참여 꺼려

소말리아 해적들이 받게 될 형량 또한 초미의 관심이다. 한국일보는 이와 관련 “석 선장을 누가 쐈나 드러나면 ‘최고 사형’”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현재 형법상 해상강도죄와 살인미수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해상강도죄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이 기본형이며, 사람에게 상해를 가한 사실이 있을 경우 최소 징역 10년 이상을 받을 수 있다.

   
  ▲한국일보 1월 31일자 4면

해적들은 또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 행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선박위해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도 적용받는다. 선박위해법의 경우,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우리 선박을 강탈하거나 운항을 강제했을 경우(선박납치죄) 징역 5년부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도록 처벌조항을 두고 있으며, 폭행ㆍ협박ㆍ상해ㆍ살인의 경우엔 징역 3년부터 사형까지 가능하다.

한편 정부는 구출 작전 과정에서 사살한 소말리아 해적 8구의 시신을 수장(水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현재 삼호주얼리호에 보관 중인 이들 시신에 대해 소말리아 정부에 시신 인수 의사를 물었으나 아직까지 공식 답변이 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해적 시신을 수장한 사례가 여러 차례 있는 등 해전법규상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문제는 ‘누가’ 시신을 수장시킬 것인가다. 동아일보가 전한 바에 따르면, “삼호해운은 바다에서 일하는 뱃사람의 경우 ‘징크스’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며 시신 수장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행여 배가 뒤집어질까봐 생선조차 뒤집어 먹지 않을 정도로 징크스를 중요시하는 선원들이 시신을 직접 바다에 버리는 일까지 맡진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선원들은 수장을 직접 하도록 시킬 경우, 고용해지를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사고 난 배에 탔다는 사실만으로도 차후 고용계약시 결격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데 시신을 바다에 던져버린 선원들로 각인될 경우 해운업무 분야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정부 역시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청해부대원들을 동원해 수장에 나설 경우 아무리 해적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시신을 바다에 던져버렸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인륜적 국민적 환희, 우리는 인간인가?

일부 언론은 사설 등 오피니언 지면에서도 해적들에 대한 ‘단죄’와 관련해 입장을 드러냈는데 조선과 서울은 한결같이 ‘엄정한 처벌’을 촉구했다.

조선은 <해적 사법처리는 신속·단호·엄정하게>란 제목의 사설에서 “해적들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접 위해(危害)를 끼친 중범죄자”라며 “재판 과정에서 세계의 눈길이 한국으로 쏟아질 것인 만큼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는 사법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검·경은 앞으로 수사를 통해 선박 납치 모의·실행 경위와 배후, 해적 개인별 가담 정도와 구체적 범죄행위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특히 석 선장에게 총을 쏜 해적이 누구인지 가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역시 <소말리아 해적 국내 처벌 전례 세우자>란 사설을 싣고 “일벌백계하는 사법권 행사로 그 의지를 실천해야만 한국은 인질 석방 대가로 많은 돈을 지불하는, 속된 말로 ‘국제적인 봉’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은 “그들 가운데는 석해균 선장에게 보복 총질까지 하는 등 단순한 납치 강도, 살인 미수범이 아닌 흉악범도 섞여 있다. 수사당국은 범인을 반드시 가려내 엄하게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잊지 않았다.

반면 한겨레는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의 외부 칼럼을 통해 소말리아 해적들 ‘소탕’에 관한 우리의 태도를 비판적으로 다뤄 눈길을 끌었다.

박 교수는 <우리를 과연 ‘인간’이라 부를 수 있나?>란 제목의 칼럼에서 “(보수언론이나 진보언론이나) ‘외국 범죄자들이 살해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 국민이 구출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는 순박한 민족주의적 심리를 이용해 ‘아덴만에서의 승리’에 대한 다수의 한국인들의 비이성적인 기쁨을 부추기고 있다”고 작금의 상황을 개탄하며 “살해당한 이들에 대한 기본적 측은지심도 저버린 이 반인륜적인 ‘국민적 환희’는 앞으로 우리에게 수많은 재앙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경고를 던졌다.

그 근거 중 하나는 “‘소탕 작전’의 과정에서 해적이 살해되는 경우, 이는 그 작전을 벌인 국가 소속의 선원들에 대한 차후의 복수를 의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지금 이명박 정권은 ‘호재’라고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차후에 언젠가 아덴만에서 복수를 당할지도 모를 무고한 해운업 노동자들의 생명에 대해서 약간이라도 신경을 써주기나 하는가”라고 물으면서 “피는 피를 부를 뿐이다. 가난과 고용 불안에 시달려 위험천만한 아덴만으로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국내 선원이든, 아이를 먹여주려고 호구지책으로 해적선을 타는 소말리아 어민이든 그 생명은 똑같이 귀한 것이고, 똑같이 해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간에게 태생적으로 있어야 할 자비심이나 생명에 대한 경외, 피부색과 무관한 이웃사랑은 우리에게 과연 남아 있는가”라고 거듭 물으면서 “지금 소말리아에 급한 것은 인질의 목숨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도박형 ‘구출작전’이 아니고 외세 간섭의 차단과 이슬람주의 세력 등 유력 반대파와의 타협, 국가재건과 어업의 부흥”이라고 강조했다.

   
  ▲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