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와 언어의 새로운 만남
        2011년 01월 29일 01: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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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보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시간대를 훑는 ‘통사’는 일반적이고, 영웅이란 이름의 한 인물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인물사’도 한 종류다. 한 때는 역사 속 ‘보통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미시사’가 유행되었던 때도 있다. 그럼, 『개념사란 무엇인가』(나인호, 역사비평사, 19,800원)

       
      ▲책 표지

    ‘개념사’는 최근 2~3년 사이, 학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은 ‘동아시아 기본개념의 상호소통사업’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개념사 연구의 초석을 다진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을 번역 출간한 바 있다.

    책세상에서 출간 중인 ‘Vita Activa 개념사’ 시리즈나 소화출판사의 ‘한국 개념사총서’도 활발하게 목록을 늘여가는 중이다. 학계는 ‘개념과 소통’이라는 개념사 잡지를 출간하고 국제 개념사 학술대회를 유치하는 등, 개념사의 내실 또한 채워지고 있다.

    개념사와 관련된 책들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코젤렉, 라이하르트, 레이먼드 윌리엄스, 페레스 등 개념사의 발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외국 학자들의 원전을 번역 출간해온 작업이 그 하나이고, 다양한 개념에 대한 개념사적 연구 결과를 각각 담아낸 책들이 다른 하나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들은 개념사의 의미 자체보다는 ‘용어사’에 더 가깝거나, 전통적 이념사 혹은 관념사, 넓은 의미의 사상사를 새롭게 포장한 데 그쳤다는 아쉬운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이 책은 역사와 언어의 새로운 만남이 가진 특별한 의미를 찾고 있다.

    저자는 비서구세계 지식인의 주체적 문제의식으로 독일 학계의 개념사 연구현장에서 직접 연구하고, 그 학문적 내공을 바탕으로 자신의 개념사 이론의 전개과정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을 보면 개념사의 문제의식이 더욱 정교화되고 날카로워지는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개념사가 여전히 진화중인 학문이라고 말하며, 한국 지식인들이 주체적인 고민과 문제의식으로 개념사를 더욱 발전시켜나가야 함을 역설한다. 이 책의 1부는 개념사의 이론적 형성과정을 살폈고, 2부에서는 ‘근대’를 지탱해온 주요 개념 6가지를 선택하여 저자가 직접 ‘개념사적 글쓰기’의 실재를 보여준다.

    이 책은 언어와 역사가 어떻게 서로를 규정지으며 발전해왔는지, 각 시대마다 특정한 개념들은 당대인들의 어떤 욕망과 두려움을 담고 소통되었는지에 대해, 도전적이고도 정밀한 글쓰기를 통해 개념사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문화예술작품의 도판을 제시하면서 당대인들의 ‘개념’을 시각적으로 설명해주는 글을 통해, 지적이고 세련된 근대 여행을 떠나보는 느낌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구성과 내용의 양면에서, 명실공히 개념사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가장 친절하고 모범적인 교과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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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나인호

    1960년 9월 7일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보훔대학교 역사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대학교 역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사회개혁이냐 혁명이냐』(독일어), 『21세기 역사학 길잡이』(공저), 『개념사의 지평과 전망』(공저) 등이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 전개된 민주주의와 독재 개념의 역사를 집필 중이고, 사전 형식의 개념 연구를 뛰어넘어 개념사를 문화사 일반으로 확대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 이를 위해 역사기호학에 관한 이론서를 계획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감동을 주는 인문학’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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