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수고객-백화점장 자택 청소까지
    "노조 만들지 말라" 소장직 제안도
        2011년 01월 28일 04: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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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백화점 시설관리 비정규 노동자들이 집단해고에 반발하여 투쟁을 전개한 지 세 달이 됐다. 자본과 권력의 노동 탄압이 기승을 부리면서 1년이 넘어가는 장기 투쟁사업장도 많은 상황에서 세 달의 투쟁기간은 짧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들은 그 기간 동안에 점거농성, 노숙농성, 천막농성, 삭발투쟁, 매주 촛불집회 등 수위 높은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대전지역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까지 이야기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왜 이렇게 절박하게 투쟁하며, 대전 지역과 우리 사회에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김경식 롯대백화점 지회장과 익명의 조합원을 한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지난 26일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대전시청 앞 천막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 * 

    "부당한 업무지시 그만 좀 해라"

       
      ▲김경식 지회장.  

    레디앙 : 대전시청 앞에서 천막농성 하시느라 더 바빠지셨네요. 천막 거점 지키랴, 롯데백화점 앞에서 투쟁소식 알리랴, 지역의 롯데마트에서 불매운동 알려내랴 몸이 힘드시죠?

    김경식 지회장 : 솔직히 몸은 많이 힘듭니다. 90여일 동안 끊임없이 이런 저런 투쟁을 진행하다보니 몸의 진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천막을 치고 생활해 보니 노숙농성 때 보다는 몇 곱절 편합니다.

    A :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천막이 롯데백화점 앞에 있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해요. 짐승 같은 롯데재벌 때문에 저희들도 저희들이지만 지역 동지들이 고생이 많아 무척 죄송합니다.

    레디앙 :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만, 그래도 혹시 모를 분들을 위해서 노동조합을 왜 설립했는지에 대해서 간단하 게라도 설명해주세요.

    A : 입이 아프도록 이야기 하고 다녔습니다. 민주노총 엄연섭 대전본부장님과 현장을 돌면서도 말씀드리기도 했구요. 저희가 노동조합 결성하는 것은 다른 것이 없습니다. "부당한 업무지시 그만 좀 해라. 인간답게 대접해 달라." 이것뿐이었어요.

    백화점 점장 집 변기 뚫어주기도

    레디앙 : 솔직히 대부분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저임금, 장시간 노동, 고용불안에 시달리는데 대부분 불만을 꾹 참습니다. 그런데 지금 말씀대로 비인간적 처우, 부당한 업무지시 등에 대한 반발로 노조를 결성하는데요. 구체적인 사례를 말씀 해 주신다면요?

    지회장 : 솔직히 드릴 말씀은 무수히 많습니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은 공사성 업무(외주를 줘야 할 업무)에 우리를 무조건 동원하는 거에요.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벽면, 천정 도색(칠)이나 대리석으로 바닥을 까는 것은 우리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거든요. 외주 주면 3일이면 끝날 것을 돈 아끼려고 보름 동안 우릴 부려먹더라구요. 이런 식으로 백화점 곳곳에 우리 손 때가 묻지 않은 곳이 없어요.

    A : 비오는 날인데 밖에 전선피복이 벗겨졌으니까 우리보고 잇고 오라는 거에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말입니다. 참 서럽더라구요. 백화점 점장 자택 벽면이 스크래치 나면 가서 없애주고, 문짝 칠이 벗겨졌다고 하면 칠해 주고, 세면기나 변기 막히면 뚫어주고, 수도꼭지 망가졌으면 교체 해주고…

    우수고객이 집 이사하면 입주 전에는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랑 가서 청소하고, 입주 후에는 가서 인테리어 거들어주고, 정리해주고. 우리 업무가 아닌데도 이런 일은 꼭 휴일에 시켜요.

       
      ▲대전시청 앞 천막농성장. 

       
      ▲노숙농성 중인 조합원들. 

    지회장 : 점장뿐만 아니라 백화점 지원팀장이 새로오면 점장처럼 똑 같이 해 줬어야 했어요. 새로온 지원팀장 집엔 찾아가서 커텐 봉 달아주고 그랬습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한 지원팀장은 백화점 점장이 와인을 좋아한다고 어디서 듣고 왔는지 우리보고 와인 보관함을 제작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점장한테 점수 딸라고. 시가 백여만 원짜리 와인 보관함인데 말입니다.

    "해줘야지, 어떻게 해요"

    레디앙 : 그걸 해주셨나요?

    지회장 : 해줘야지 어떻게 해요? 안 해주고 반발하면 해고 위협이 있지 않겠어요? 그리고 여기는 다쳐도 산재 처리도 못해요. 하게 되면 퇴사 각오하고 산재 처리해야 해요. 그리고 병가 이런거 없습니다. 예를 들어 맹장수술 하게 되면 일주일 정도 입원하거나 상처가 좀 아물어야 하잖아요. 근데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출근하고 중노동 하고 그랬어요. 일주일 수술 받아 입원하면 무조건 결근, 또는 연차, 휴무로 다 써야 해요. 병가 꿈도 못꿉니다.

    백화점 기계가 고장 났을 때 시설 매니저가 저희 관리 탓으로 돌려서 우리가 직접 돈을 모아서 교체한 적도 있어요. 또, 안전장치도 없이 똥물로 가득찬 6.5M 높이의 정화조안에 들어가서 수중펌프를 고치고 오라는 오더를 내리기도 해요. 그건 분명히 해당 업체 전문가가 고쳐야 하는데 말이죠,

    A : 야간 작업을 밥먹듯이 시켜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겨울에 야간 작업 마치고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데 그날 눈이 많이 온다고 하면 되돌아와서 백화점 앞에 눈을 쓸어야 했어요. 시키는 일이 너무 고되서 오늘 작업은 여기서 중단하고 내일 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일하기 싫으면 집에가서 쉬고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정말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레디앙 : 노조를 결성한다고 하니 사측에서 회유나 협박을 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었죠?

    지회장 : 저한테는 현장 소장을 제안하면서 노동조합 하지 말라고 했고, 부지회장에게는 갈비세트, 과일세트를 집에까지 찾아가서 전해 줬어요. 십년 동안 명절 때도 그런 선물은 받아보지 못했거든요. 함께 일하는 동생들한테는 회유 문자, 협박 전화 등 온갖 작업을 다 걸었더라구요.

    A : 조합원들 집에 찾아가서 부모를 만나기도 하고 전화를 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당신네 아들 계속 이 짓 하면 다른 데 일자리도 못 구한다. 당장 그만 두게 하라"는 이야기를 전화나 직접 찾아가서 얘기하고 그랬어요.

    저에게는 "집회에 참가하지 마라. 집에서 쉬고 있으면 생활비는 대주겠다."고 제안하고 그랬어요. "해봤자 너만 손해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수없이 하구요.

    "생계비 때문에 제일 힘들죠"

    레디앙 : 투쟁하신 지 세달 째를 맞이 하고 있는데 가장 어려운 부분들은 무엇인가요?

    지회장 : 조합원들이 금전적으로 제일 힘들어 합니다. 생계비.(웃음) 실업급여 받고 있다지만 원체 적은 급여의 50%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무엇보다 당장 그게 젤 힘들죠. 그래도 식구하고 마찰이나 그런 것은 없어서 다행이지요. 이번 달은 사측이 어떻게 처리를 했는지 몰라도 실업급여도 받지 못했습니다. 죽으라는 이야긴지,…..

    A : 저는 딸한테 소홀한 게 젤 맘에 걸려요. 아직 어린 아인데… 지금은 방학이라 애가 먹을 거 해 놓고 이해 시키고 해야 하니까. 맘이 무겁더라구요. 그래도 언젠가 사측 사람이 집에 찾아와서 저희 딸을 만났대요. 근데 딸이 하는 말이 "아저씨, 누구 편이에요?" 하고 물었대요. 아무 말 못하고 돌아갔대요. 대견했어요. 눈물이 나오기도 했구요.

    지회장 : 부당한 처우 이야기하니까 계속 생각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우리가 하청이면 현장 대리인을 통해서 모든 일을 지시해야 하는데, 대부분 큰 일은 원청 롯데가 바로, 직접적으로 내렸어요. 하물며 매장에 업무 보는 분들도 업무협조전 딸랑 하나 보내고.

    업무협조전이 현장대리인을 통해 내려오는 것도 아니고 우리한테 직접 내려오고. 우리가 물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서 그렇지 원청 사용자성 인정 문제에 관한 한 롯데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레디앙 : 롯데가 직접 나서면 쉽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는 말씀인데요. 롯데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용역회사에서 동원된 사람들이 천막을 뜯어가고 있다.  

    지회장 : 롯데는 우리의 집단해고 문제와 아무 상관 없다고 자꾸 이야기하는데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 우리가 롯데백화점 앞에서 천막농성 할 때 용역깡패 동원한 것도 롯데가 직접 고용했어요. 용역깡패 한테 줄 돈으로 우리 문제 해결 했으면 벌써 해결했을 겁니다.

    "롯데가 우리와 관계없다면, 왜 용역깡패는 동원하나"

    아무 상관 없다는 그들이 왜 우리 집회신고 장소에서 정직원 동원해서 캠페인 벌이고, 각종 이벤트 열고 그러겠어요? 지난 번 롯데 사측 노무관리 담당이 내려와서 하는 말이 “우리를 인정해 주면 전국적으로 파장이 클 것”이라고 이야기 했어요.

    결국, 롯데백화점은 민주노조를 인정하기 싫은 거에요. 롯데와 싸우면서 롯데가 전면에서 나서서 탄압한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7월 1일 복수노조가 도입되는데 롯데는 내부에서 노동자들이 민주노조를 결성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싶은 마음인 듯해요.

    그냥 이대로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부려먹고 싶은 거죠. 속마음은 그거면서 현행법을 편법으로 이용하면서 자신들과는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는 거에요. 대한민국 법이 노동자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재벌들, 사용자들은 너무 빠져나갈 구멍이 많아요. 어떤 책임도 지지 않아요. 비정규직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터질 겁니다. 그만큼 처절하게 노동하고 부당한 대우를 많이 받아요. 사용자들에게 비정규직은 정말 황금알을 낳는 거위입니다.

    적은 돈으로 맘대로 일 부려먹고, 여차하면 짜르기도 쉽고… 정규직보다 더 빡세게 일해도 우린 차별받아요. 그리고 저희를 봐서도 알지만 노동기본권을 요구하기도 이렇게 어렵습니다. 참 더러운 대한민국, 쪼잔한 롯데기업입니다.

    롯데, 민주노조 원천봉쇄

    레디앙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덧붙여 주시죠.

    지회장 : 우리 조합원들이 빨리 현장에 복직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태 해결의 방법은 누가 봐도 다 알아요. 롯데 직원들도 다 알아요. 원청 한 마디면 이 모든 사태가 끝난다는 것을. 롯데 직원들도 그렇게 이야기 해요.

    그런데 롯데는 자기들 하고 아무 상관없다고 해요. 그럼 노조와 관련해서 하청하고 풀게 놔둘 일이지 왜 개입해서 사태를 여기까지 오게 하는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우릴 그대로 놔둬야 하는데 왜 원청에서 나서서 그걸 막느냐는 얘기입니다.

    A : 저도 하루속히 복직해서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현장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 * *

    현재 민주노총 대전본부와 롯데백화점지회 노동자들은 대전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곳을 거점으로 롯데백화점과 지역 롯데마트 등을 돌며 널리 홍보하고 있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은 저녁 7시에 롯데백화점 앞에서 촛불집회가 열린다. 또한 온라인에서 롯데 불매운동 홍보도 한창이다. 이런 연대 활동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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