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석회의, 진보대통합 만들 수 있나?
    2011년 01월 26일 11:1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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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진보대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더 나아가 진보개혁 진영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통합 경로에 대한 ‘진언과 고언’들이 중원의 고수는 물론 장삼이사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0년 말까지 진보정당들은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구성에 합의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아직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당사자들의 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경우 진보정당 통합의 핵심 두 주체인 것은 분명하지만 당내 의견도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당위론’만 무수히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분열은 공멸이라는 문제의식과 대중의 요구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때 정치적 조직으로서 치명적 ‘응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진보정당 사이의 통합 논의를 가능하게는 만들긴 했으나, 셈법들이 다르다.

진보양당이 분당이 괜한 것이 아닌 것처럼, 어떤 형태로든 또다른 통합 역시 그리 쉬운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분당 원인이 해소돼야 실질적인 통합 논의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2012년을 준비하는 각 당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진보정당 사이의 통합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레디앙>은 통합논의가 본격 궤도에 진입할 수밖에 없는 2011년을 맞아 구 민주노동당의 분당 이후를 돌아보고 그동안 벌어졌던 통합논의의 흐름을 진단하며 향후 통합논의의 미래를 예측하는 기획기사를 준비하였다. 이 기획은 모두 8회 연재될 예정이다.<편집자 주>

지난 20일,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안효상 사회당 대표와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이학영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 상임대표, 김세균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이하 진보교연)’ 대표가 국회 귀빈식당에 모였다. 바로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열린 것이다.

지난해 12월7일 이정희 대표와 조승수 대표가 연석회의 구성에 합의한 이후 그 구성과 의제를 놓고 진통을 겪어왔던 연석회의가 드디어 그 첫 발을 뗀 셈이다. 진보대통합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마련된 셈이지만 과연 연석회의가 진보대통합을 성사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열린 진보진영 대표자 1차 연석회의(사진=정상근 기자) 

연석회의는 이날 ‘합의문’을 도출해 내었으나 이 합의문은 지난 12.7 민주노동당-진보신당 합의문에 비해 크게 진전을 이루어냈다고 보기 어렵다. 2011년 통합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가 눈에 띌 뿐, 실질적으로 통합의 쟁점에 대한 해소가 담겨있지 않다. 양 당 일각에서 “이정도 합의문을 도출하는 것은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하다”는 냉소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연석회의 합의문이 단지 예전 (민주노동당-진보신당)합의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실망”이라며 “2012년 총선을 고려했을 때 최소 3월 중에는 결판을 내야 하는데 아무것도 좁히지 못하고 연석회의를 끝냈다면 오히려 통합이 더 멀어진 것으로 봐야 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통합파 측 한 인사도 “연석회의가 열린 것 자체가 중요하지만 참여주체들이 모여 좀 더 진전된 합의안을 만들었어야 한다”며 “통합논의가 벌어지기 시작한 지도 오래된 만큼, 이제 기대감도 줄어든 국민들에게 진보정당들이 통합에 대한 명확한 의지를 전달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은 ‘분당 당시의 문제점 해소’와 ‘진보대통합의 주체’ 등 핵심 쟁점들을 연석회의 내에서 풀어내지 못한데 따름이다. 민주노동당은 애초 주장하던 양당 중심성을 유보하고 진보신당은 분당 쟁점 해소를 양보함으로서 우선 연석회의를 만들어 내었지만 문제는 여전히 해당 쟁점이 살아있다는 점이다.

우선 양당 중심성과 관련, 민주노동당은 우선 연석회의의 틀을 마련하긴 했지만 연석회의 내에서도 양당 중심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이정희 대표는 당시 모두발언을 통해 “양 당이 중심축 역할을 확실히 해야 연석회의의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연석회의에 참석한 대표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해 양당 중심에 연석회의가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민주노동당 인사들 역시 연석회의란 틀이 구성되어 있지만 그 중심은 양당이 되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으며 이는 연석회의 중심으로 통합 문제를 논의하고자 하는 진보신당과는 분명히 다른 입장이다. 향후 연석회의 실무일정이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이같은 문제의 연속선상에 있다. 민주노동당 측은 지속적으로 양당의 협의를 계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은 25일 진보신당에 ‘양당 1차 실무협의’를 공식 제안하면서 양당 중심성을 본격적으로 잡아가려 하지만 진보신당은 “연석회의 실무협의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진보신당의 관계자는 “양당의 통합기구를 둔 적이 없고 양당 논의를 공식화하자고 한 적이 없는데 이런 공식제안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분당 당시의 문제점 해소라는 쟁점으로 넘어가면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진보신당 내에서는 애초 이 부분을 합의문에 명시하고자 했으나 연석회의 성사를 위해 이 부분을 제외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정희 대표가 모두발언을 통해 “끌어안고 가자”며, 조승수 대표가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각자 다른 얘기를 한 것도 연석회의의 난항을 예상케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연석회의 내 뿐 아니라 진보신당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대표단 회의 자리에서는 협상단 교체 요구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은주 진보신당 부대표는 24일 당 게시판을 통해 “당 대표단 회의에서 통합의 시기를 ‘2011년’으로 못 박는 것은 특정시기를 명시하지 않도록 하며, ‘분당의 원인 해소와 진보정치의 혁신을 위해 노력한다’ 는 문구를 삽입키로 결정했으나 합의문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무협상 자리에서 박용진 부대표와 한석호 사무총장이 다른 내용은 다 얘기해서 협상하고 조율했으면서 어떤 문제들 보다 중요한 (분당원인 해소)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당의 공식 실무협상 대표들이 당의 공식 입장을 본인들 마음대로 선별하여 논의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연석회의’라는 이름의 통합진보정당 열차는 출발했지만 몇 차례 연착된데다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언제든 고장으로 멈춰 설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로 보인다. 일단 열차가 출발했다는데 그 의의를 둘 수야 있겠지만 쟁점에 대한 갈등은 이 열차가 목적지에 제대로 도착할지, 중간 고장으로 귀착할지 섣불리 감 잡을 수 없는 상태다.

최근 민주노동당 일각에서는 정지된 통합열차를 밀기 위한 노동현장 조직운동을 벌이고 있다. “양당 지도부가 통합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아래로부터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의지다. 진보신당 통합파는 최근 벌어진 당내 여론조사를 근거로 통합여론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박용진 부대표는 <오마이뉴스>기고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열차의 도착지가 “정말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맞느냐”고 주장하는 독자파들은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파나 독자파나 ‘진보의 성장과 집권’이라는 최종목표는 같다. 하지만 이번 통합논의를 거치며 당 내, 당 대 당 관계에 있어 양측의 신뢰는 오히려 더 떨어진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미 출발한 연석회의호 통합열차는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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