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체벌은 없다"
By mywank
    2011년 01월 25일 04: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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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간접체벌을 허용하고, 학교장이 학칙을 통해 학생의 권리행사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추진에 대한 논쟁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체벌 문제의 당사자인 학생들은 그동안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밝힐 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채, 어른들의 논쟁을 ‘언저리’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간접체벌 문제에 ‘할 말 많은’ 중고생들과 탈학교 청소년들(스스로 학교를 그만 둔 청소년)이 답답함을 참지 못해, 25일 오전 11시 서울 대학로 흥사단 본부에 모여 ‘청소년 긴급 성토대회’를 열었다. 행사 진행도, 발언도 모두 학생들이 ‘주체’가 된 자리였다. 다만 ‘학생인권·학교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교과부 시행령 개악저지 대책모임'(대책모임)이 이들의 행사를 지원해줬다.

청소년의 시각으로 본 간접체벌

어른들의 간섭이 없었던 자리였던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거침없고 발칙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특히 간접체벌 허용방침을 밝힌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나 이를 반기는 보수성향의 일선 학교장들은, 이날 중고생, 탈학교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까이는 날’이었다. 우선 팔굽혀펴기, 운동장 돌기 등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간접체벌’이란 용어에 대한 참가자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25일 흥사단 본부에서는 교과부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 추진에 반발한 중고생, 탈학교 청소년들의 성토대회가 열렸다 (사진=손기영 기자) 

경기 의정부고 1학년 김석민 군은 “교과부가 간접체벌을 허용한다는데, 도대체 간접체벌과 직접체벌과 뭐가 다른지, 이 말을 지어낸 이주호 장관은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따졌고, 탈학교 청소년인 ‘어쓰’(닉네임·19)는 “간접체벌은 교과부가 발명한 말이다. 몽둥이로 때리는 건 직접체벌, 기합을 주는 건 간접체벌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이는 체벌 허용 방침에 대한 비난을 피하려는 일종의 ‘꼼수’이다. 간접체벌이란 말 대신, 앞으로 솔직히 까놓고 기합이나 얼차려라는 말을 쓰라”고 꼬집었다.

신체 단련 등 ‘교육적 훈육’을 위해 간접체벌을 허용하자는 주장을 비판하는 농담 섞인 주장도 제기됐다. 수원 매현중 3학년 김성호 군은 “진정으로 학생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팔굽혀펴기나 오리걸음으로 운동장 돌기 등 무식하고 굴욕적인 방법 말고, 차라리 공짜로 헬스장에 다니게 해달라. 언제 시간이 된다면, 이 문제를 이주호 교과부 장관과 자유롭고 편하게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장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신"

일선학교의 학칙으로 간접체벌을 허용하기 위해, 학교장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교과부의 방침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제기됐다. 서울 삼각산중 3학년 최훈민 군은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은 ‘학교의 신’이다. 말 한마디면 학교의 모든 일이 백지화된다”며 “학생들이 교장선생님한테 말 한마디 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교장선생님한테 과도한 재량이 주어진 것 같다”고 자신의 학교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 영상고에 다니는 남학생도 “학교 교장선생님께 ‘해맑게’ 인사를 하면, 받아주지 않고 ‘씹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 학교는 사립 학교이자 기독교재단 학교여서 지금 교장선생님이 학교에서 ‘독재’하다시피 하는 상황”이라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돼 교장선생님의 권한이 지금보다 더욱 강화된다면, 학생들은 학교에서 숨 쉴 공간조차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성토대회에서는 (간접)체벌 문제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을 둘러싸고, 참가자들 간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회적 인식 변화를 통해 학교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과, ‘어른들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인식을 바꿔 학생들의 힘으로 문제를 극복하자는 주장이 맞섰다.

서울 삼각산중 3학년 최훈민 군은 “학생이 먼저 바뀌면 좋겠지만,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되긴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사회가 바뀌어야 학교가 바뀌고, 학교가 바뀌어야 학생들의 교육환경이 바뀔 수 있다. ‘잘못된 입시제도’ 때문에 오늘 오지 못한 학생들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가 변해야" vs "학생이 행동해야"

반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남학생은 “‘노동계의 전설’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호랑이 굴에 호랑이를 잡으러 간다’고 큰 소리를 쳐놓고서, 결국 ‘호랑이’가 돼서 나왔다”며 “체벌 문제를 어른들에 맡길 게 아니라, 차라리 ‘권력의 맛’을 모르는 우리의 힘으로 바꿔가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 매현중 3학년 김성호 군은 “교과부, 교육청이 체벌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것보다, 우리들이 먼저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며 “학교에서 인권침해를 당한 것에 항의하고, 친구들과 팀을 짜서 교장선생님과 ‘맞장’을 뜨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성토대회에는 중고생, 탈학교 청소년 등 10여명이 참석했으며, 2시간 가량 간접체벌 문제 등에 대한 열띤 발언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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