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까지 팔 걷고 언론 보복"
        2011년 01월 25일 03: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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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해부대의 피랍 해적 진압 및 선원 구출작전과 관련해 1차 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사실을 보도했던 부산일보와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에 대해 국방부가 정부 모든 부처에 해당 언론사 기자의 출입금지 및 보도자료 제공중단 조치를 요청한 데 이어 청와대가 가장 먼저 출입기자 등록취소 등의 강경조치를 취하자 “국익을 빙자한 언론탄압이자 보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출입기자 등록 취소

    국방부는 지난 21일 38개 부처·청 기관장 및 대변인에게 이들 3사의 기자실 출입제한과 사전보도자료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 24일 청와대는 부산일보 출입기자의 출입정지 1개월, 미디어오늘과 아시아투데이 출입기자 등록 취소 결정을 해당 언론사에 통보했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선 국민의 알권리를 크게 제약하고, 정부와 군의 보도통제에 따르지 않은 언론사에 대한 보복조치라는 지적이다.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은 이날 밤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미디어오늘 등의 보도와 관련해 “1차 인질 구출작전 실패에 대한 보도가 작전과 안전에 심각하게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개연성이 낮은 상황에서 엠바고 파기를 내세워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그 보도가 과연 어떻게 국익에 손상을 가져왔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재의 수위 자체도 지나치고 매우 감정적”이라며 “과거 이런 전례가 있었는지도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우 회장은 1차 작전 실패 보도의 평가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와 국익의 조화는 언론과 정부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결과적으로 큰 희생없이 끝난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나 언론보도가 심각하게 잘못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방부에 청와대까지 나서서 이런 제재를 하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훼손하고 언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정 언론에 분풀이 의문

    우 회장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배경에 대해 “국방부가 그동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태 등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의식해 이번 구출작전 성공의 홍보를 통해 일거에 만회하고, 특정 언론에는 분풀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우 회장은 특히 "엠바고가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면 언론이 알아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1987년 민주화 이후의 언론문화였으며, 그것이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 회장은 “이번 작전이 실패했을 경우에도 이런 제재를 했을지 의문”이라며 “국익을 빙자해 특정 언론에 역공하겠다는 보복적 성격이 강하다”라고 평가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도 “부산일보를 통해 이미 보도된 상황에서 엠바고를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며, 엠바고는 종료됐다고 봐야 함에도 이를 인용 보도한 매체마저 중징계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일부 특정 매체만 골라서 이런 조치를 벌인 것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특히 “작전이 끝나고 난 뒤 작전상황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는 국방부의 행태를 볼 때 과연 정부가 선원의 안전이나 군사작전의 보안을 지키고자 했는지 그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엠바고가 성립될 수 있는 개념인지, 언론이 군사작전의 위험성에 침묵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나왔다.

    엠바고 수용 여부는 언론 스스로가

    노종면 언론노조 민실위원장은 “엠바고란 한 곳이라도 보도하는 순간 깨지고 이를 주워담을 수 없는 개념”이라며 “또한 부산일보, 미디어오늘, 아시아투데이는 엠바고에 합의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엠바고를 수용하고 안하고는 언론 스스로 책임지고, 여론의 평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작전 실패를 보도한 3사의 판단에 대해서도 “이미 내용이 보도됐고, 널리 알려진 마당에 지속적인 보도를 통한 실익이 분명히 있다”며 “1차 작전 실패로 인해 인질의 생명과 안전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에서 작전에 신중을 기하라는 말을 하는 것은 언론의 임무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상황으로 되돌아갔다고 해도 그같은 상황에서 군의 (무모한)작전을 견제하고 말려야 할 필요성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위원장은 국방부의 고강도 취재제한과 청와대의 출입기자 등록취소 조치에 대해 “작전이 성공했기 때문에 이렇게 결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실패했다면 이렇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노 위원장은 “정부가 자신들의 입장에 협조하지 않은 언론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출입기자 등록을 취소한다는 것은 언론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정부 입장에 반하는 보도를 하는 매체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같다”며 “현실적으로 작전 실패 사실을 보도하거나 인용보도한 것에 대해 기사삭제를 요청한 것은 협조요청에 불과한데, 이를 거부했다고 관이 나서서 등록취소 결정까지 한 것은 폭거이자 언론통제”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보도가 되기까지 원인제공은 군사작전을 선택한 정부가 해놓고, 청와대까지 중징계에 나선 것은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전술적 판단이 깔려있다”며 “작전 성공 이외의 어떠한 이론도 나오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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