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촉즉발 위기에서 남북대화로
    천안함과 연평도 분리 대응해야
        2011년 01월 24일 12: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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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한 달 전까지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일촉즉발의 대결 상태에 있었던 남북한 군당국이 대화 테이블에서 만날 예정이다. 북한이 1월 20일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하자 이명박 정부도 이를 수용해 고위급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예비회담을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작년 한해 열전(熱戰)을 방불케 한 전면적 대결을 벌였던 남북한이 관계개선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남북대화의 성패는 6자회담 재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대단히 높다.

    이번 남북대화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남북관계 정상화의 기초를 마련한다면, 지체되었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에 탄력이 부여되는 것은 물론이고, 신냉전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도 일대 전환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대화가 전격 성사된 배경에는 미중 정상회담을 전후한 북한의 치밀한 대화공세가 자리잡고 있다. 올해 들어 북한은 신년사설, 연합성명,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 등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남북대화를 제의해왔다.

       
      ▲미중 정상회담. 

    그리고 한국시간으로 20일 새벽 미중간에 정상회담 성명이 채택되자마자, 북한은 이날 오전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명의로 김관진 국방장관에게 전통문을 보내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했다. 북한의 일련의 행보가 미중 정상회담을 지렛대로 삼아 남북관계를 비롯한 대외관계의 일대 전환을 꾀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북한, 전방위적 관계개선 추구 

    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진정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는 데에 있는지, 아니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처럼 북중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명분쌓기용’인지는 불확실하다. 필자의 견해로는 북한은 일단 두 가지 모두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 보인다. 

    북한이 남북대화를 일회적으로 제안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그것도 대화 상대와 형식, 그리고 의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한 스스로도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현실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없이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북한이 모르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은 남북관계와 북미, 북일관계 및 6자회담 등 총체적인 대외 관계 개선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선포한 ‘2012년 강성대국론’을 위해서는 경제난 해소가 시급하고 이를 위해서는 “평화적인 대외 환경 조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북 ‘대화’가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 있다. 북한의 대화 제의에 “진정성이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이명박 정부는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포함한 “군사적 현안 해결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고 나서야 남북대화를 수용키로 했다.

    이처럼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을 대화 의제로 삼는데 동의했고, 이에 앞서 오바마-후진타오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진지하고 건설적인 남북대화가 필수적 조치라는 데 동의”하자, 이명박 정부도 더 이상 대화를 거부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남북대화가 필요하다는 자발적인 동기보다는 상황에 떠밀려 마지못해 대화에 응한 것이라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남북대화가 관계개선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전망은 첫 대화 의제가 천안함과 연평도인만큼, 양측이 이견을 좁히고 합의점에 도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분석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및 추가 도발 방지에 대한 확약”을 고위급 회담의 의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고위급 군사 회담 제의에서 “천안호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는 문제를 의제로 삼자고 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관문은 천안함 침몰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말하는 책임 있는 조치란 북한이 천안함 공격을 시인하고 이에 대해 사과 및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대화 과정에서 이보다 수위가 낮아질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의 출발점은 ‘시인’에 있다는 점에서, 천안함 침몰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북한의 ‘견해’와 충돌할 소지는 여전히 크다. 오히려 북한은 천안함 침몰 원인 재조사를 요구하고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 이렇게 될 경우 남북 군사회담은 시작부터 삐그거덕거릴 수밖에 없다. 

    연평도 포격전을 둘러싼 갈등도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북한이 민간인 사상자 발생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포격전의 책임은 남한의 포사격 훈련 강행과 북방한계선(NLL)의 불법성에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발 방지도 결국 남북간의 첨예한 대결선인 NLL 문제로 환원될 수밖에 없고, 과도적인 재발방지책을 둘러싸고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명시된 10.4 선언 이행이 필요하다는 북한의 입장과 이를 꺼려하는 이명박 정부의 입장 차이도 여전히 클 전망이다. 

    북한은 또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전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이 한반도의 불안한 정전상태에 있다며, 가장 시급하고도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은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대체에 있다는 ‘견해’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서해 사태는 북한의 군사 모험주의 있다고 반박하면서,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것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남북한 대화 이후 또 다시 각자의 길로?

    이렇듯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는 또 다시 북한의 진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 관광 및 인도적 사업 재개 등 북한이 원하는 남북대화를 거부하면서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해나갈 것이다.

    북한 역시 남북관계 개선이 여의치 않을 경우 ‘남북대화를 위해 할만큼 했다’고 주장하면서 북중관계 공고화 및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를 향해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북미대화와 6자회담 재개,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자 핵문제와 관련해 파격적인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상식적인 얘기이지만, 문제를 풀고자 하면 ‘해법’을 찾으려 하고 문제를 피하고자 하면 ‘구실’을 찾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바로 구실찾기와 다름없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유연하고도 실용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크게 세 가지를 주문하고 싶다. 

    첫째,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기가 여전히 어려운 천안함 침몰과 북한의 명백한 포격으로 발생한 연평도 사태에 대해 분리 대응이 필요하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서는 ‘남과 북은 천안함 침몰에 따른 사상자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이러한 불행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는 수준의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연평도 포격전과 관련해서는 ‘북은 연평도 포격에 유감의 뜻을 표하고 남과 북은 정전협정의 준수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재발 방지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회담의 정례화 및 다양화를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 증진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다면, 이는 2000년과 2007년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군사적 긴장상태에 있는 당사자간의 국방장관 회담은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의 중요한 초석이 되는 만큼, 이번 회담을 통해 국방장관 회담의 정례화에 합의한다면 그 의의는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또한 한반도 군사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남북간의 교류협력 재개가 중요하고 최고위급 수준의 정치적 결단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남북장관급회담 및 특사 교환, 그리고 정상회담도 타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이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회담을 마냥 거부할 것이 아니라 이를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 및 비핵화 촉진의 기회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대체는 상호간의 불가침 약속 및 이를 위한 군비통제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안보를 보다 튼튼히 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도 효과적인 방식이다.

    또한 북한이 핵폐기의 조건으로 평화협정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평화협정 논의 개시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카드이기도 하다. 이번 군사회담에서 평화협정 논의 개시에 합의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공감대만이라도 형성한다면, 이후 남북대화와 6자회담은 상당한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남북 군사회담은 한반도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3월은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와 천안함 침몰 1주기가 있다는 점에서 2월까지 남북관계 및 이와 연동된 6자회담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한반도는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한이 자주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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