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용자단체 구성, 교섭 의무화해야"
    By 나난
        2011년 01월 22일 12: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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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7월부터 복수노조 시대가 열린다. 그간 노동계는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복수노조 시행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복수노조 시행 6개월을 앞둔 현 시점에서 노동계는 깊은 고민에 빠져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21일 오후 민주노총이 ‘복수노조 시대, 노조환경 변화와 주요 쟁점’ 연구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 참석자들은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제약받는 현실”을 지적하며 “무늬만 복수노조 허용”이라는데 입을 모았다.

    "무늬만 복수노조 허용"

    지난 6일 고용노동부는 ‘복수노조 업무 매뉴얼’을 전국 소속기관에 배포했다. 매뉴얼 내용에 따르면 복수노조 제도의 핵심은 사업(사업장) 단위에서 2개 이상 노동조합을 자유롭게 설립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단, 교섭창구는 단일화해야 한다.

    단체협약이 만료되기 3개월 전, 교섭을 요구하고 복수의 노조는 자율적으로 단일화를 이루든가, 조합원의 과반수를 점하는 노조가 교섭 대표노조 자격을 얻어 하나의 창구로 교섭을 진행하는 것이다.

    문제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따라 소수노조의 경우 단결권은 보장되지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사실상 행사할 수 없게 되며, 설사 다수노조라도 실질적으로 단결력을 극대화하는 데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쟁의행위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한 노조 전체 조합원의 투표로 과반수 찬성일 때 가능하다.

    따라서 교섭창구 단일화는 헌법 제11조 1항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헌법 제37조 2항을 위배한 기본권의 과잉 침해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 지난 21일 오후 민주노총이 ‘복수노조 시대, 노조환경 변호와 주요 쟁점’ 연구발표회를 가졌다.(사진=이은영 기자)

    이날 발표회 토론자로 참석한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은 고용노동부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한 것에 대해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이 자주적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즉 노동3권을, 노조법 제29조는 ‘노조는 교섭과 체결권을 가진다’는 등 노조의 교섭권한을 고유권한으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이를 행정절차로 제한하는 건 법리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창구단일화 강제는 헌법적 기본권 제한

    아울러 그는 개정 노조법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규정한 것과 관련해 “이는 강행규정이 아닌 ‘당사자 의사에 의해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임의 규정”이라며 “이는 교섭절차를 정한 부분이기 때문에 사실상 (노사) 당사자 간 합의가 되면 별도의 절차에 따른 교섭이 허용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 역시 창구단일화가 임의 규정이기에 “교섭 요구 자체가 정당성 없거나, 불법이라고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재국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 역시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복수노조에 교섭창구 단일화를 끼워 넣은 것은 ‘이이제이(以夷制夷)”라며 “사용자들이 노린 노림수는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란 노조 간 갈등구조를 만들어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의 교섭권을 하위 법률로 무력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교섭창구 단일화 도입으로 인해, 노사관계 상의 이견에 따라 노조 분화, 산별노조 무력화, 조직된 조합원의 과반수 차지를 위한 노조 간 경쟁, 과반수 노조 부재시 노조 간 연합 위임 등 이합집산, 분할노조 간 및 기존-신설노조 간 주도권 경쟁, 사업장 내 근로조건 문제로 교섭 제한, 교섭 중심-성과 중심 교섭 관행 등이 야기될 것이 우려되고 있다.

    결국 민주노조는 약화될 것이며, 창구단일화라는 벽에 막혀 근본적인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역시 박탈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수노조 대응과 관련해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움직임은 미약하다. 지난 2010년 1월 1일 새벽, 개정 노조법이 통과될 때부터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주장했지만, 외침만 있을 뿐 행동은 없었다.

    "민주노조 진영 위기의식 약하다"

    창구단일화를 통해 교섭대표 노조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노조는 교섭은 물론 단체행동권까지 제한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동진영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민주노조가 다수라고 해도,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지 않으면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쟁의결의가 힘들어지고, 소수노조일 경우 독자적 쟁의는 더욱 불가능하다.

    이에 이날 토론회에서도 “노조법 전면 재개정 투쟁 없이 자주적 단결권 실현 역시 있을 수 없다”며 “복수노조 의제에 대한 접근 기준이 ‘유리-불리’가 아니라 ‘원칙’에 터를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복수노조 대응과 관련해 민주노조운동 진영은 위기의식이 약하고, 대응속도가 느리며, 사업장별 또는 산업연맹 간 대응의 편차가 크고, 산하 각 연맹별로 고립분산적 대응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산별노조, 산별교섭을 발전시키기 위한 조직확대 전략과 노동악법과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투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나 실장은 현재 노동진영의 현실을 반영해 “노조법 전면 재개정투쟁이 해답이지만, 현재 노동조합의 투쟁력으로 당장 돌파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기치로 내걸되, 이것이 실제 가능하도록 조직적 준비를 해나가는 것과 함께 구체적인 법제도 개선 항목을 제기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끈질긴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현행 복수노조제도가 산별교섭, 산별노조를 무력화하는 독소내용을 갖고 있으므로 △사용자단체 구성 의무화 △사용자단체 법인화 △교섭창구 강제단일화 대상에서 초기업노조 제외 △노사합의에 의한 산별교섭 보장 △산별협약의 효력확장 제도 등을 쟁취하기 위한 대사용자-법제도 개선 투쟁을 벌이자는 것이다.

    교섭권 제한 의도

    불안전노동 철폐연대 윤애림 법률위원은 “잘못된 창구단일화를 뛰어 넘고, 잘못된 노조법을 바꾸는 방향으로 운동을 만들어 나가는, 즉 운동의 총론 방향을 흔들리지 말고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80년대 대표적 악법이었던 복수노조 금지를 97년 노조법을 통해 ‘기업별 노조가 아니면 복수노조가 아니’라는 판결을 이끌어내며 초기업단위나 지역노조를 만들어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2010년 통과된 노조법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지금까지 인정되어 온 ‘초기업 단위노조’를 제외하는 것에 대해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백번을 양보해, 같은 사업장 동일 노동자에 대해 동등한 교섭 내용을 통한 동일한 노동조건을 확보한다는 논리일 때만 창구단일화를 인정할 수 있다”며 “그 외에는 헌법의 노동3권을 하위법인 노조법이 제한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비정규직 등 간접고용 노조의 교섭과 관련해 “창구단일화는 교섭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고, 교섭권을 제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장치임을 기억해야 한다”며 “간접고용 노동자와 관련해 고민해야 할 지점은, 창구단일화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원청을 상대로 한 사용자성 책임 인정과, 원청노조와의 동일한 단체협약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민주노조 운동의 의제를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복수노조 시대, 노조환경 변화와 주요 쟁점 연구발표회’는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의 발제를 중심으로 토론됐다. 지정토론에는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 장영석 노동인권 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부회장, 윤애림 불안전노동 철폐연대 법률위원,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준비위원회 정책팀장, 박유순 금속노조 기획실장,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김재국 사무금융연맹 사무처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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