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발적 이직 실업급여 지급 문턱 낮춰야"
    By 나난
        2011년 01월 21일 01: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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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업급여는 실업자의 재정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180일 이상 고용보험 납부라는 기여조건과 본인의 귀책사유로 인한 이직인 아닌, 즉 비자발적 이직사유, 구직활동 요건 등을 충족할 때 구직급여는 지급된다.

    광범위한 사각지대

    지난 2009년 경제위기 이후 고용보험제도는 그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현재 1인 이상 사업장과 일용직 노동자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용보험 적용대상이지만 미가입자, 자발적 이직자, 15시간미만 근로자, 특수형태 근로자, 가사근로자 등과 같은 고용보험 비적용 대상자, 영세자영업자 등을 포함해 지난 2009년 8월 기준 약 1,000만 명 이상이 고용보험 사각지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전체 취업자의 43%를 넘고, 임금근로자만을 볼 경우 32%를 넘는 수치다.

    이렇듯 한국사회엔 실업자를 위한 고용보장제도가 존재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의 불안정과 양극화를 줄이기엔 미비한 수준이다. 따라서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노동시장 재진입을 돕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소득지원과 구직촉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2009년 4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실업급여 비수급 실직자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직한 지 1년 미만 전직 임금근로자 가운데 실업급여를 받는 비중은 11.3%에 불과하다. 실직 임금근로자가 실업급여를 수급하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고용보험 미가입이 45.0%로 가장 높았으며, 이직사유 미충족이 22.9%, 피보험단위기간 미충족이 11.1%로 그 뒤를 따랐다.

    비수급 요인으로 ‘이직사유 미충족’이 높게 나타난 것은 실업급여 적용대상에서 자발적 이직자를 배제하고 있는 수급요건의 엄격성 때문이다. 또한 ‘18개월 내 180(6개월)일 이상 보험가입’이라는 피보험기간 요건은 비정규직 근로와 실직의 증가로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노동시장 조건에 맞게 개선돼야

    이은미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정규직 근로자가 고용보험에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이 ‘자발적 이직’으로 인한 것이었다”며 “비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18개월 내 180일 이상 보험가입’이라는 수건 요건이 실업급여를 수급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구직급여는 평균소득의 50%로 책정돼 있으나 실제로 소득대체율도 40% 수준으로 낮은 편이고, 수급기간도 평균 4개월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현행 고용보험법 실업급여제도는 까다로운 수급조건, 짧은 수급기간, 낮은 소득대체율 등으로 실직 시 소득상실의 위험으로부터 실직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급여대상, 피보험기간, 지급기간 등을 노동시장 조건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자료=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2009년 4월 발표한 ‘고용안전망과 활성화 전략연구’에 따르면 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수급요건은 기여요건이나 구직활동 요건 측면에서 다른 나라와 큰 차이가 없지만, 이직사유 요건에 대한 제재는 엄격한 편이다. 우리나라는 자발적으로 이직한 경우 실업급여 수급권이 완전히 박탈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정 기간 동안 급여지급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제재하고 있다.

    수급요건 완화돼야

    이에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준표 민주당 의원은 실직자보호의 유일한 수단인 고용보험이 사회안전망으로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보험법’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고용보험 가입자에 대한 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고, 고용보험에서 배제돼 있는 취약계층의 소득지원 대책 마련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당시 홍 의원은 개정안에서 ‘18개월 내 180일 이상 보험가입’이라는 수급요건을 ‘120’일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잦은 실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증가로 현실적으로 180일이라는 수급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피보험 단위기간은 근무일, 유급휴일 등 임금이 지급된 날을 합한 것으로 무급휴일은 제외된다. 하지만 현행 고용보험법은 주5일제 근무를 하더라도 고용형태에 따라 유급휴일을 하루로 적용하기도, 이틀로 적용하기도 하는 상황에서 구직급여의 수급요건의 피보험 단위기간을 일률적으로 180일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문제시되고 있다.

    즉, 정규직 근로자는 주 5일을 근무하면 피보험 단위기간을 7일로 인정받아 6개월을 근무하면 구직급여 수급 요건 180일이 충족돼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청년인턴과 일용직 근로자, 희망 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주 5일을 근무해도 피보험 단위기간이 6일만 인정돼 정규직 근로자보다 1개월 이상을 더 근무해야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이은미 간사는 “비정규직의 경우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하더라도 180일이라는 수급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제도를 보완해 고용보험제도가 제대로 실업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180일 수급요건 채우기 어려워

    또 개정안은 구직급여 수급기간 역시 현행 구직급여는 피보험기간 및 수급자의 연령에 따라 90일~240일까지 지급되나, 평균수급일수는 120일(4개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 따라 구직급여 소정급여일수를 최장 360일로 연장하여 실직자의 생계보장 기능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자발적 이직자에 대한 실업급여도 지급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실업급여 수혜율이 낮은 원인 중 하나가 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 지급을 금지하고 있는 수급요건의 엄격성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 자발적 이직자라 하더라도 대부분 3~4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되, 엄격한 구직활동과 직업훈련을 전제로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3개월간의 유예기간과 적극적인 구직활동 및 직업훈련을 전제로 자발적 이직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해야한다는 것이다.

    또 IMF, 세계경제위기 등으로 영세자영업자, 청년실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동시장의 약자에게 그 고통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고용안전망 구축 역시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나 이들 취약계층이 고용보험 적용대상이나 미가입 되었거나,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보호망이 시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홍 의원은 개정안에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서는 고용보험에서 배제되어 있는 취약계층 근로자에 대한 소득지원과 구직촉진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일정소득 이하의 실업급여 수급이 종료된 실업자, 고용보험에 가입하였으나 피보험단위기간이 120일 미만인 실업자, 영세자영업자, 청년실업 등 신규실업자 등에게 최저임금의 80%를 구직촉진수당으로 최장 180일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자영업자, 노동시장 신규 진입자, 고용보험 적용대상이지만 실업급여 수급요건 미충족자, 실업급여 소진자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축소를 위해 이들에 대한 취업 지원을 활발히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선 취업지원, 후 생계지원으로"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선 취업지원, 후 생계지원 방식으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과 근로유인보상 등의 활성화 정책을 실시하고, 활성화에 대한 참여 유인을 높이기 위해 생계지원을 결합함으로써 노동시장에 안정적으로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실업부조라는 것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면 국가가 급여를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데 그것보다는 더 나은 일자리로의 취업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의 저소득층은 장기적으로 실업 상태에 머무르지 않으며 노동시장 이탈 성향도 낮기 때문에 더 나은 일자리로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일본에서는 실업급여 수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저소득 실업자에게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과 참여수당을 연계하는 방식의 고용안전망 구축을 위한 법제화가 추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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