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열차 출발, 종점 도달 가능할까?
        2011년 01월 20일 03:10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20일 열린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에서 진보진영 대표자들은 “2011년 내 진보대통합-새진보정당 건설 노력, 당면현안 공동대응과 대중적 진보대통합 운동 전개, 연석회의 확대발전” 등 3개 항에 합의했다.

    연석회의로 통합논의 일원화 의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해 12월7일 처음 연석회의 구성에 합의한 이후 44일만의 성과로, 이번 합의는 진보대통합 움직임이 수면 위에서 본격화되었다는 것과 각계에서 펼쳐져온 진보대통합 움직임이 연석회의로 일원화되었다는 데 우선적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정상근 기자) 

    그러나 연석회의는 이제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고, 진보대통합에 대한 각 당내 이견, 진보대통합을 둘러싼 각 정당 간 쟁점은 여전히 지뢰처럼 남아있다. 첫 대표자회의에서 합의문을 도출했다는 자체가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원론적인 언급에 그치고 있으며 쟁점사항에 대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또한 연석회의를 둘러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의 시각 차이가 아직도 좁혀지지 않고 있어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이번 합의문 내용은 크게 새로운 진보정당의 주체와 가치에 관한 것으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 시기 문제가 언급돼 있다. 우선 새로운 진보정당이 공유할 공동의 가치는, ‘한반도 평화 실현, 비정규직 철폐, 한미FTA 폐기, 민중생존권 쟁취, 생태환경 보존’(합의문 2항)이다. 합의문 3항에 언급된 반신자유주의와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생태환경까지 포함된 것으로 지금까지 다양하게 논의돼왔던 ‘가치’ 문제를 일단 정리했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쟁점이 되었던 주체와 관련,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양 당 중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으나 연석회의는 사회당, ‘진보정치세력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 모임(진보교연)’ 등 7자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국민참여당까지 포괄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참여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통합 공동가치 ‘일단 정리’

    진보신당과 사회당은 물론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국민참여당과의 합당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세력이 많아 국민참여당의 진보대통합 합류 문제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시민회의의 참여로 국민참여당 합류에 대한 논의의 장은 열려있게 됐다. 각 당 내에도 제한적이나 국민참여당 합당에 긍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세력도 있어 향후 이 문제는 관심 사안 중에 하나로 남아있다. 

    ‘통합의 시기’가 합의문에 언급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동안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상반기 내 통합을 주장해왔고 민주노총도 “최대한 빨리”할 것을 주문해왔다. 반면 진보신당은 3월 당대회 이전 합의문에 2011년을 명기하는 것에 상당히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합의문에는 2011년이 포함되었다. 대신 ‘통합한다’는 확정적 표현 대신 ‘노력한다’로 표현이 다소 완화되었다. 민주노동당 측에서는 애초 ‘통합한다’는 확정적 표현을 주장했으나, ‘노력한다’로 한 발 물러섰고, 진보신당은 2011년을 명기하는 방향으로 이번 합의문 내용을 타협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12년 총선 전에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연석회의 내 강하게 형성된 탓으로 보인다. 진보신당 대표단 내에서는 2011년 표현을 제외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조승수 대표가 명기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회당도 2011년 통합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진보교연 김세균 서울대 교수도 ‘총선 전 합당’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2011년 내 통합하자는 주장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고, 이것은 당 대 당 관계도 있지만, 각 당 내부의 역학관계와 관련되어 있다. 특히 진보신당 내 일부 당원들이 이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어  3월 예정된 진보신당 대의원대회에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 양당, 시기문제 한 발씩 양보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진보신당에서 당 대회를 앞두고 2011년을 명기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노력한다’도 표현을 완화한 것”이라면서도 “합의문에 2011년에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을 담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적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 쟁점을 해소하고 9월 내에 통합진보정당을 출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적인 쟁점으로 여겨졌던 ‘분당에 대한 평가’의 경우 진보신당이 합의문 반영을 주장했으나 이번 합의문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 측에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등이 분당 평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반면, 이정희 대표는 “분당의 상처를 안고가자”고 밝혀 이 문제가 향후에도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연석회의 실무협의 기구 구성이 합의문이 아닌 ‘덧붙임’ 형태로 기록됐다는 점이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합의문 발표에 앞서 “비공개 회의 부분에서 실무협의 기구를 운영하기로 합의를 모았다”고 밝혔으나, 보통 실무협의 관련 조항도 합의문에 반영되는 것에 미루어 볼 때 ‘덧붙임’ 형태로 들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진보대통합의 중심 주체를 어디에 두느냐는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에서는 애초 실무협의 기구 조항을 합의문에서 빼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양 당 중심의 진보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당의 입장과 맞물려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양 당이 중심축으로 통합을 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이 점을 강조했다.

    때문에 민주노동당에서는 연석회의를 이어가면서 진보신당과 양자 합의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정성희 최고위원은 “양 당이 만나면서 진보대통합과 연석회의 운용문제 등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연석회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양 당이 책임있게 진행해야 한다”는데 동의하고 있어 양자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열차는 출발했다, 뛰어내릴 수 없어"

    향후 연석회의는 양 당 중심성 문제, 통합의 시기 등을 놓고 이견을 모아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합의문에서는 진보신당이 주장하고 있는 ‘분당 문제의식 극복’이 합의문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연석회의 논의과정에서 이 문제는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연석회의에 참석한 대표단은 28일 함께 저녁식사 모임을 갖기로 했다. 

    여러 가지 쟁점이 남아있으나 어쨌건 이번 연석회의의 성사로 진보대통합의 첫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김성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이미 열차는 출발했고, 여기서 뛰어내릴 수 없게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는 많은 취재진이 참석해 진보대통합에 대한 관심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불안하지만 2011년 진보정치 대통합 움직임은 시작되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