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세론? ‘글쎄’
        2011년 01월 20일 09: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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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 인사나 여당에 가까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의외의 반응이 나온다. 그들의 말을 바꿔 말하면 한나라당이 재집권을 못해도 된다는 반응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표 말만 나오면 하나같이 부정적이다. 그들의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최소한 수도권에선 박 전 대표는 아니다. 박 전 대표는 TK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친이는 박 전 대표를 무조건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 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낫다고 생각한다.” “이번 정권에서 최고의 정치 갈등 축은 친이 대 친박이다.”

    1.

    박 전 대표는 수도권 기반이 아니다. TK를 기반으로 한 그는 이명박 정권 내내 지지 지역을 확장할 여력이 몇 차례 있었다. 지금까지 그 기회들을 한 번도 살리지 못했다. 수도권에서 박 전 대표와 그 세력의 지지는 여전히 미미하다. 2008년 총선 이후 별다른 확대도 가져오지 못했다.

    중요한 것은 지난 지방선거. 박 전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정작 본인은 대구 달성에서 ‘칩거’해버렸다. 수도권에서 표를 얻을 결정적인 기회를 놓친 것이다. 수도권에 기반을 둔 의원, 당협위원장 등 수도권 한나라당 인사들이 “박 전 대표 지원 없어 여당에 대패했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였고 그의 침묵으로 졌으니 박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반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력으로 승리했다. 오 서울시장은 의회와 구청장을 민주당에 내줘 타격이 있었지만 김 지사는 출혈이 거의 없었다.

    ‘최소한’이라는 표현에 숨은 뜻을 간파해야 한다. “최소한 수도권에선 박 전 대표는 아니다”는 것은 박 전 대표에 뼈아픈 말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은 전국 인구의 50%에 달한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에서 영남권 이상의 지분을 가진 곳이다. 이들이 모두 박 전 대표에 비토한다면 여론조사 지지 30~40%대는 허상이다. 게다가 수도권에서의 박 전 대표가 가진 조직력은 여론조사 한 자리대 지지를 받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보다 낫다고 할 수도 없다.

    2.

    친이는 박 전 대표와 친박을 막아야 하는 입장이다. 친이계는 2008년 총선에서 당시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친박계를 겨냥해 ‘공천학살’을 했다. 이대로 박 전 대표가 대권과 당권을 쥔다면 친이계는 당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향하여 날아온 각종 의혹들은 박 전 대표의 입에서부터 시작됐다. BBK가 대표적이다. 박 전 대표가 대권과 당권을 획득할 경우 지난 대선 당시 거론했던 ‘의혹 패키지’를 다시 거론할 것이란 게 친이계의 시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눈앞에서 봤던 이명박 정권으로선 막고 싶은 일일 것이다.

    이러한 탓에 친이계 인사들 중심으로 "박근혜보다 손학규가 낫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손 대표가 박 전 대표처럼 이명박 정권을 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은 박 전 대표의 의혹 제기가 있을 때까지 몰랐고 제기된 이후 전면 공세에 나섰을 정도니 그럴 만도 하다.

    3.

    노무현 정권에서는 여당이 무기력했고, 이명박 정권에서는 야당이 무기력했다. 열린우리당, 민주당이 무능했다는 것이다. 원외투쟁도 아니었고 원내투쟁도 아니었다.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이었다. 원내 제2당이라는 달콤한 국회의원 금배지에 ‘우리 이대로’를 외치는 게 현재 민주당이다. ‘집권 의지 없는 민주당’이란 것이다.

    51:49의 시절도 지났고 1:1 대결도 끝났다. 한나라당은 갈등 구도를 여야에서 당 내부로 옮겨갔다. 그동안 이명박 정권에 제동을 걸어온 주축 중 하나가 친박이었다. 세종시 원안/수정안에서 박 전 대표가 직접 법안 토론까지 나와 이명박 정권의 수정안 관철을 좌초시켰을 정도다.

    이명박 정권이 만지작거리는 ‘개헌’ 카드도 “박근혜 대권 못먹게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개헌을 두고 여당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접촉했거나 하려 한다는 기사들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연유 때문이다.

    당내 경선이 본선보다 더 어렵다

    다시 문제로 돌아오자. 박 전 대표는 수도권에선 아니다. 호남은 예전보다 지지가 많아지겠지만 그렇다고 사활이 걸린 지역은 아니다. PK는 박 전 대표의 텃밭은 아니다. 여론조사 압도적 1위의 박 전 대표가 가진 건 TK뿐이다. 문제는 TK도 온전히 점유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명박 정권하면 떠오르는 영포라인이 ‘TK’에 있다. 친이계와 나눠가질 수밖에 없다.

    2007년 대선에선 당내 기반이 강했던 박 전 대표지만 이번엔 정반대다. 원내에선 절대 열세인데다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모두 친이 성향이다. 아직 당 밖에 있는 친박계 인사도 많다. 박 전 대표 지지조직으로 유명한 박사모는 한나라당 당내 조직이 아니다.

    친이계가 득실득실한 당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여론조사 압도적 1위가 무색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 140:40의 싸움을 이기기란 매우 어렵다. 이 대통령은 경선에 끊임없이 개입하려 할 것이다. 친이계도 이 대통령과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개입을 막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친이계 대권 후보로 정리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선에서 단일화를 해 박근혜 전 대표와 1:1 대결한다면 박 전 대표가 이길 수 있을까? 박 전 대표가 지역과 당내 조직 열세를 딛고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해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글쎄’라고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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