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발전 노조 "사장 퇴진하라"
    By 나난
        2011년 01월 19일 05: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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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동서발전이 노조 조합원의 성향을 분석하고,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의 반노동 정책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동서발전의 이 같은 노조 와해 시도가 공기업 선진화로 대두되는 현 정부의 반노동 정책으로부터 귀결됐다는 것이다.

    노조, 사장 퇴진 요구

    이런 가운데 동서발전 노조의 상급단체인 발전노조(위원장 박종옥)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길구 동서발전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에서 농성에 들어갔으며, 민주노총 등은 책임자 처벌과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동서발전 노조가 회사 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자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동서발전 산하 일산열병합발전처가 작성한 ‘발전노조 탈퇴 투표결과에 대한 원인과 대책’ 문건에 따르면, 회사 측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민주노총 산하 발전노조 탈퇴 찬반투표를 앞두고 사업장 전체 조합원 135명 중 휴직자 등 4명을 제외한 131명에 대한 성향을 분석했다. 또한 멘토를 지정해 찬성표를 유도하는 가하면, 반대가 확실한 직원에 대해서는 투표불참을 유도할 계획도 세웠다.

    오는 7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노조 약화를 통한 기업별 노조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문서에 따르면 회사 측은 노조 탈퇴 대상 조합원의 성향을 과일로 표시해, 탈퇴 찬성 조합원은 속까지 하얀 ‘배’로, 찬반이 애매한 조합원은 겉은 빨갛고 속은 하얀 ‘사과’, 탈퇴 반대가 예상되는 조합원은 속까지 빨간 ‘토마토’로 분류했다. 여기에 노조 탈퇴에 반대하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근무지를 이동시키고 포상 등 인센티브에서 철저히 배제한다는 대책도 세웠다.

       
      ▲ 민주노총이 19일, 동서발전의 노조 와해 공작과 관련해 책임자 처벌과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특히 투표 후 조합원 성향을 정확하게 분석 관리하기 위해 투표함 발송전일인 지난해 11월 22일, 투표함 개봉시도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에 대한 회유 실패로 투표함은 개봉되지 않았다. 결국 발전노조 탈퇴가 부결되자 회사 측은 인사를 낸 직원에 대해 발령지 사업소가 3회 이상 거부하면 해당 직원에게 보직을 주지 않는 ‘드래프트 제도’와 상시퇴출제도를 도입하며 조합원들을 압박했다.

    보복 차원의 인력 감축

    발전노조에 따르면 당시 이길구 사장은 드래프트 제도 도입과 교대근무 80명 인력감축안에 대해 “발전노조 탈퇴 부결의 보복성 조치”라며 “발전노조 탈퇴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이번 드래프트에서 (관리자에 의해) 선택받지 못하고, 그러면 다른 사업소로 강제발령이나 무보직이 날 수 있다”며 직접적으로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실제로, 동서발전 회사 측 관계자는 조합원과의 개별 면담에서 “탈퇴서를 안 쓰면 울산이나 호남, 다른 사업소로 강제발령난다”며 탈퇴를 종용했다. 동서발전 일산사업소의 이 아무개 조합원은 “애들 다 크고 자리 잡았는데 가족까지 이사할 순 없고, 가족과 떨어져 혼자 타지로 갈 수도 없고…어쩔 수 없이 탈퇴서에 사인했다”고 말했다.

    울산사업소의 김 아무개 조합원 역시 “회사가 드래프트제 시행하면서 탈퇴서 안 쓰면 관리자들이 자기를 선택 안 하고, 선택 안 되면 강제발령이나 무보직받는다고 했다”며 “‘이건 아니다’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며 노조 탈퇴서에 사인한 사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박종옥 발전노조 위원장은 “동서발전의 이 같은 행위는 범법 행위로, 조합원들의 인건을 유린하는 것”이라며 “트래프트제 등을 이유로 협박하며, 노조 탈퇴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동서발전 사태와 관련해 노동계는 한 사업장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있다. 특히나 동서발전의 경우 한국전력 자회사로, 공기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현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된 공공부문 노조 탄압의 일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정부, 기관장 해임 협박

    정부는 그간 공공부문 선진화를 주장하며 공공기관에 대한 끊임없는 압박을 해왔다. 정부는 노사 합의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기관장을 해임하겠다는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으며, 해당 기관장들은 경영 평가에서 2회 이상 ‘미흡’ 평가를 받을 경우 해임될 위기에 처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당수의 공공기관은 경영 평가를 의식해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 도입 과정에서 법정 한도보다 낮은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가스공사의 경우 지난 2009년 단체협약을 해지했다 10개월 만에 재체결하였으며, 국민연금공단 역시 지난해 3월 노조에 단협해지를 통보했다.

    당시 노동계는 “공공기관의 장이 자율경영․책임경영을 펼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노동유연화 정책에 기반 한 각종 경영평가 등에 의해 정부의 눈치보기식으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동서발전 역시 “정부 주도로 공공부문 노조에 대한 민주노총 탈토 공장이 이뤄지고 있다”며 노동계는 “책임자 처벌과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동서발전의 민주노총 탈퇴 공장, 노조 파괴 행위는 헌법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이상무 공공노조 위원장은 “동서발전을 비롯한 민주노조 말살 행위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 하에 벌어지고 있는 기관평가 등에 따른 것”이라며 “기관장들은 공기업 운영 전반에 대한 고민보다는 노조를 와해시키는 것으로 본인을 부각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폭압적 탄압을 자행하며 공공부문 민주노조의 싹을 드러내려 하는 게 이 정권의 의도임이 드러났다”며 “복수노조를 목전에 두고, 비열하고도 범죄적인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현 정권은 이를 마치 선진화인냥 포장하고 있다”며 “결국 산별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노총은 “자주적인 단결권은 노동3권의 시작으로서 어떤 이류로도 침범 받을 수 없는 불가침 권리”라며 “야5당과 공동으로 국정조사 및 진상조사를 우선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동부와 검․경의 신속한 조사를 통해 이길수 사장을 비롯해 관련 행위자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발전노조는 지난 18일부터 동서발전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한국전력 사옥 로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는 현재 “노조 파괴 시도 과정에서 저지른 노동법 위반 등 범죄 행위를 규탄”하며 이길수 동서발전 사장의 자진 사퇴와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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