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태 투쟁, 너무 조용한 거 아닌가?"
By 나난
    2011년 01월 19일 02:21 오후

Print Friendly

흔히, 삼성을 상대로 한 싸움을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빗댄다. 이미 운명을 달리한 수많은 삼성 백혈병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지난해 휴대전화 폭발사고로 삼성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진영(30)씨가 그렇다. 그리고 노동3권이 보장된 이 땅에서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했던 삼성의 노동자들 또한 그랬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너무 조용하다

그리고 여기, 다시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삼성전자로부터 지난해 ‘업무지시 불이행’으로 징계해고 된 박종태(43) 씨. 하지만 그가 지난해 “민주노조를 건설하자”는 취지의 글을 사내 전산망에 올린 뒤 해당 글이 15분 만에 삭제된 데다, 면담에서 회사 측 관리자가 “안 하고 싶어, 복수노조?”라며 직접적으로 노조 설립 의사를 물은 점 등을 놓고 볼 때 박 씨에 대한 징계해고가 단지 지시 불이행 등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 박종태 씨.(사진=이은영 기자)

이런 상황에서 그가 지난달 23일부터 수원공장 앞에서 홀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당해고”라며 “다시 일터로 돌아가 노동조합을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거대한 ‘초일류기업’ 앞에서 싸움을 시작한 1인, 이정도면 ‘물방울로 바위치기’다.

하지만 계란과 물방울이 바위를 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일까. 계란 한 판을 날려봐야 바위를 깰 수 없다고 일찌감치 포기해서일까. 삼성과 싸우는 사람들 앞에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들이 너무 조용하다.

노동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수많은 백혈병 피해자를 낳고, 수많은 노동자가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조가 건설되어야 한다”며 입을 모으던 그들이 박종태 씨의 힘겨운 싸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당시 삼성을 비판하는 칼럼과 기사가 언론을 통해 쏟아지고,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앞장 서 사회문제로 대두시킨 점을 놓고 비교할 때 이번 박종태 씨의 외침이 대답 없는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사회적 문제, 정치적 이슈, 국제적 관심사

김상봉 전남대 교수는 외국 소비자를 상대로 ‘삼성불매 운동’을 전개했으며, 진보신당 광주시당은 선언문을 통해 “삼성독재 해체 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삼성을 주제로 한 각종 토론회도 진행되며 사회적 관심을 끓었다. 이런 관심들이 ‘지금 여기서’ 진행되고 있는 골리앗 삼성과의 투쟁에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이 돼야하지만 그런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박종태 씨의 싸움은 보편적 노동권의 문제이지만, 한국 사회에서 ‘삼성 문제’가 의미하는 것에 비춰보면 상당한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통상적인 해고자 복직 투쟁과 노조 설립 투쟁의 의미를 넘어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사회적 문제’이자 ‘정치적 이슈’이며 삼성 재벌의 위상에 따른 ‘국제적 관심사’도 될 수 있다.

그러나 노동 및 시민단체, 진보정당의 대응은 실망스럽다.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에서 무노조 경영을 하고 있는 삼성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박종태 씨가 자신의 집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딸들과 함께 1인 시위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의 힘으로 이번 싸움의 뒤를 받쳐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박 씨는 삼성전자 직원이었던 과거에도, 해고자의 신분인 현재도 나 홀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과 노동계 관계자 일부만이 박 씨의 1인 시위에 동참하며 지지의 뜻을 밝혔을 뿐, 노동․시민사회단체, 진보정당의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부끄럽다. 왕따 근무, 정신병동 입원, 인권유린 웬 말이냐?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사과하고 해고자 박종태를 즉각 복직시켜라”, 이것이 박 씨가 들고 있는 손 피켓의 내용이다. 그는 언제까지 이 피켓을 혼자 들어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사람들, 다채로운 방식

일반 시민과 특히 네티즌들 그리고 지식인, 문화예술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다채로운 방식으로 이 길고 험난한 싸움에 연대를 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과 삼성과 싸우는 시민사회들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이 싸움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이 싸움이 외로운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 시민단체, 그리고 삼성의 경영행태가 이 사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제는 박 씨의 손을 잡아줘야 할 시점이다. 이미 수년에 걸친 노동자들의 삼성을 상대로 한 바위치기가 언젠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함께 던지는 계란이 필요하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