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대, 대화 외면 고소-입찰 강행
    By 나난
        2011년 01월 17일 03: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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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현재, 용역계약 만료로 해고된 홍익대학교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이 15일째 농성 투쟁을 벌이고 있으나, 학교 측은 노조 간부를 고소하는 등 모든 대화를 기피하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50~60대의 노동자들은 또 농성 4일이 지난 후부터 난방이 끊겨, 전기장판 등으로 추위를 버티느라 몸도 많이 상해 있는 상황이다.

    건조물 침입, 총장 감금 등 혐의 납득 안돼

    하지만 학교 측은 지난 11일 박명석 공공노조 서울경인지부장과 이숙희 홍익대분회장 등 6명에 대해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했으며, 12일에는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노조의 요구에는 귀를 닫고 있다. 학교 측은 오는 19일 입찰신청서를 받고 24일경에는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공공노조 서경지부와 홍대 분회는 학교 측이 밝히 업무방해, 건조물 침입, 총장 감금 등의 혐의는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학교 측이 그 동안 "고용승계는 원청이 강제할 수 없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다른 학교에서는 용역계약 등을 통해 고용승계를 명시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홍익대분회와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17일 홍익대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합원들은 지난 3일 면담을 요청하며 본관 6층을 찾았지만 총장실에서 나오지 않은 건 총장이지 우리가 감금한 게 아니”라며 “또한 업무를 방해했다고 하는데, 조합원들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신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용역입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12일 진행된 입찰설명회에서 학교 측은 ‘업체가 최저임금 이상은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지만, 기준 인원과 금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청소원의 인원은 청소면적 등을 참조하여 용역업체의 용역수행 경험에 의하여 적정인원을 선정하고, 입찰제안서에 제시하여 용역계약을 성실히 수행한다”고만 명시하고 있다.

    저가 낙찰, 덩핌 입찰 유도

    때문에 노조는 “인원축소나 사실상 최저낙찰제를 유지하여 학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던 기존 방침을 계속해서 고수하려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명석 서경지부 지부장은 “이는 결국 인원을 용역업체가 자의적으로 해석하게 하는 것으로, 저가낙찰, 덤핑입찰을 유도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교 측은 입찰설명회에서 170여 명에 대한 고용승계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다. 홍익대분회 관계자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50~60대의 늙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해고돼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우리 고용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 측을 성토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는 또 이날 학교 측이 "고용승계 문제는 법적으로 원청이 강제할 수 없다"며 그 책임을 용역업체에 떠넘겨 왔지만, 다른 대학의 경우 입찰 공고문 등을 통해 원청인 학교 측이 고용승계를 입찰조건으로 내걸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연세대는 청소용역계약서를 통해 고용승계를 보장해준 사례다. 연세대 측은 지난 12월 말 맺은 청소용역업체와의 계약에서 “청소원은 업무 수행에 적합한자를 선발하도록 하고, 기존의 청소원을 승계한다”고 명시했으며, 청주대 역시 지난 2007년 당시 고용유지 확약서를 통해 “새로이 선정되는 용역업체에 불이익 없이 전원 고용유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주성대학도 지난 2007년 청소용역업체 선정 과정시 낸 입찰공고에서 “현재 환경미화원 10명에 대해 용역으로 채용하고, 2년간 보장근무를 할 수 있는 업체 또한 근무장소도 현근무지에 근무”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 홍익대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고용승계’ 등을 요구하며 홍익대 정문 앞에서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사진=이은영 기자)

    170명 노동자 고용 승계돼야

    박 지부장은 이에 대해 “법적으로 원청이 고용승계를 강제할 수 없다는 학교 측의 주장이 잘못된 것임이 인정된 것”이라며 “다른 대학의 경우 계약서를 통해, 또는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고용승계를 강제한 사례가 있고, 홍익대 역시 170여 명 노동자에 대한 고용승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일절 반응을 하지 않으면서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대부분 50~60대인 농성노동자들은 농성 4일차 때부터 난방이 끊겨서 전기담요와 난로만으로 추위를 이기고 있지만, 계속된 한파는 감기몸살과 허리통증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합원 김금옥(57) 씨는 “교통사고로 몸의 오른쪽 전신이 다친 적이 있는데, 추운 곳에서 농성을 벌이니 그때 다친 곳이 다시 안 좋아졌다”며 “농성을 하면서도 매일 침 맞으러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나이들이 있다 보니 다들 몸이 좋지 않다”며 “감기는 기본이고, 허리와 다리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17일 현재, 청소경비시설관리 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홍익대 본관에서는 약 봉지를 들고 있거나, 약을 먹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이기도 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익대에 대한 우리의 바람은 단 하나, 대화조차 거부하는 지금의 외면과 무시를 중단하고 고개를 돌려 우리와 대화하자는 것”이라며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음료수를 건네주며 ‘아버님, 어머님 고생한다’는 인사를 건네던 사랑스런 학생들 곁으로 돌아가 다시 일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지금이라도 원만한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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