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백% 재생에너지 전환의 희망을 보다
        2011년 01월 17일 12: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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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자료 조사차 오랜만에 베를린에 머무르고 있다. 이곳에 도착하던 날은 크리스마스 전후 내린 폭설의 잔재가 곳곳에 남아 있었다. 12월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린 눈으로 제설 작업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였다고 하고 베를린 시민의 발이었던 교외 전철도 끊겼었다고 했다. 눈이 내리고 제법 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도 도로변 양쪽으로 언덕처럼 쌓인 눈들을 볼 수가 있었다. 숙소가 있는 주택가 곳곳 인도들도 빙판으로 걷기가 힘들었다.

    총학생회 선거도 기후변화 주요 이슈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폭설 한파로 유럽에서의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인식은 더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베를린 곳곳에서도 기후 변화 대응 이슈가 일상이 되고 있음을 더 잘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도 요즘 유행하고 있는 스마트폰 광고 사이로 기후 변화 대응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독일 가스 공사의 대형 광고판이 자리하고 있었다.

    베를린 자유대학의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들이 돌리는 전단지에도 기후 변화 대응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었다. 새로 리모델링한 대학 건물에는 에너지 인증서가 붙어 있었고, 대학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홍보물들도 보였다. 이런 일상의 변화가 최근 가히 폭발적이라 할 수 있는 녹색당 지지율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곳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기후 변화 대응에 필요한 지역 에너지 전환 움직임들 역시 독일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독일 환경부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재생가능에너지 확산 정책의 하나로 ‘100% 재생가능에너지 지역’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분산형 에너지 기술 네트워크(deENet)와 카셀 대학에서 수행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독일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100%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 실험 지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윤데 마을(독일의 에너지 자립 녹색마을-편집자)처럼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재생가능에너지로 공급하고자 하는 실험들이 독일의 크고 작은 지자체 단위에서 이루어져 왔다.

    이런 실험들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여 지역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독일 전체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을 늘리도록 한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이산화탄소 감축과 지역 경제 활성화

    때문에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사업들은 첫째, 100% 재생가능에너지 지역의 지도를 만드는 것, 둘째,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낸 지자체를 분석하여 성공 요인들을 도출하고 이를 전파하는 일, 세째, 지역 간 네트워크 구축을 촉진하여 학습을 강화하는 일로 구성되었다.

    기술 네트워크에 따르면, 처음 프로젝트가 실행된 이후로 계속해서 전환 실험에 참가하는 지자체들이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 지자체에서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통한 이산화탄소 감축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지역 경제 활성화도 주목하고 있다.

    현재 프로젝트 1단계 사업이 끝나서 100% 재생가능에너지 지역 지도의 초기 버전이 구축되었다. 초기 버전이긴 하지만, 독일에서 지역들의 전환 실험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한 눈에 파악할 수가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공급에서 독일이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지만, 지도가 보여주는 것처럼 많은 지역들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전환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지 못하였다.

    기술 네트워크가 제작한 지도에 따르면, 현재 72여곳의 지자체 단위들에서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실험들이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 중 34곳은 이미 그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 혹은 난방 에너지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는 일종의 ‘에너지 자립 마을’이라고 한다. 이들 72곳 외에 지난해에 새롭게 전환 실험에 동참한 지자체도 38곳이나 되어 110여 지자체가 전환 실험에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자체 규모는 인구 917명의 작은 마을에서 65만명의 도시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그리고 재생가능에너지로의 전환 계획도 다양하고 그 실행 경로도 또한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종다양하다. 인구 5,000명의 다더스하임에서는 2006년에 이미 에너지를 지역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재는 풍력과 태양광으로 소비에 필요한 에너지 총량의 40배를 생산하고 있다.

    인구 9백명 마을에서 65만명 도시까지

    9,599명이 거주하는 라인란드팔즈 주의 노이부르그에서도 유사하게 지역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보다 더 많은 재생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에는 35기의 풍력발전기, 4기의 바이오가스 설비, 58기의 태양광 발전소와 수력 발전이 가동 중에 있다.

    난방에서도 큰 진전을 이루어서 독일 최초의 태양난방발전소가 건립되어 42곳의 건물이 이로부터 난방열을 공급받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생산과 더불어 에너지 효율화 등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이 제로가 되는 마을을 만드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베를린 인근에 위치한 브란덴브루그 주의 바민에서는 2008년 8월부터 제로 배출 전략을 세워, 지금까지 이산화탄소를 17% 감축했고, 전기 공급에서도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44%까지 늘렸다.

    지도 작성을 위해 조사한 지자체들의 80%가 재생가능에너지 전환 실험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전환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작센안할트주의 빙고에서는 2030년까지 바이오매스를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루고, 2020년까지 3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1인당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바이어른 주의 오버란드에서는 2035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3분의 1로 줄이고 나머지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 계획에는 “에너지전환”이라는 시민단체가 적극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주민 적극적 참여가 필수

    이처럼 100% 재생가능에너지 지역들에서는 에너지 소비 감축,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지역 경제 선순환 구조 구축을 지향하고 장기적인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전환 실험을 성공적으로 실행한 지자체들에서는 한결같이 지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병행되었다고 한다.

    독일 환경부는 지역에서의 에너지 전환이 독일 기후 변화 정책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이들 지역에서의 다양하고 자발적인 실험들을 지원하고, 이들 지역 간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실험 참여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또한 서로 학습할 기회를 주는 것이 정부의 일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지원 덕택에 전환 실험에 참여하는 지자체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성공 사례들도 늘어가고 있다. 100% 재생가능에너지로 지역의 에너지 수급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이들 분산형 지역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이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외부로 나가는 에너지 비용을 줄임으로써 지역 경제 체질을 강화한다는 것을 지자체들에서 학습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책은 온실가스 감축 이행을 위한 배출권거래제 도입이나 목표 관리제 등 위로부터의 규제 정책에 집중되어 있다. 기후 변화 대응이 지역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고는 국가 전체 대응력을 기를 수 없다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거대 발전소에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할당량을 부과하여 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채우는 정책보다는 아래로부터의 에너지 전환 관련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느끼는 지역 활동가들은 다양한 지역에서의 실험 가능성들을 따져보고, 이들 실험 지원에 필요한 정책들을 발굴,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칸쿤에서 느낀 절망은 독일 작은 마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전환 실험이 보여주는 희망으로 퇴색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도 그런 희망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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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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