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놀러와 PD 등 노조간부 13명 삭발단행
        2011년 01월 16일 11: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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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철 MBC 사장이 공정방송 수호와 보도제작 간부 등의 친정권·자본 편향방송 견제를 위한 조항이 들어있는 단체협약안을 일방 파기하자 기자, PD 등 노동조합 관계자 대부분이 휴일에도 불구하고 삭발을 단행하는 등 MBC 내부에 ‘칼끝 충돌’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MBC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와 단협안 개정논의를 하던 MBC 경영진이 지난 14일 낮 기습적으로 단협 해지를 선언하고 노조에 이 같은 방침을 통보했다. 단협안에는 보도·제작 등의 보직국장이 실무적인 책임과 권한을 갖고 부당한 방송에 대한 구성원과 노조의 견제를 받을 수 있는 국장책임제와, 노사가 방송의 문제점을 두고 의견 교환 및 책임추궁을 할 수 있는 공정방송협의회 관련 조항이 들어있다.

    이 때문에 노조는 이번 MBC의 단협 해지가 단순히 단협의 문제되는 조항 만을 바꾸려 했던 것을 넘어 노조와 구성원의 견제장치 일체를 묵살하겠다는 시도로 받아들이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김재철 MBC 사장의 일방 단협해지에 맞서 16일 저녁 삭발을 단행한 이근행 언론노조 MBC본부장. ⓒ언론노조 MBC본부 

    이에 따라 이근행 MBC본부장(노조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MBC 노조간부들 대부분이 휴일인 16일 대거 삭발을 단행하는 등 강한 결의를 다졌다.

    삭발에 나선 노조 관계자들 가운데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놀러와>의 PD인 신정수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이 포함됐고, 정희찬 선임부위원장, 나준영 보도부문 부위원장, 이정상 경영부문 부위원장, 서점용 영상미술부문 부위원장, 신용우 노조 사무처장, 이세훈 노조 교섭쟁의국장, 연보흠 노조 홍보국장(기자), 이학준 정책국장, 오준혁 총무국장, 안준식 편제 민실위 간사(시사교양 PD), 이우환 대외협력국장(시사교양 PD) 등 모두 13명의 노조간부들이 삭발투쟁에 동참했다.

    연보흠 MBC본부 홍보국장은 16일 “언론사에서 단체협약을 이렇게 충분한 협상없이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초유의 일이며, 이는 낙하산으로 들어온 김재철 사장이 정권의 눈에 들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사회적으로 아무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해도 이렇게 막무가내식으로 공정방송의 견제장치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은 MBC에 또 한 차례 언론자유의 숨통을 끊겠다는 것과 같다”고 성토했다.

    연 국장은 이번 삭발투쟁의 의미에 대해 “김 사장의 단협 해지는 핵심 근로조건 뿐 아니라 공정방송 보장을 위한 장치를 유린한 것으로, 언론자유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도발”이라며 “그 엄중함을 표현하고, 결연한 의지로 맞서 싸우겠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삭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2월 김재철 사장 임기 만료와 노조 집행부 교체기가 겹치는 점을 감안해 소홀하게 대처하지 않겠음을 분명히 하기 위함도 있다고 연 국장은 설명했다.

    연 국장 등의 삭발은 지난해 이근행 본부장 등이 해고됐을 때 이어 이번에 두 번 째다. 이를 두고 연 국장은 “현재의 MBC에서 상식을 갖고 살려면 1년에 두 번 씩이나 삭발을 해야 하는구나라는 개인적인 회한이 밀려온다”며 “뭔가 엄청난 걸 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저 경영자는 경영하고 언론인은 언론정신을 갖고 기사 프로그램 만들자는 것인데 이렇게 두차례나 삭발을 하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머리털에조차 미안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MBC 노조 간부들이 삭발에 나선 데엔 김재철 사장의 일방적인 단협 해지가 <후플러스> <W> 폐지, <PD수첩> ‘4대강’ 편 사전시사 등 은밀히 진행돼온 MBC 공영성 후퇴 기도가 이번엔 아예 최소한으로 보장된 장치마저 없애 공정방송 요구의 싹마저 잘라내려는 시도로 봤기 때문이다.

    연보흠 국장은 “MBC 경영진이 협상 중에 국장책임제를 본부장책임제로 전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공정방송협의회 조항 가운데 실무국장에게 문책을 건의할 수 있는 조항마저 없애겠다고 했다”며 “그래서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라도 견제장치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논의해 보자고 밝히자 40분 만에 단협해지 통보를 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니 사장 연임을 위한 MBC 노조 탄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이날 삭발투쟁에 이어 17일부터 매일 아침 8시∼9시,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1층 로비(민주의터)에서 농성을 벌이는 한편, 17일 저녁엔 임단협 일방파기 규탄 및 결의대회를 벌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MBC본부는 이날 MBC 경영진의 임단협 일방결렬 사태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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