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 논의 외부에서 내부로”
    2011년 01월 14일 07: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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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진보대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더 나아가 진보개혁 진영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통합 경로에 대한 ‘진언과 고언’들이 중원의 고수는 물론 장삼이사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10년 말까지 진보정당들은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구성에 합의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아직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당사자들의 말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경우 진보정당 통합의 핵심 두 주체인 것은 분명하지만 당내 의견도 모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합 당위론’만 무수히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분열은 공멸이라는 문제의식과 대중의 요구를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을 때 정치적 조직으로서 치명적 ‘응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진보정당 사이의 통합 논의를 가능하게는 만들긴 했으나, 셈법들이 다르다.

진보양당이 분당이 괜한 것이 아닌 것처럼, 어떤 형태로든 또다른 통합 역시 그리 쉬운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분당 원인이 해소돼야 실질적인 통합 논의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2012년을 준비하는 각 당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진보정당 사이의 통합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레디앙>은 통합논의가 본격 궤도에 진입할 수밖에 없는 2011년을 맞아 구 민주노동당의 분당 이후를 돌아보고 그동안 벌어졌던 통합논의의 흐름을 진단하며 향후 통합논의의 미래를 예측하는 기획기사를 준비하였다. 이 기획은 모두 8회 연재될 예정이다.<편집자 주>

통합논의 과거와 현재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 직후 통합논의는 ‘당위성’에 근거했다. “보수는 부패로,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대명제 아래 통합논의가 이어갔다. 때문에 분당 직후 ‘통합’의 레토릭은 민주노동당이 가져갔고, 진보신당은 통합에 대해 “패권주의적 태도”라며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분열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17대 국회의 반토막인 5석을 얻는데 그쳤으며 진보신당은 단 한석도 얻어내지 못했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강기갑 의원의 ‘사천대첩’의 승리로 가려졌지만 분명한 패배였으며, 이같은 패배는 진보진영의 분열로 인한 후과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었다. "분당이 진보정치의 역량을 반 이상 축소시켰다"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평가였다.

진보신당은 분당 이후 한 석도 건지지 못했지만 이후 ‘지못미 당원’과 ‘촛불당원’의 연이은 입당으로 당세확장을 이루었고, 민주노동당 탈당 당원보다 당 생활을 처음 해보는 새로운 당원들의 비율이 더 커지기도 했다. “민주노동당은 낡은 진보”라는 것이 진보신당 내 시각이었으며 조만간 진보신당이 진보진영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때문에 당시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은 민주노동당이었다. 당내 국민파와 인천연합 등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던 진보대통합 논의는 3기 지도부 선거를 거치면서 논쟁을 겪었고, 이후 2009년 정책당대회를 통해 당의 공식방침으로 결정되었다. 이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선통합 선언’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내에서도 진보대통합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몇 차례 진보정치 대통합 당론이 대의원대회와 중앙위원회를 통해 통과되었지만,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통합추진위원회 구성 정도의 성과를 냈을 뿐, 그 이상 통합작업의 진척을 보지는 못했다. ‘선통합 선언’도 반MB연대와 맞물려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실종된 진보정당의 존재감

진보신당은 애초에 진보대통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진영의 선거연합논의를 시작했지만 민주노동당의 ‘선통합 선언’에 대해서는 거리를 분명히 두었다. 진보신당 주류는 민주노동당의 ‘선통합’에 대해 “진보대연합을 거부하기 위한 알리바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6.2지방선거 이후 상황이 변했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진보신당, 그리고 통합 논의에 언제나 한 발 물러서 왔던 사회당까지 통합을 말하기 시작했다.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독자파는 ‘조건부-소극적’ 통합파로 전환했다”고 말할 정도로 독자파는 설 자리를 잃었다. 모두가 통합을 말하며 통합을 부정하지 못한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을 꼽자면 첫번째로는 아무래도 ‘여론’이다. 2008년 총선에서 정치적으로 패배한 양 당은 각각 강기갑-이정희로 이어지는 스타정치인의 탄생(민주노동당), 지못미-촛불당원 입당러시(진보신당)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이후 치러진 몇 차례 재보궐선거에서는 영향력은 커녕 존재감도 확보하지 못했다.

2009년 4월 선거에서 진보신당은 조승수 의원을 원내에 진출시켰으나 김창현 민주노동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변수로 작용했고, 선거과정에서 분당 이후 싸늘하게 식어버린 현장 노동자들의 여론도 느낄 수 있었다. 10.28재보궐선거에서 진보양당이 안산상록을 재보궐선거에 임종인 무소속 후보를 지원했지만 참패한 것도 진보진영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히 6.2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진보신당이 통합논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오히려 반MB연대를 통해 수도권 구청장 2석 등 일정한 성과를 거둔 민주노동당이 진보대통합에 더 소극적으로 보일 정도로 진보신당은 적극적으로 진보대통합을 제기하고 있다.

"출범 때부터 제2창당 내걸었다"

야권연대로 시작한 진보신당의 논쟁은 통합논쟁으로 자연히 흘러왔고 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는 당 발전전략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진보대통합을 임시 대의원대회 당론으로 올렸다. 독자파로 분류되는 조승수 대표는 현재 논의중인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의 제안자이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진보신당은 출범 때부터 ‘제2창당’을 내걸었고 ‘진보의 재구성’도 적극적으로 제기해왔다”며 “지방선거 이후 당이 위기감에 휩싸이면서 적극적으로 진보대통합을 말하기는 하지만 큰 변화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당 관계자는 “당이 이대로 가다가 존재감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전했다.

그것이 위기감에 기반한다고 해도 그만큼 통합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반MB연대에 대한 대중적 열망은 지방선거를 통해 확인되었고, 분열된 진보정당의 영향력은 이미 증명되었다. 이제는 보수-진보 구도는 커녕 진보정당 건설 초기 목표였던 보수-자유-진보의 3구도 정립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민주노동당이 적극적으로 반MB연대에 나서고 있고 진보신당 일각에서도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 내 독자파라고 해도 이제 소폭의 통합이라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진보정당의 기반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통합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금속노조가 지난해 10월 조사한 조합원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의 진보정당 통합에 대해 55.6%가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고 답했다. “통합에는 공감하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 23.7%까지 합하면 80%가까이 통합을 지지하는 셈이다.

민주노총의 통합 압박

대중조직과 시민사회의 압박도 진보정당을 통합으로 밀고 있다. 분당 이후부터 줄곧 재통합을 강조해왔던 민주노총은 10만 조합원 서명운동부터 지속적으로 통합 압박을 가하고 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진보정당대통합 설계도만 나오면 곧바로 제2노동자 정치세력화를 행동으로 옮길 것이며 그 행동은 민주노동당 창당보다 광범위하고 위력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6.2지방선거에서 선거연대 다리를 놓아 성공시킨 시민사회진영은 아예 정당의 통합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비록 진보대통합의 범위와 대상, 기준이 다르지만 ‘빅텐트론’, 문성근의 ‘100만 민란’과 ‘진보대통합과 복지국가를 위한 시민회의’도 정당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세력이다.

이처럼 진보대통합에 대한 압력은 주로 외부로부터 가해지고 있다. 각 당 내에서도 통합론이 제기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여론으로 인한 정치지형의 변화, 노동-시민사회계의 압박이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진보대통합 논의가 지속적으로 벌어져왔으나 별다른 성과를 못낸 것도 그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당심’도 통합에 가깝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핵심활동가들의 표심이 독자파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진 진보신당 당원들도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통합에 더 마음이 쏠려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진보신당 내 독자노선을 주장하는 당원들은 10.5%에 그쳤으며 국민참여당까지 포함해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의견도 24.2%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의 진보대통합 논의는 당사자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사회당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자신의 당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든, 외부의 압력이든 이제 직접 멍석을 깔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처한 진보정당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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