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언론 비판에도 MB '마이웨이'
        2011년 01월 13일 09:5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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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전관예우를 들고 나온 야당의 공세와 청와대의 결정에 등을 돌린 여당의 외면에 결국 12일 후보직을 자진 사퇴했다. 2000년 감사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후 후보자가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사퇴한 것은 처음이다.

    정 후보자는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저의 경력과 재산뿐 아니라 모든 사생활이 정치적 이해에 따라 악의적으로 왜곡되고 철저하게 유린됐다"며 "청문회 없이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재판 없이 사형 선고를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정치권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신문들은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던 정 후보자가 한나라당의 요구대로 물러나면서 힘의 추가 당으로 기울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계속되는 인사실패는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음은 1월13일자 전국단위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전세대란 부추기는 부동산 대책>
    국민일보 <"재판없이 사형선고" 정, 불만 속 떠났다>
    동아일보 <할말 다하고 떠난 정>
    서울신문 <"북 진정성 보려 당국 회담 제의">
    세계일보 <‘이념’ 치우친 1심판결 항소심서 대부분 뒤집혀>
    조선일보 <10만명 일하는 구로단지 보육시설 정원 200명 뿐>
    중앙일보 <MB "동요말라" 임태희 재신임>
    한겨레 <예총 450억 대출 ‘윤진식 입김’ 의혹>
    한국일보 <수능정책 실패가 재수열풍 불렀다>

    현 정권들어 8명째 낙마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내정 13일만에 중도 낙마하면서 청와대 인사시스템이 또 도마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만 4번째 인사파동이자, 공직 후보자 지위에서 물러난 8번째 낙마다. 민심의 역풍에 당-청 갈등까지 번지면서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경향신문은 3면 <8명째 낙마…이 대통령 ‘망사’ 거센 후폭풍 속으로> 기사에서 이번 인사파문에 대해 ‘측근·회전문 등 인사무능 결정판’ ‘레임덕 신호탄 쏘아올린 당-청 갈등’ ‘여권 실세 간 파워게임설’ 등 3가지 측면으로 분석했다.

       
      ▲경향신문 1월13일자 3면

    요약하면 정 후보자의 인사는 측근 중용, 돌려막기, ‘강부자(강남땅부자)’ 인사라는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난 데다 200개 항목에 걸친 청와대의 사전 검증이 결과적으로 무용지물이었다는 점, 당-청간의 갈등은 외견상 봉합되는 모양새이지만 한나라당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점은 현 정부에 두고두고 부담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번 당-청 갈등에서 청와대를 엄호했던 친이계들의 침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석에서 "지역구 돌아봐야 뭐하냐. 수시로 한 방씩 터트려주는데" "믿지 못하니까 자기 주변 사람만 쓰는 거다. 인사가 잘 될 일이 있나" 등의 쓴소리가 이어졌다. 레임덕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정치권에서 나돌았던 실세 간 파워게임이 재현됐다는 분석도 많다. 실제 이번 인사파동의 배경을 놓고 ‘이재오 안상수 대 임태희 이상득’ 충돌설이 여권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 실장, 임 실장과 가까운 이상득 의원 라인에 인사와 정보 등에서 번번이 밀려온 이 장관과 안 대표가 ‘정동기 파문’을 계기로 반격을 가했다는 시각이다.

    국민일보가 분석한 손익 대차대조표가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국민일보 3면 <어깨 활짝 편 한나라 안상수 ‘득 반·실 반’> 기사에 따르면 정 후보자의 사퇴로 한나라당은 향후 당-청 관계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당 지도부가 가장 민감한 인사문제에서 한 목소리로 민심을 대변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서병수 최고위원은 "당이 국민의 소리를 듣고 청와대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을 견제해 올바른 길로 가게 했다는 점을 어느 정도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주도한 안상수 대표도 일단 리더십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 초선의원은 "더 이상 ‘청와대 로봇’이 아님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안 대표를 다시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심지어 "안 대표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반면 이번 사안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당-청 갈등을 일으킨 점 때문에 이 대통령은 물론 친이계 의원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은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참모 책임론 지지

    정 후보자의 낙마에 대해 경향신문이 사설에서 "인사실패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적 국정운영의 대표적 사례"라고 비판하거나 한겨레가 "순리와 상식을 외면한 채 ‘마이웨이’를 외치는 오만과 집착이 모든 화의 근본임을 이제 깨달을 때도 됐다"고 비판하는 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이번엔 동아일보 조선일보까지 일제히 청와대의 인사를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사설 <청와대가 깨달아야 할 것과 책임져야 할 것>에서 "이 정부 들어 도중 하차한 공직후보자는 8명이다. 부적격 후보 사퇴 비율은 13.3%로 전임 노무현 정부보다 네 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1월13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이어 "이번 경우 먼저 정 후보자가 헌법과 감사원법상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감사원장에 적합한 경력을 갖고 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대통령이 이런 판단을 내릴 때 도움이 되라고 대통령 실장이나 인사비서관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이번 경우는 최초의 판단부터 잘못됐다"며 "정 후보자는 현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다. 어느 국민도 대통령 비서 출신이 대통령의 뜻에서 독립해 중립적으로 감사원을 운영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칼날의 방향은 대통령의 참모들을 향했다. 신문은 "대통령도 때로 잘못 판단할 수는 있다. 그럴 때 대통령실장과 인서비서관은 바른 말로 일이 덧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은 그들 역시 대통령과 같은 판단의 잘못을 범했거나 아니면 대통령 안색을 살피느라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삼켜 버렸다는 뜻이다. 전자라면 무능의 책임을, 후자라면 직무유기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조선일보는 급기야 참모들의 진퇴까지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일이 겹치면 대통령은 국민의 마음을 잃고, 정권의 추진력이 급속히 떨어져 아무 일도 못하는 정권이 되고 만다"며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 책임을 지는 방식은 다르다. 자신의 진퇴로써 잘못을 씻어 정권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그것이 공직자의 길"이라고 밝혔다.

    언론의 따가운 비판에도 MB ‘마이웨이’

    우호적이었던 보수신문들마저 이번 인사파문에 대해 한목소리로 질책하고 나서고, 특히 조선일보는 대통령실장 등 참모들의 진퇴까지 거론했지만 이 대통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은 12일 임태희 대통령 실장 방을 직접 찾아 "흔들리지 말고 일에 집중하라"고 당부하며 재신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중앙일보 1월13일자 1면 

    한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임 실장의 방을 직접 찾은 것 자체가 ‘동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라며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도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겠다’ 싶은 참모들의 사무실을 직접 찾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임 실장의 방에서 정 후보자의 사퇴 회견문을 꼼꼼히 읽은 뒤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말’과 함께 ‘행동’으로까지 임 실장에 대한 신임을 드러냄에 따라 청와대 내부 문책론은 소멸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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