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중동, 방송 진출 이후에는
        2011년 01월 12일 03: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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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한의 합리성이라도 있다면 기껏해야 한두 개 종합편성채널(종편)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라는 예상은 역시 보기좋게 빗나갔다. 조·중·동 가운데 한 신문사라도 탈락시켰다간 그 보복이 이만저만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여러 사업자를 좁은 시장에 한꺼번에 집어넣으면 권력의 특혜적 지원 없이는 사업의 성공은커녕 생존마저 난감한 지경에 빠질 수 있다. 그러니 권력의 비위를 맞춰주는 댓가로 얻는 먹잇감이나 챙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노린 결정이라고 해석된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공적규제 시장이다. 신문시장에는 정부가 규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지만 방송은 프로그램 내용과 편성을 비롯하여 정책적인 규제수단이 널려 있다. 시장에서 자생력이 없어 정책의 특혜에 기대야 하는 사업자는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정권에 발목을 단단히 잡혔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열한 충성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신문사 입장에서 종편사업의 실패는 바로 신문사업까지 한꺼번에 몰락할 수 있는 위기다. 종편 앞에 놓여 있는 경쟁환경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단시일 안에 지상파의 경쟁력을 넘어서기는 어렵고 결국 종편사업자끼리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당장 발등의 불이다.

    무더기 종편채널의 정부 향한 충성경쟁

    지금까지 신문사업에서는 서로 경쟁하면서도 그럭저럭 균형상태를 이어왔다. 구독료나 지면, 광고단가 등에서 암묵적 카르텔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방송은 다르다. 시청률은 예측이 어렵고 광고판매도 기복이 심할 것이다. 승패의 명암이 뚜렷하게 갈리는 위험시장이다.

    이럴 때 정권과 재벌의 지원이란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는 데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종편사업자가 권력 및 자본과 유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저널리즘 기능은 사라지고 그것에 예속된 언론이 바로 신문과 방송을 겸영하는 조·중·동 방송의 미래모습이다. 종편방송의 무더기 출현은 미디어산업을 이전투구판으로 바꾸어놓는 대재앙이 될 것이다.

    언론의 이념지형은 보수 일색으로 전면 개편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여론 영향력이 막강한 보수언론이 방송에마저 진출하면 그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것이 MB정부와 한나라당이 온갖 편법과 궤변, 무리수를 감행하면서 조·중·동의 방송 진출을 밀어붙인 속셈이기도 하다.

    정략적 사생아로 태어난 이들은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온힘을 다할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지 자신에게 주어진 특혜가 거두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결국 다양한 정보와 시각을 통해 건강한 여론을 형성해야 하는 민주주의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지상파방송의 공공성과 수준 저하

    또 지상파방송은 종편사업자의 등장으로 공공성이 크게 약화될 것이다. 종편채널이 미디어산업의 생태계를 교란하기 시작하면 지상파도 바로 그 영향권으로 급속히 빨려들 수밖에 없다. 종편방송은 뉴스, 드라마, 다큐멘터리, 오락 등 모든 장르를 편성하고 제작할 수 있다. 그러니 케이블을 통해 각 가정으로 전달된다는 것 말고는 지상파방송과 다를 바 없다.

    지상파방송도 상품성이 확인된 소재와 포맷을 가지고 이들과 시청률 경쟁을 치러야 한다. 종편방송이 제한된 광고시장을 잠식해오면 지상파도 이들과 맞서기 위해 더욱 상업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편성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내몰린다. 제작비는 적게 들이면서 시청률을 높일 손쉬운 수단은 바로 선정성이다.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의 눈과 귀를 붙잡으려 들 것임에 틀림없다.

    결국 모든 방송에서 공공성은 사라지고 오로지 돈벌이 경쟁만 격화될 것이다. 엇비슷한 수준 낮은 프로그램만 범람하는 것이다. 제한된 광고시장을 새로운 사업자와 다시 나눠가져야 하기 때문에 재원이 부족해지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 제작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이 내세우는 글로벌 미디어그룹으로의 성장이나 국제경쟁력을 갖춘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것은 뻔지르르한 구호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역언론과 전문채널 사라질 위기

    신문산업이 이미 독자층과 광고주의 이탈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에서 방송에 진출하지 못한 신문사의 생존은 벼랑으로 내몰릴 것이다. 반면 방송까지 거머쥔 신문사는 방송보도를 무기로 내세워 신문광고시장의 포식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광고주에게 신문과 방송을 결합한 광고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시장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조·중·동과 다른 신문사들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문시장에서의 독과점은 심화되고 그에 따라 여론 다양성은 한층 위축될 것이 뻔하다.

    지역언론은 이러한 대재앙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지역여론 형성과 지역문화 창달의 중심이었다. 마치 생태습지처럼 고유한 문화가 보존되고 숨쉴 수 있도록 해주는 공간이었다. 지역신문과 지역방송의 재정기반인 광고는 습지의 물이 마르듯 종편방송에 의해 말라버릴 것이다.

    신문과 방송을 함께 소유한 거대 언론사들이 지역광고를 쓸어갈 것이다. 종편사업자와 결합한 유선방송사업자에게 더 많은 지역광고가 넘어갈 것도 명확하다. 종편방송은 지역광고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군소매체와 전문채널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종교방송을 비롯한 중소매체는 시장에서 상업적 경쟁력은 낮지만 나름의 공적 역할을 하면서 미디어 생태계를 풍부하게 하는 개펄과 같은 구실을 해왔다.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이 살아숨쉬게 만들었던 것이다.

    거대 매체의 등장은 이들의 기반마저 사라짐을 뜻한다.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제공해오던 전문채널은 앞으로 종편에 밀려 광고도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채널 배정 면에서도 구석으로 밀려 시청자를 만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언론 생태계를 지켜야 하는 이유

    언론의 다양성은 한 사회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고 건강한 여론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반이다. 정부 여당과 종편사업자들은 신문의 방송시장 진출이 지상파 독과점을 완화시켜 다양성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방송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면 경쟁을 통해 더 다양한 콘텐츠가 시청자에게 제공되어 시청자 선택권이 높아진다고 우긴다. 이는 정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궤변이다. 방송사 수가 늘어난다고 콘텐츠가 다양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언론시장 규모로는 종편사업자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주어져 있는 특혜에 새로운 특혜적 조치를 도모할 것이 뻔하다. 이는 언론 생태계의 파괴를 재촉할 것이다. 신문과 방송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무차별적으로 먹이를 집어삼키는 포식자의 준동을 막아야 한다.

    지상파 채널들의 사이에 있는 황금번호 배정,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 직접 광고영업 허용 등이 주요한 특혜로 거론된다. 이러한 특혜를 막아내는 것이 그나마 언론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언론 생태계의 파괴는 언론산업의 재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민주주의 기반의 파괴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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