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연호 “진보도 '좋은 삼성'에서 배울 것 있다”
        2011년 01월 10일 07: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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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대표적 보수언론이 대표적 진보언론인과 장시간 단독 인터뷰를 가져 관심을 끌고 있다. 중앙일보가 발행하는 주간지 중앙SUNDAY는 1월 9일자 신문에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총 50매 분량의 인터뷰를 ‘스페셜 리포트’ 코너에 게재했다.

    계기는 최근 오 대표가 서울대 조국 교수와 함께 펴낸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이었다. 사실상 ‘대담 형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김종혁 중앙SUNDAY 편집국장은 “진보가 2012년, 늦어도 2017년엔 집권해야겠다고 하는데, 도대체 진보좌파 진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재집권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묻기 위해 오 대표를 만났다고 밝혔다.

    진보도 1류만 대우해준다?

    하지만 인터뷰는 최근 정세부터 언론관, 역사관, 진보·보수의 정체성, 북한 문제, 재벌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이루어졌다. 3시간 동안이나 이어진 대담에서 두 사람은 비교적 솔직하게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진보-보수 간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 적극적이었다. 김 국장이 “중앙일보는 열린 보수를 지향한다. 일류 진보는 대우해 주자는 입장이다. 이번 인터뷰가 진보와 보수의 상호 이해와 상생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하자, 오 대표는 “오마이뉴스도 창간사에서 ‘열린 진보를 추구하고 경직된 진보에는 회초리를 들자’고 했다. 생산적이고 양심적인 보수와는 악수하자는 입장”이라고 화답했다.

    오 대표는 특히 재벌과 북한 문제에 관해 기존 진보보다 ‘열린’ 시각으로 언급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오마이뉴스를 창간하면서 경영과 기업, 시장을 체험할 수 있게 됐는데, 이게 그동안 기자일 때 느꼈던 기업과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했다”면서 “대기업 예를 들면 좋은 삼성과 나쁜 삼성이 있다. 진보 진영은 그동안 나쁜 삼성만 얘기했다. 그런데 왜 삼성이 1등을 하느냐. 거긴 뭔가 있는 거다. 진보도 그걸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오대표는 그러나 재벌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기업의 주목도와 집중도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며 재벌내의 민주화가 사회적 평균에 크게 못미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재벌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삼성에 대해 "이재용 체제로 가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삼성에는 노조가 없다. 삼성도 이 기회에 획기적으로 좋은 삼성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삼성에 더 좋은 제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사회가 평균적으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사내에서 해달라는 것"이라고 ‘좋은 삼성’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가 북한 인권 먼저 거론할 것"

    오 대표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연평도 포격 이후 곧바로 ‘북한이 민가를 포격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사과하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소개하면서 “진보 진영도 북한의 민주화, 인권, 세습 문제 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그동안 진보에 ‘그게 진짜 팩트인지 어떻게 아느냐’는 태도가 있었지만 이제 보다 본격적으로, 오히려 진보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김종혁 국장이 이에 “오마이뉴스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먼저 거론하면 어떤가”라고 묻자, 오 대표는 “그러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진보는 그동안 진보가 성역으로 남겨 뒀던 것, 보수는 보수가 성역으로 했던 것을 없애야 한다”며 “탈북자 문제도 더 이상 월간조선에만 맡기지 말고 진보 언론도 팩트들을 진지하게 듣고 사실인지 아닌지 더 심층 취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 대표는 그런 ‘성역 부수기’ 등 진보(오마이뉴스)의 혁신이 쉽지 않다고도 털어놓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존의 충성스러운 독자”다. “예를 들어 재벌의 좋은 점도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한다고 하면, 기존 독자는 반발한다”는 것이다. 그는 “과감한 혁신자는 충성스러운 독자로부터도 자유롭고, 그들을 끌고 소통하면서 개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도 비슷한 관점에서 보수언론의 ‘매너리즘’이 고민이라고 얘기했다. 특히 “촛불시위를 보면서 보수언론이 국민 생각의 흐름과 정서를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반성했다”는 그는 “누구나 익숙한 길로만 가려 한다. 해오던 방식을 깨 버리고 밖으로 나갈 용기가 있느냐는 건데, 참 어렵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은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보도와 박정희 정권 평가 등 몇몇 사안에서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김종혁 국장은 PD수첩 보도와 관련 “PD저널리즘이라는 이름 아래 팩트를 전달하면서 음악과 자막을 곁들여 영화 같은 분위기로 공포심을 자아낸 게 아닌가”라며 “아무리 관대한 기준으로 봐도 너무 의도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공정보도, 객관보도 강조하지 않아

    오연호 대표는 이에 “PD저널리즘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PD수첩은 검찰 스폰서 의혹 제기 등 다양한 보도로 상을 많이 받고 있다. 그리고 누구도 존재하는 것 이상으로 선동할 순 없다고 본다. 뭔가가 있으니까 (시위 같은 게) 일어나는 거지, PD수첩이 분위기를 자아냈다고 수십만, 수백만 사람이 그랬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김 국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이란과 북한을 예로 들며 “(그곳에선) 걸핏하면 대규모 군중시위가 열리는데 그게 객관적 사실과 부합해 그러는 건가. 언론은 얼마든지 선전선동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오 대표는 이 같은 견해에 “그건 맞다”며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다만, “촛불시위가 3개월이나 지속됐는데 PD수첩이 일방적인 보도를 했더라도 보수언론이 다른 입장의 보도를 했으면 좀 더 입체적으로 토론이 이루어졌을 것”이라며 ‘대중과 군중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보도를 못한 보수언론의 책임 또한 분명히 했다.

    오연호 대표는 진보진영 내에 만연한 소위 ‘이명박 책임론’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국장이 “진보는 저출산·고령화·양극화·청년실업·높은 자살률, 이런 걸 비판하는데 그게 이명박 정부 때 생긴 게 아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있었다”고 지적하자, “솔직히 말해 노무현이든 이명박이든 그게 정권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닐지 모른다. 대통령이 대기업 사장들 불러다 투자하고 고용하라고 해서 얼마나 하겠나. 그런 걸 싸잡아 정권의 문제로 돌리고, 모든 게 정권 탓이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오 대표는 이번 인터뷰에서 “저는 오마이뉴스 하면서 한 번도 공정보도나 객관보도를 한다고 강조한 적 없다”며 “지상파 방송은 전파의 공공성 때문에 한쪽 편만 들면 안되지만, 반면 신문은 여러 개가 있고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에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건 당연하다. 사실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오히려 고유의 색깔을 내야 한다”고 자신의 언론관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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