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우습게 아는 진보정치 리더들
        2011년 01월 10일 11:0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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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가 당장의 힘은 없으나, 실력은 ‘상당한 수준’까지 갖추고 있으며, 도덕성과 신뢰도 측면에서는 보수가 따라갈 수 없는 장점을 지녔다, 라는 얘기가 지금도 타당할까? <한겨레> 신문 신년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지도자들에 대해 국민들은 ‘실력도 별로고, 믿음도 안 간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국민 약속 손쉽게 어겨

    2004년 극적으로 여의도 중앙정치 무대에 등장하면서, ‘호기심’과 기대를 불러일으켰던, 한때 20%대를 기록했던 국민적 지지는 사라졌다. 몇몇 대표적 대중정치인은 부상했으나, 당적 지지로 공고화되지 못한 채 당은 갈라졌다. 갈라진 이유를 대중들은 이해하지 못했고, 갈라진 이후 두 정당은 실천으로 그 정당성이나 필요성을 설명해주지 못했다.

    이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다시 통합을 한다며 서로 만나고, 공동으로 발표도 하고, 회의에서 관련 내용을 결의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정치인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아주 손쉽게 어기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미안하다는 소리조차 하지 않는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만난 것이 지난 해 12월 7일. 그들은 ‘진보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제 진보진영 대표자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크리스마스 전에 구성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았다. 차라리 국민들의 관심이 적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까. 약속 불이행에 대한 비난의 여론도 별로 없다.

    지금도 연석회의 구성의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연석회의 출범은커녕 초동주체 모임도 없었다. 연석회의에 ‘누구를 넣느냐’를 놓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연석회의 구성 자체의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양당의 대표는 요즘도 언론 인터뷰 등 기회만 되면 "국민의 요구" 등을 내세우면서 통합의 당위를 얘기하고 있다.

    진보대통합이든,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이든, 아니면 각자가 알아서 독자적으로 살아남든, 진보정치의 발전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반드시 연석회의를 구성해야만이 진보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며, 이는 토론해봐야 할 지점이다.

    이번이 처음 아냐

    문제는 대표적 진보정당의 대표들이 국민과의 약속을 쉽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정희 대표와 조승수 대표는 연석회의 구성을 합의하며, 혹은 진보대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해오며 "국민들의 희망과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라는 표현을 써 왔다. 그들의 말대로 해석하면 진보정치는 계속해서 국민들의 희망과 열망을 저버린 셈이 된다.

    민주노동당은 아직 연석회의 참여주체와 관련해 명확한 자기 기준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몇 차례 최고위원회 회의를 거쳤지만, 사회당 참여 문제를 두고도 내부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일각에서는 “조율이 끝나 1월 중순 경 연석회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측도 있으나 “(지도부가)진보대통합에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진보신당은 참여주체를 진보3당+진보교수연구자 모임+민주노총+시민회의 등 6자로 잡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의 눈총을 사면서 독자적으로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민주노총 등을 만나왔던 때가 더 적극적이었다. 진보신당은 정작 찾아갔던 모든 주체들이 연석회의에 긍정적으로 화답했음에도 연석회의 구성에 적극적이지 않다. 오직 민주노동당 탓만 하며 민주노동당 입만 바라보고 있다.

    원래 이런 종류의 정치협상은 쉬운 일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이미 몇 번 국민들과의 약속을 어겨왔다. 지방선거에서의 선거연합도 공수표로 돌아갔고,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서로 협상을 통해 도출했던 대국민 약속을 번갈아가며 걷어찼다.

    서울에서는 민주노동당이 공동 선거강령까지 발표해놓고 단일후보를 모색키로한 ‘진보서울 연석회의’의 틀을 깨고 한명숙 후보 지지를 선언했으며, 울산에서는 진보신당이 선거연합을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가 뛰쳐나와 북구청장 자리를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그 이유는 다 ‘상대편 때문’이다.

    대국민 약속 개나 줘버린 한국정치

    이렇게 되면 ‘실력도 별로고 믿음도 안간다’는 평가가 과도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실력은 보여줄 새 없었으니 그렇다고 쳐도 진보진영이 국민들과의 약속도 지키지 못했고 이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믿음조차 얻지 못했다는 결과는 무척이나 쓰라리다.

    적어도 진보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어야 한다. 약자-소수자와 함께 한다는 믿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국민 약속 따위는 개나 줘버린 한국정치에서 진보진영만은 약속은 지킨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그런데 진보진영이 지금까지 여기에 소홀했거나, 말을 너무 쉽게 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연석회의를 약속했던 크리스마스가 2011년 크리스마스는 아닐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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