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0년 전 길을 다시 다녀오다
        2011년 01월 08일 02: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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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지난 12월 18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실크로드와 둔황: 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회의 중심 테마는 무려 1,300여 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하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다. 『왕오천축국전』이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전시를 찾고 있다고 한다.

    이 전시에 맞춰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국내에서 가장 완벽하게 옮기고 설명했다는 평을 듣는, 실크로드와 문명교류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인 정수일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한국문명교류연구소에서 출간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왕오천축국전』인 『혜초의 대여행기 왕오천축국전』(강윤봉 지음, 정수일 감수, 두레아이들, 12,000원)이 출간되었다.

    『왕오천축국전』은 ‘다섯 개 나라로 이루어진 인도를 오가고 남긴 기록’이란 뜻으로, 세계에서도 으뜸가는 여행기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세계가 인정하는 3대 여행기, 즉 13~14세기에 쓰인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오도릭의 『동유기』, 이븐 바투타의 『이븐 바투타 여행기』와 더불어 세계 4대 여행기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대여행기이다.

    『왕오천축국전』은 8세기 초 인도는 물론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의 역사, 정치, 경제, 문화, 풍습, 종교 등을 사실적으로 기록해 놓아 사료로서도 가치가 매우 높다. 이 오래된 대여행기는 1908년 프랑스의 동양학자인 폴 펠리오에 의해 둔황 석굴 17굴(장경동)에서, 앞뒤가 훼손되어 책 이름도 저자 이름도 떨어져 없어진 채 한 권의 두루마리로 된 필사본으로 발견되었다.

    『혜초의 대여행기 왕오천축국전』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쓰인 첫 『왕오천축국전』이라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원전에 충실하고자 노력한 책이라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고전을 해석한 책들은 대부분 저자의 주관적 해석이 주를 이루는 경향이 있지만, 이 책은 될수록 원전을 그대로 인용하고 그것을 쉽게 풀이함으로써 원전의 뜻을 충분히 살리려고 노력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문명교류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정수일 교수의 꼼꼼한 감수와, 실크로드 답사를 통해 파키스탄의 간다라 지역, 중국 오대산 지역, 인도 등, 혜초가 걸었던 1300여 년 전의 길을 직접 다녀온 저자 강윤봉의 열정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문화재 디지털 복원 전문가인 KAIST 선임연구원 박진호 씨가 제공한 자료들 역시 흥미롭다. 혜초가 걸었던 길을 복원한 자료들은 꽤 생동감 있게 이 여행기를 보여주고 있다.

    오래된 고전을 충실히 복원하고 알리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충실한 이 책은 아이들에게도, 혹은 ‘두꺼운’ 역사서에 부담을 느끼는 어른들에게도 적당한 책이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직접 볼 수 있는 요즘(아마 다시 잘 오지 않을 기회일 가능성이 높다), 가기 전 이 책을 먼저 읽고 찾아간다면 더욱 풍성한 문화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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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 강윤봉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했다. 일본시사통신사 서울지국에서 외신기자로 근무했고, 이후 번역과 통역 일을 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육아와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어 교육시민단체인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한국문명교류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실크로드 답사를 통해 파키스탄의 간다라 지역(2008년), 중국 오대산 지역(2009년), 인도(2010년) 등 혜초가 걸었던 1300여 년 전의 길을 다녀오면서 『왕오천축국전』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지금은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공동대표, (사)한국문명교류연구소 이사로 일하고 있다.

    감수 – 정수일

    1934년 중국 옌볜에서 태어나 중국 베이징 대학 동방학부를 졸업했다. 카이로 대학 인문학부에서 공부했고, 중국 외교부 및 모로코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일했고, 튀니지 대학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 및 말레이 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를 지냈다.

    단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고(문학박사), 같은 대학 사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지금은 (사)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지은책으로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 『실크로드 문명기행』 등 다수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이븐 바투타 여행기』,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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