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철거 임박, 긴장-불안감 높아져
    By mywank
        2011년 01월 06일 09: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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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철거용역 업체인 ‘삼오진건설’ 직원들이 다녀간 이후, 홍익대 주변 칼국수 집 ‘두리반’에는 강제철거가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스멀스멀 흐르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1월 중 강제철거가 집행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두리반을 지키는 이들은 긴장감 속에 쉽지 않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두리반 사태는 지난달 24일 1주년을 맞았지만, 여전히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철거업체 다녀간 홍대 두리반

    ‘두리반 강제철거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유병주 씨는 6일 인근 편의점에서, 평소 두리반 이야기를 꺼내지 않던 점주로부터 “두리반이 괜찮나. 주변 공사장 인부들이 ‘강제철거가 임박했다’며 수근거리고 다닌다”는 말을 전해 듣고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6일 오후 유채림 작가(가운데 잠바 입은 이)가 두리반에서 대책위 활동가들과 함께 냄비에 찐 떡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삼오진건설이라는 이름의 ‘폭력서비스업체’ 측은 지난달 16일 두리반을 찾아와 고압적인 태도로 “자진해서 (두리반을) 나가지 않으면, ‘삼오진의 방식’으로 처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은 상태이다. 이 때문에 두리반 측은 최근 긴급 연락망을 구축하고, 낮 시간에도 이곳을 지키는 당번을 정하는 등 강제철거에 대비하고 있다.

    두리반 사장인 안종려 씨가 ‘전국철거민연합’ 회의에 참석차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6일 오후 이곳을 지키고 있던 그의 남편 유채림 작가도 마음이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요즘 1월 중 강제철거 집행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이 발생되면 별다른 대응책이 없다. 최대한 빨리 소식을 알리고, 맨몸으로 강제철거를 막을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맨몸으로 막을 수 밖에"

    철거용역업체 측은 지난달 23일과 31일에도 두리반을 찾아와, 이곳 주인인 안종려·유채림 씨뿐만 아니라 그동안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던 대책위 활동가들이 참여하는 협상에도 응하겠다며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여왔다. 현재 양측은 1월 중 협상 자리를 마련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상황이다.

       
      ▲유병주 활동가(좌)가 추위를 견디기 위해 이불 속에 넣는다고 밝힌 페트병을 들고 있다. 연탄난로에서 몸을 녹이고 있는 유채림 작가 (사진=손기영 기자) 

    하지만 두리반 측은 용역업체 측이 협상을 강제철거를 위한 ‘요식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 추후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홍대 인근에서 두리반이 다시 영업할 수 있도록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기로 했다. 삼오진건설은 두리반 주변 재개발 사업의 시공사인 GS건설 측의 철거공사를 주로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두리반 상황은 더 이상 어려울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 21일 단전 이후, 두리반에는 170일째(6일 현재)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 그동안 각계의 도움으로 태양광 발전기가 1대에서 5대로 늘어나, 10W(와트)짜리 전구 2개를 켤 수 있는 상황이지만 난방·취사 문제까지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겨울을 맞은 두리반 사람들은 건물 1~2층에 각각 한 대씩 설치된 연탄난로에 몸을 녹이고 있었으며, 전기장판을 이용할 수 없어 잠을 청할 때에는 난로에 데운 물을 가득 담은 음료수 페트병들을 이불 속에 넣고 추위를 견디고 있었다. 이날 유채림 작가는 전날 밤 페트병이 새어 젖어버린 이불을 건조대에 말리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두리반 농성 1년 13일’, ‘두리반 단전 170일’ (사진=손기영 기자)

    유채림 작가는 “태양광 발전기가 더 생기면서 예전보다 상황은 좋아졌지만, 난방이나 취사는 하지 못하고 있다. 밥은 인근 인쇄소에 전기밥솥을 가져가 해오고 있다”며 “직업이 소설가인데, 이곳에서 노트북을 상시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지금 소설 쓰는 것을 거의 포기한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연대 활동은 추위를 뚫고

    이날 두리반은 평소와 다르게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대책위 활동가들이 오후 2시 홍익대 청소·시설관리 노동자 집회에 동참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지난 4일에도 대책위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은 노동자들의 농성장 앞에서 공연을 했으며, 앞으로는 농성에도 동참할 예정이다.

    유채림 작가도 오는 11일 ‘홍익대 노동자 2차 집회’에 참석해 연대발언을 하기로 했다. 그는 “홍익대 노동자들, 성미산 주민들의 투쟁은 모두 내 일처럼 느껴진다”며 “비록 강제철거, 집단해고, 환경파괴 등 다른 방식으로 발생됐지만, 모두 지역사회의 모순으로 일어난 일들”이라며 연대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강제철거의 불안감과 강추위의 혹독함에도 두리반 사람들은 ‘연대의 끈’을 놓치 않고 있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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