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대 할아버지 노동자들 혹한 농성
    By 나난
        2010년 12월 29일 05: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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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을 에는 엄동설한에 60~70대 청소노동자들이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농성을 시작했다. 최저임금보다 10만 원 적은 임금에 부당 업무지시까지,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노동조합을 건설하자 원청이 청소용역회사 계약해지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청소 노동자들의 농성에 학생들이 함께 하고 있다.(사진=노조 제공) 

    최저임금보다 낮은 기본급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29일 오후 1시부터 본관에 진입해 연좌 농성을 벌이고 있다. 동국대 측이 지난 11월 30일 청소용역회사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업체를 변경하며, 고용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들은 3차례에 걸쳐 고용승계를 요구했지만 동국대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군다나 신규 청소업체가 지난 28일, 채용공고를 낸 상태여서 청소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나 이번 동국대의 청소업체 변경은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한 수순 밟기”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신규 용역업체의 대표이사가 기존 업체의 사내이사로 재직 중인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노조는 “전체 직원 중 대부분이 조합원인 상황에서 용역회사에 대한 계약해지로 노조를 와해시키려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선 지난 10월 29일, 동국대 청소노동자 116명 중 90여 명이 근로조건 개선 등을 위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최저임금을 밑도는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 관리자의 부당 횡포 등에 맞서 노동조합을 건설한 것이다.

    주 40시간 법정 최저임금이 85만8,990원이지만,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기본급 75만8,990원을 받아왔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10만 원 적은 금액이다. 그나마 시간외 수당과 식대보조금을 더해야 90만 원 가까이를 받을 수 있다.

    노동조건, 법적 기준 미만

    이뿐만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로의 경우 통상시급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함에도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하루에 3시간 씩 한 달에 20일을 일했음에도 잔업수당으로 받는 금액은 10만 원이 전부였다.

    여기에 65세 이상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법정 퇴직금의 70% 정도만을 지급받았으며, 연차휴가 등도 사용하지 못했다. 여름철에는 청소업무 외에도 잡초제거 등에 동원되는 등 부당 업무지시를 받아왔다.

    노조에 따르면, 동국대 청소 담당직원은 청소업체에 방학 기간 잔업을 한 것으로 원청에 신청하도록 지시한 것은 물론 해당 잔업수당을 갈취하기도 했다. 특히 5만 원 씩 지급되는 조장 직책수당 일부를 가로채기도 했다. 결국 노조의 요구에 10~11월분 조장수당은 반납됐지만, 지난 9월분은 아직 상환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이 같은 부당한 처사에 청소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건설했지만, 학교 측의 탄압은 여전했다. 노조에 따르면, 노동조합 출범 초기, 조합원 모임이 개최되는 학생회관 등에 학교 직원들을 배치하는 가하면, 노조에 장소를 제공한 동아리 책임자에게 욕설을 하기도 했다.

    아울러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학교가 재계약 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청소업체를 통해 전해졌으며, 결국 지난 11월 30일, 계약한 지 1년 밖에 되지 청소업체에 계약해지가 통보된 것이다.

    학생, 9천여명 지지 서명

    노조는 “비록 계약기간이 1년이 돼 있지만 보통 청소용역회사는 학교와 2년 이상 용역 업무를 유지한다”며 “10여 년간 1년 밖에 하지 않은 회사를 계약해지 한 사례는 없다”며 노조 결성에 따른 의도된 계약해지를 주장했다. 특히 신규업체와 기존업체의 연관성이 확인되며 이 같은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박문순 서울지역일반노조 법규부장은 “기존 업체는 학교에서 ‘입찰에도 못 들어오게 한다’며 ‘변경 업체조차 모른다’고 해왔다”며 “하지만 신규업체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 보니 기존업체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신규업체 대표가 기존업체 사내이사로 등록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는 “학교가 재입찰을 통해 신규업체를 선정하면 신규업체는 법상 현재 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한 책임이 없기 때문에, 재입찰을 통해 합법적으로 노동자를 대량 해고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은 현재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매주 수요일마다 집회 및 1인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날 결국 본관 연좌 농성에 들어갔다. 아울러 지난 12월 중순, 학교 내에서 청소노동자 고용승계를 위한 서명운동을 진행한 결과 9,362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지난 2007년 성신여대에서도 청소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자 학교 측은 2008년 8월 재입찰을 통해 65명을 집단해고한 바 있다. 하지만 청소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서자 2주만에 전원 원직복직을 약속,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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