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 사자성어, '트윗하다(鬪僞河多)'?
    By mywank
        2010년 12월 28일 04: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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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유행하고 있는 ‘트위터리안들(트위터 이용자)이 선정한 2010년 사자성어’ 중 하나가 ‘투위하다’(鬪僞河多·트위터리안들은 ‘트윗하다’로 표기함)이다. ‘지배언론에 묶여 있던 내 시선과 생각을 트윗을 통해 깨고, 강물 같은 타임라인에서 수많은 친구들을 만나다’라는 뜻으로, 올 한해를 뜨겁게 달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트위터’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언론·정부·선관위도 못한 성과들

    기성 언론도 하지 못한 특종, 정부당국도 하지 못한 대형마트 상품 판매 중단, 선거관리위원회도 하지 못한 투표율 향상까지 2010년 트위터의 위력은 가히 대단했다. 또 ‘트위터 창당’, ‘트위터 집단 블록운동’ 등은 새로운 온라인 문화 형성에 기여하기도 했다. 2010년 화제가 됐던 주요 트위터 이슈들을 살펴보고, 트위터의 가능성 등을 집어봤다.

       
      ▲사진 상단부터 방송인 김제동 씨가 자신의 트위터(keumkangkyung)에 올린 ‘투표 인증샷’, 트위터리안 @swsong10이 촬영한 부산 고층빌딩 화재 모습,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이마트 피자 모습, 트위터에 만들어진 다양한 ‘당’들 

    우선 올 한해 트위터는 그동안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쉽게 해내지 못했던 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기염을 토해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는 투표소에 찍은 사진을 올리는 이른바 ‘투표 인증샷’을 비롯해 투표를 독려하는 글이 트위터 쏟아졌고, 이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두 번째로 높았던 54.5%라는 투표율로 나타나 천안함 정국을 내심 기대했던 한나라당에게 참패를 안겨줬다.

    트위터는 기성 언론사보다 앞서 재해 및 사건·사고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추석연휴 첫날 서울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가 속출하자, 트위터리안들은 트위터를 통해 침수 및 버스·지하철 운행 중단 등의 재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당시 피해현장 곳곳에 접근하지 못했던 언론사들은 트위터 내용을 인용하며 재해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지난 10월 부산 해운대 고층빌딩 화재사건 역시 트위터를 통해 먼저 세상에 알려진 사건이다. 당시 트위터리언들이 화염에 휩싸인 빌딩의 모습을 촬영해 트위터로 전달했고, 이후 언론사들은 이를 인용해 보도에 나섰다. 트위터의 ‘집단 정보망’이 언론사들의 ‘취재망’을 누른 순간이었다.

    특종, 높은 투표율 & 상품판매 중단

    트위터는 올해 ‘이마트 피자’, ‘통큰 치킨’ 논쟁 등에 불을 댕기며, 사회적 의제를 생산하고 이를 광범위하게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지난 7월부터 이마트에서 판매된 피자로 인해 지역 영세상인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일자,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이 자신의 트위터(@yjchung68)를 통해 “이념적 소비” 발언으로 공세에 나서면서 ‘이마트 피자’ 논쟁이 촉발됐다.

    이에 대해 트위터리안들을 비롯해, 조국 서울대 교수(@kukcho), 문용진 나우콤 대표이사 (@green_mun) 등이 트위터를 통해 정용진 부사장의 발언을 지적하고 논쟁에 나서면서 ‘이마트 피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문제의식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 최근 롯데마트가 내놓았던 ‘통큰 치킨’은 트위터 발 비판여론으로 인해 서둘러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올 한해 트위터에서는 커뮤니티인 #심심하당, #치맥당, #이슬당 #열린패자당 등 때 아닌 ‘창당 열풍’도 불어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기’가 시도되었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nec3939),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superjin1), 경찰청(@polinlove) 공식 트위터에 대한 ‘집단 블록(block)운동’ 이뤄지는 등 새로운 방식의 ‘온라인 저항’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GH_PARK)의 ‘트위터 입성’은 그동안 진보·개혁성향의 트위터리안들이 중심이 됐던 ‘트위터 정치여론’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일대 사건이었다. 또 개그맨 김미화 씨(@kimmiwha)의 ‘KBS 블랙리스트 의혹’, 가수 이하늘 씨(@2DOSA)의 ‘SBS 패키지 출연 의혹’ 폭로 등도 트위터를 통해 이뤄졌다. 트위터가 방송사와의 관계에서 약자였던 연예인들이 불합리한 관행을 밝히고,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된 것이다.

    “트위터 열풍, 아직은 시작단계”

    올해 트위터 열풍과 관련해, SNS 서비스 전문업체인 ‘유저스토리랩’ 정윤호 대표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특히 올해 트위터가 크게 주목받았는데, 아직 우리나라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시작단계’라고 생각하다”며 “앞으로 총선·대선 등을 앞두고, 트위터의 위력은 더욱 발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존에는 매스미디어가 대중들에게 소식을 전달하고 여론을 형성해왔지만, 접근성이 용이하고 전달과정이 직접적이며 전파속도가 빠른 트위터의 장점으로 인해 앞으로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기쁜 일, 슬픈 일 등 소식을 함께 나누고 널리 알리고 싶은 한국인의 정서가 우리나라에서 트위터 이용 확산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gyuhang)은 “기존에 (매스)미디어가 있었고 대중들이 그것을 소화했다. 나도 지금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는데, 1인 미디어와 같은 트위터를 통해 대중들이 기존에 (매스)미디어가 채워주지 못했던 것을 스스로, 서로 해결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 27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트위터에는 정치적 의견들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고, 현 정부에 관한 개인의 생각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좀 더 깊이 있는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들을 제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렇기 때문에 2011년은 2012년 대선을 위해서 사람들이 모여드는 준비기간”이라며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의 전반적인 의견은 좀 더 진보적인 정치적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 충분히 현실적인 표심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는 2012년 대선에서 트위터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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