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걀, 눈물 흘리며 바위를 치다"
    By 나난
        2010년 12월 27일 01: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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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내전산망에 “민주노조를 건설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렸던 박종태(41) 씨가 ‘업무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징계 해고된 지 한 달, 그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해고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박 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함께 27일 수원지방법원에 해고무효 확인소송 소장을 제출하며 “현장으로 복귀해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드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눈물의 기자회견

    27일 오전,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해고무효 확인소송 소장제출 관련 기자회견에서 박 씨는 연신 눈물을 흘렸다. 지난 1987년 입사 이후 23년간 몸담아 온 삼성전자에서 하루아침에 버려진 허탈감과 억울함이 그의 얼굴에 교차됐다. 그는 “울지 않으려 했는데 죄송하다”며 “(삼성전자에서) 인권침해와 인권유린이 벌어지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호소한다”며 북받치는 감정을 눈물로 터뜨렸다.

    지난 11울 26일 삼성전자는 “업무지시 불이행, 허위사실 유포 및 회사 명예실추, 정보보호 규정 위반, 징계전력이 있음에도 뉘우침이 없음” 등을 이유로 박 씨에 대해 징계해고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7일 열린 재심에서도 같은 결과를 통보했다.

       
      ▲ "민주노조 건설하자"는 글을 사내게사판에 올린 박종태 씨가 해외출장 거부 등 업무 불이행을 이유로 징계해고됐다.(사진=이은영 기자)

    박 씨는 지난 2009년 8월 건강상의 이유로 브라질 출장 업무지시를 거부했으며, 이에 감봉 6개월의 중징계와 인사고과 하위인 라등급을 받았다. 지난 7월 삼성전자 측은 박 씨에게 러시아 출장 업무를 지시했고, 목 디스크, 신경부 물혹, 부정맥 등의 질병으로 그는 또 다시 출장을 거부했다.

    이에 박 씨는 결국 직무대기 결정을 받았으며, 업무정지로 인해 빈 책상을 지키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퇴원 후 기존 해외생산법인 지원 업무에서 제조그룹 포장 업무로 발령난 그는 지난 11월 3일 사내게시판에 “민주노조를 건설하자”는 글을 올린 후 업무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징계 해고됐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이번 징계가 “무효”라고 주장한다. “징계 사유는 물론 징계 양정의 하자가 중대하다”는 것이다. 박 씨의 해고무효 확인소송 변호인을 맡은 송영섭 민변 변호사는 “러시아 출장 거부의 경우 전 브라질 출장 지시과정에서 삼성 측에 제출한 각종 진단서과 소견서 등을 통해 박 씨의 건강상태를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전 협의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출장을 지사했다”며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해고 이유가 없으므로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 측 "해고사유 안돼"

    송 변호사는 이어 삼성 측이 박 씨가 러시아 출장 거부 후 업무에 필요한 pc 등도 없이 빈 책상만 지킨 사실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을 징계사유로 밝힌 것에 대해 “박 씨는 pc도 없는 빈 책상에 혼자 앉아 있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며 “정신과 입원치료 후 복귀한 이후에도 삼성 측은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빈 책상에 앉아 있게 했던 것으로 이는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설령 박 씨에게 일부 징계사유가 존재한다더라도, 해고 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며 “근로자들의 고충을 기재한 글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리고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기재한 것은 근로자로서 보장된 권리행사하는 점 등을 놓고 볼 때 해고처분은 징계양정의 하자가 중대하여 무효”라고 주장했다.

    박 씨는 징계해고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이건희 회장은 ‘사회가 좀 더 정직했으면 한다’, ‘임직원과 동거동락하겠다’고 했는데, 그 말처럼 삼성이 좀 더 정직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라며 “꼭 현장으로 복귀할 것이며, 이를 위해 사회 여러 단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27일 서울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서는 박종태 씨에 대한 부당해고 무효확인 소장제출 기자회견이 열렸다.(사진=이은영 기자)

    박 씨의 징계해고로 삼성전자의 무노조 경영방침이 또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삼성 측은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복수노조에 대비해 지난해 11월부터 임직원을 상대로 ‘무노조 경영’ 철학을 강조하는 교육을 진행해 왔다.

    이날 삼성일반노조가 공개한 ‘비전 2010 달성을 위한 임직원 특별교육 실시’ 공문에서 삼성 측은 “2010년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하여 비노조 경영철학을 신념화”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기도 했다. 해당 특별교육은 삼성그룹 전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 "비노조 경영철학은 헌법 질서 전복"

    권영국 민변 노동위원장은 “삼성은 비노조 경영철학을 신념화하고 있다”며 “헌법이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노조를 신념화한다는 것은 헌법의 질서를 완전히 뒤집겠다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삼성의 비노조 특별교육과 관련해 “사상교육”이라며 “그간 노조 결성 시도가 있을 때마다 삼성그룹 측은 휴대폰 위치추적, 해고, 사직 유도 등을 자행해 왔다”며 “근로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권리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에 대해 이토록 무자비한 탄압을 가할 수 있는지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어 그는 “삼성전자 사원들이 자신의 권리를, 권익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 유가족인 고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 역시 삼성 내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남편이 죽은 후에 노조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며 “경영성과를 위해 안전수칙이 무시되고, 인사고과를 이유로 경쟁을 부추기는 등을 행위를 보며 삼성이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는 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 씨는 “현재까지 삼성전자 계열사에서 백혈병 등 희귀질환으로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게 삼성인데,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 하나 자르는 건 우스울 것”이라며 “박 씨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삼성에 노조를 건설해 노동자의 목을 조르는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현재,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며 수원 삼성전자 정문 앞에서 점심과 퇴근시간에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여전히 하루 30여 알의 약을 복용 중인 그는 물리치료와 1인 시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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