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한미FTA 말고 복지국가 해라"
    정두언 "잘못하면 일본 자민당 꼴 나"
        2010년 12월 27일 01: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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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연을 통해 한나라당 의원들에서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권고했다. 장 교수는 “한미FTA보다는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키울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이와 관련된 합의 도출을 위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국가 전환 경제 역동성 키울 것"

    이미 지난해 4월 한차례 한나라당 의원들의 초청강연에 참석해 한나라당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하며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강조했던 장 교수는,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비판하며 ‘복지국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강연회는 300여명이 참석해 대회의실을 가득 메웠고, 한나라당 의원이 15명 정도 참석했으며, 야당에서도 민주당 원혜영, 최영희 의원과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이 참석하기도 해 ‘장하준의 힘’을 과시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최한 장하준 교수의 강연(사진=정상근 기자) 

    장하준 교수는 이날 △금융규제완화 △FTA △감세 △복지국가 등으로 주제를 나눠 강의를 이어갔다. 장 교수는 금융규제완화에 대해 “나는 반금융주의자는 아니”라면서도 “현재의 금융모델은 실물경제와 유리된 금융을 위한 금융으로 전락했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강한 제조업 없는 금융산업 발전은 실물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해외자본 유출입 통제’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하며 “한국에서 주가가 2천 포인트가 넘었지만 이것은 경제 활성화로 인한 결과라기보다 국제자본이 고수익을 얻기 위해 개발도상국 등을 대상으로 투자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만약 선진국의 이자율이 상승한다거나 위기가 터진다면 그만큼 위험성은 커진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국가 간 FTA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장 교수는 “나는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선진국과의 FTA에 대해 반대했다”며 “FTA는 진정한 자유무역도 아니며 한국이 앞장서서 WTO질서를 깨려고 하는 의도에도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FTA찬성론자들은 ‘쇄국’이나 ‘낙오’를 말하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많이 개방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FTA는 자유무역 아니다"

    그는 이어 “비슷한 규모의 나라 간 FTA를 하는 것은 좋을 수 있겠으나 수준차가 나는 나라들과 FTA를 하는 것은 문제”라며 “FTA를 통해 단기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는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뒤떨어진 나라가 앞선 나라를 따라잡는데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60년대 한미FTA를 했다면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란 뜻이다.

    ‘감세’도 도마에 올랐다. 장 교수는 “고소득층 감세는 이론적으로 일리는 있으나 실제 이를 통해 효과를 본 나라는 없다”며 “레이건의 감세정책도 참담하게 실패했고, 세금만 깎는다고 투자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을 걷어 공공영역에 쓰는 것도 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세율이 아니라 세금의 효율적 사용을 논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가진 미래의 공포를 줄이고 변화의 저항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오히려 복지체제가 갖춰진 나라들이 FTA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며 “FTA로 직장을 잃어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복지국가를 하면서도 충분히 경쟁을 받아들이는 체제가 될 수 있다”며 “일각에서는 ‘실패자에 대한 구제’라고 비판하지만 이미 한국도 ‘파산법’을 통해 실패한 기업들에 대한 구제기회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복지국가는 ‘노동자의 파산법’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우리는 아직 성장이 필요한 단계이지만 무조건 소득수준이 높아진다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노동시간을 줄여 자기개발과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할 수 있는 경제수준에 우리가 충분히 도달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안정-복지확대로 미래의 불안감을 없애야 한다”며 “실패에 대한 재기 기회를 주는 것은 단지 도덕적 관점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역동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정치권에서 열린마음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며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한나라당 의원들 반론 적극 개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정태근 의원은 “우리나라 대-중소기업의 격차가 큰 것은 단기간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미FTA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시장개척을 통해 성장을 해야 한다”고 반론을 폈고, 백성운 의원은 “FTA가 개별국가 간 체결하면 문제라고 했지만 우리는 미국, EU, 남미 등 FTA에 대해 범세계적 접근을 하고 있고, 우리 경제는 충분히 선진국과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대-중소기업뿐 아니라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도 크다”며 “더욱 큰 문제는 우리나라 복지에서 사내복지의 비중이 커 정규직-비정규직이 복지혜택 규모의 차이도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기업복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일반복지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며 “한미FTA를 신성장동력으로 삼는 것보다 그런 부분을 조정하고 아울러 국가의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것이 더 좋다”고 반박했다.

    백 의원의 지적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 FTA를 체결해나가면 단기간으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그러한 경쟁이 우리를 살릴지, 퇴보시킬지 잘 들여다봐야 한다”며 “우리가 충분히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시기상조로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강명순 의원이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가 대립되는 것이 문제이며 결식아동 문제는 자자체 차원에서 해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를 정치적으로 대립시키려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전체 개념이 아닌 사안별로 보편적-선별적 복지를 논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무상급식은 보편적으로 접근하는 게 옳으며, 만약 선별적으로 한다면 벌어질 낙인효과에 대해서도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강연은 ‘새로운 자본주의와 한국 경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정두언, 김충환, 남경필, 백성운, 이혜훈, 임해규, 정몽준, 정태근, 전재희, 조해진, 홍일표 한나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정두언 "신자유주의 무비판적 수용 성찰해야"

    정두언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 4월 장 교수가 ‘이래도 신자유주의인가’라는 주제로 강연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대해 반신반의 했지만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믿음 보다 의문이 더 커진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찬반을 떠나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며 “불편한 진실을 외면만 한다면 한나라당이 한 순간에 일본 자민당처럼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자유주의가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아니냐고 하지만 지난 DJ-노무현 정권 또한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며 “오늘 강연이 신자유주의에 대한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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