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의 기초는 고용-주거 안정이다"
        2010년 12월 27일 08:4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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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금융위기로 ‘경제’에 한파가 몰아치더니, 이제 ‘복지’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아무래도 ‘복지’가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듯하다.

    복지혐오주의자들의 전향

    지난 20일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한국형 복지국가’를 들고 나오더니,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 복지가 세계의 모델이 되면 좋겠다."며 느닷없이 한국이 복지국가임을 선언해버렸다. 일찌감치 민주당은 ‘중도실용’을 폐기하고 ‘보편적 복지’를 제시한 바 있으니, 진보정당 전유물인 ‘복지’가 이제 좌우를 막론한 대세가 되어버린 듯하다.

    ‘줄푸세’, ‘부자감세’로 경제성장을 줄곧 외쳐오던 ‘복지 혐오주의자’들의 전향(?)이 반갑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한국형’이라는 수식어에 의해 ‘복지’란 말도, 그들에 의해 오염되지 않을까 하는 찜찜함을 떨쳐낼 수 없다.

    ‘한국’의 GDP 대비 공공복지 지출은 7.48%로 OECD 국가 평균 공공복지지출 20.6%와 비교해 볼 때 한국의 꼴찌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도 ‘선진국병’, ‘복지누수’를 거들먹거리는 것을 보면 이들의 복지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일천한가를 알 수 있다. 여전히 무상급식이 ‘망국병’이라 울부짖는 ‘복지 지진아’가 있으니 말은 다했다.

    22일 한국은행은 발표한 ‘저출산·인구고령화의 원인에 관한 연구’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연구에 따르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은 고용불안정성 확대가 결혼건수를 감소시키고, 초혼연령을 상승시켜 결과적으로 저출산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한 주택 값 상승이 청년들의 결혼비용을 증가시켜 결혼을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요즘 청년층들은 직장불안하고, 돈 없고, 집값이 높아 결혼도 애도 못 낳는다는 말이다.

    공무원 시험에 수십만명이 몰리고, 무한 스펙쌓기 경쟁으로 내 몰리고 있는 한국 청년층의 상황은 외환위기 이래로 악화되어 온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일자리조차 없을 뿐더러 고용되었다 하더라도 비정규직, 열악한 임금 등 고용불안에 시달리는데야 별 다른 선택의 대안은 없는 셈이다.

    최근 7년 젊은 층 일자리 대폭 감소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최근 7년간 임금노동자 일자리 수는 정규직(16.02%), 비정규직(18.98%) 포함 평균 17% 증가하였으나, 15~29세 청년층의 일자리는 오히려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5~19세의 경우 정규직 일자리가 무려 57.81% 감소했으며, 비정규직의 경우 12.84% 줄어들었다. 평균 26.42%가 줄어든 셈이다.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9세의 경우 정규직 일자리는 14.96%, 비정규직은 6.08%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30세 이상의 경우 정규직 일자리는 24.65% 증가했으며, 비정규직은 26.01%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층의 정규직 일자리의 감소 폭은 비정규직 일자리 감소폭보다 훨씬 큰 상황이이며, 이것이 ‘줄푸세’, ‘부자감세’로 일컫는 노동유연화, 규제완화 정책에 따른 결과이고 ‘한국’ 청년층의 ‘복지수준’이다.

    한 나라의 복지수준은 ‘경제정책’, ‘노동정책’ 등과 그 맥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에게 가장 기초적인 복지인 고용안정, 주거안정을 포괄하는 까닭에 경제정책의 하위개념이 아닌 통합된 정책이라야 맞다. 소득과 사회양극화를 가져오는 시장중심 경제정책을 추구하면서 ‘복지수준’ 높이겠다는 것은 그야 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며, 진짜 ‘복지누수’일 뿐이다.

    이렇다고 한다면 박근혜 전 대표나 이명박 대통령은 고용불안을 증폭시키고, 양극화를 초래하여 국민의 복지를 낮추는 그 동안의 정책들에 대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성장이 최고의 복지’라는 말은 복지수준이 가장 높고 지출이 많았던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의 경제가, 한국사회가 모델로 삶았던 미국, 영국의 경제성장률 보다 높았을 뿐만 아니라, 급격한 경제환경 변화에 잘 적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반박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한 경쟁을 가능케 하는 최소한 기본권을 제공하는 복지정책이 경제정책과 양립되어서는 안된다. 나아가 보다 더 적극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무한경쟁에 따른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고, 주거, 의료, 교육 등 복지를 통해 삶의 여유를 되찾고, 모든 사람들이 창의적 문화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이렇게 형성된 사회구성원의 창의가 우리 사회와 미래세대를 위해 재투자되도록 하는 진짜 ‘한국형 복지’를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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