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핵 불감증을 어찌할까?
    한국 탈핵운동 너무 온건…창간 앞둔 <탈핵신문>에 관심을
        2012년 05월 16일 08:58 오전

    Print Friendly

    지난 4월 28일과 29일, 2차 탈핵희망버스 행사에 다녀왔다. 부산 기장의 고리1호기 앞 인간띠잇기와 정관과 밀양 송전탑 저지 투쟁 현장 방문을 결합하는 이틀짜리 프로그램이었다.

    적게 모여 아쉬웠던 인간띠잇기 행사

    인간띠는 고리 1호기 정문부터 월내리 쪽 다리를 지나 제법 길게 뻗어나갔다. 기자들도 많이 왔고 참가자들의 분위기도 좋았다. 하지만 역시 사람 수는 아쉬웠다. 전국에서 버스로 달려왔다지만 성직자들을 제외하면 단체와 조직의 참가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다음날 찾은 밀양의 화악산에서도, 7년간이나 투쟁해 온 팔순의 할머니들이 ‘외부세력’들을 반겨주셨지만, 좀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오지 못한 것이 못내 죄송스러웠다.

    인간띠잇기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일본에서 저렇게 큰 사고가 터졌는데, 독일은 탈핵의 발걸음에 속도를 더하고 있는데, 월성 1호기와 고리 1호기가 저렇게 위험한 상황이고 사고 은폐에 납품 비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지, 참가자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제 오늘 본 것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전하고, 다음에는 한 명이라도 더 데려와야겠다는 다짐이 뒤따랐고, 작별 인사와 함께 총총히 귀가 버스에 올랐다.

    탈핵은 기성의 핵(발전, 산업, 무기) 체제에 대한 반대이자 이탈이며 극복이다. 기성의 체제가 거대하고, 거기에 많은 이권과 권력이 결부되어 있고, 평범한 사람의 일상에 침투되어 있을수록 그것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힘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핵의 경우 돌발적인 사고나 대안 에너지의 개발 같은 기회구조가 열릴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할 자원이 평소에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기회는 이내 닫혀버리고 말 것이다.

    예컨대 70년대 석유파동 이후 미국에서도 전기자동차와 재생에너지 기술이 급속도로 계발되어 실용화를 눈앞에 두었지만 석유가격이 다시 하락하자 고속도로와 디젤 기관이 대안 기술들을 사장시켜 버렸다.

    하지만 1973년 제 1차 석유파동을 겪은 서독 정부가 핵발전소 건립계획을 추진할 때 독일 사회는 다르게 반응했다. 뷜 지역 핵발전소 저지 투쟁을 시작으로 하여 브로크도르프 핵발전소 반대 시위, 칼카르 고속증식로 반대 투쟁과 고르레벤 방폐장 반대투쟁이 꾸준히 이어졌다. 1985년 바이에른주의 바커스도르프 방폐장 반대 투쟁에는 오스트리아 시민들까지 결합했다.

    일본, 원전 제로를 만든 힘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을 추진하던 메르켈 정부를 후쿠시마 사고 직후 궁지에 몰아넣었던 수십만 명의 대중 투쟁은 이러한 역사적 저력이 뒷받침 된 것이었다. 지난 5월 5일 가동원전 제로 상태에 돌입한 일본도, 정부의 의지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집요하고 헌신적인 반핵운동과 여론의 압력이 누적된 결과임이 자명하다.

    이에 비한다면 한국의 반핵 및 탈핵운동은 외견적으로도 너무 온건하거나 점잖은지도 모른다. 달리 말하면, 우리의 올바른 논리와 주장에 자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와 핵 마피아들의 이야기는 너무도 빈 곳이 많다.

    핵발전 사고 확률의 주장도, 폐로 비용과 안전성 담보 주장도,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핵발전의 수출 유망산업이라는 주장도, 한국 핵발전소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는 주장도 모두 허위이거나 부실이다. 이를 반박하는 논거를 대고 비판 자료를 작성 배포하는 일은 그래서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 보다 타당한 논리를 갖고 있고, 정직한 말을 한다고 해서 탈핵이 오는 것 역시 아니다. 환경단체 홍보물보다는 전기요금 고지서와 전열기 스위치가 가까이 있는 게 평범한 시민일 수밖에 없다.

    원자력문화재단과 한전, 한수원의 이미지 광고는 ‘핵 없이 살 수 있느냐’와 ‘핵은 안전하고 깨끗할 수 있다’는 아주 단순한 두 가지 논리를 하루 종일, 전국 방방곡곡으로 쏟아낸다. 논리의 질 못지않게 양을 둘러싼 투쟁에서 너무도 밀리고 있는 것이다.

    탈핵운동, 질보다 양

    탈핵운동은 양보다 질인가, 아니면 질보다 양인가? 질적으로 우리의 논리와 근거가 빠지지 않는다면 이제는 양에 더욱 신경을 써야할 듯싶다. 결국 그 과정에서 질적 성장도 이룰 것이니까. 소싯적 배웠던 참으로 쓸데없던 명제인 ‘양질 전화’를 탈핵운동에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겠다는 것이다.

    마침 창간준비 4호까지 8만부 정도가 발행된 타블로이드판 <탈핵신문>이 정식 창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 탈핵이라는 문제를 일관되게 넓고 깊게 다루는 매체는 처음일 것 같다. 영덕과 삼척, 경주와 울산처럼 핵 없는 세상을 원하는 투쟁이 벌어지는 곳에서는 정작 인터넷의 이야기는 실제 힘이 되지 못해왔다는 게 창간의 고민 중 하나였다고 한다.

    SNS 속의 끼리끼리 휘발성 이야기를 넘어서, 아무데서나 문득 접하게 되는, 재미있게 읽히는 매체가 되면 좋겠다. 밀양과 서울의 시민이 지면을 통해 머리를 맞대는 그런 신문이면 더욱 좋겠다.

    매체가 자리를 잡으려면 정기구독자, 후원자, 배포망 모든 게 더 갖춰져야 할 것이다. 함께 돕자. <탈핵신문>이 한국 탈핵운동의 양질전화를 위한 중요한 자원이 되기를 기대한다.

    * 탈핵신문 웹사이트 http://nonukesnews.kr/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