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심히 일한 당신, 부자됐나?"
    By mywank
        2010년 12월 25일 09: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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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 불량자 문제를 양산한 것은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이었다. 특히 신용카드 업계의 판도 변화를 가져온 것은 신용카드 시장 개방 조치였다.

    1988년 이후 금지된, 재벌과 외국자본에 대한 카드 시장 개방 조치가 발표되면서 백화점 카드만 발행할 수 있었던 현대와 롯데가 2001년 이후 신용카드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재경부의 신용카드 시장 개방조치로 신용카드 업계에 새로운 재벌기업들이 들어오면서 신용카드 업계는 시장 선점을 위한 과당경쟁 체제로 돌입하는 계기를 맞았다.” (본문 중)

       
      ▲표지

    『대출 권하는 사회』(김순영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3,000원)는 신용불량자 문제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이고, 왜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는지 등 ‘대출을 권하는 사회’의 기원과 구조를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신용카드 정책을 중심으로 다룬 연구서이다.

    지난 2000년 대 초, 김대중 정부가 전 사회적으로 신용카드의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서 신용카드 회사의 광고가 TV를 도배한 적이 있다. 유명 배우들이 모델로 등장했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부자 되세요” 등의 광고 문구가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당시 신용카드는 주로 물건을 사고 대금을 나중에 지불하는, 신용판매 용도로 사용된 게 아니었다. 신용카드사들은 주 업무인 신용판매는 전체 매출의 30퍼센트를, 부대 업무라 불리는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에서 매출의 70퍼센트 이상을 올리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었다. 지불 능력과 상관없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출을 권하는 사회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신용카드를 손에 쥐어 주며 소비가 미덕이고 국가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며 신용카드의 사용을 독려했던 것은 정부, 더 정확히는 김대중 정부였다. 그런 정부 정책으로 신용카드를 통한 대출에 30퍼센트에 이르는 고금리를 적용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긴 것은 규제 완화조치로 시장에 진입한 대기업 등 신용카드 업체들이었다.

    결국 김대중 정부 시기에 만들어진 신용불량자 문제는 정권와 신용카드사들의 ‘공모’에 의한 구조적인 문제이다. 그때 만들어진 문제로 이들은 지금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세계 경제대국이라는 국가도, 민주적인 정부도 지금까지 이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다. 그때 만들어진 ‘대출 권하는 사회’가 지금처럼 지속되는 한 이들의 고통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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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김순영

    서강대학교에서 ‘신자유주의 시대 경제정책과 민주주의: 김대중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과 신용 불량자 문제를 중심으로’(2005)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서강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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