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기봉 등탑, 종교 가장한 정치선전물”
    By mywank
        2010년 12월 23일 07: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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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 등탑(성탄트리)에 7년 만에 다시 불이 들어온 지난 21일 오후, 행사장 주변에서는 점등 반대 시위가 열렸다. 이날 인근 민통선 마을교회의 이적 목사(54)는 신도·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남북 긴장 조장하는 점등행사 반대’라는 적힌 펼침막을 들고, 점등 반대의 뜻을 외쳤다.

    하지만 언론들의 외면 속에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는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23일자 <한겨레>에 실린 "애기봉 성탄 불빛은 꺼져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점등 트리로 말미암아 포탄이 날아올 경우 점등을 한 여의도 ㅅ교회 교인들은 살아남겠지만 그들 때문에 우리 교회 교인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며 "기쁜 성탄지절, 애기봉 트리 하나 때문에 우리 교회 교인들과 민통선 주민들은 지금 공포에 떨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97년 애기봉 등탑에서 불과 2.5Km 정도 떨어진 김포시 월곶면 용강리에 ‘민통선 평화교회’를 세우고 목회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80년대 잠시 전도사 생활을 그만두고 민주화 운동에 뛰어들었고, 이후 “분단지역 빈민들을 위한 일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휴전선과 가까운 서부전선 최전방인 이곳에 교회를 세웠다.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 반대 외친 목사

    애기봉 등탑 점등과 함께, 최근 인근 민통선 마을에는 그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한국군의 탱크가 배치돼 있고, 2개월 전부터는 교회 신도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인근 부대 장병들이 예배에 나오지 않는 등 남북 간에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은 이곳을 ‘공포 분위기’로 만들고 있다.

       
      ▲이적 목사 (사진=민통선평화교회) 

    이 목사는 23일 <레디앙>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기독교인으로서 종교적 의미의 성탄트리 점등식을 왜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애기봉에 설치된 성탄트리는 종교를 가장한 ‘정치선전물’”이라며 점등 반대 시위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점등행사 때보다 참석자들이 돌아간 뒤가 더욱 위험하다. 26일까지 애기봉 성탄트리를 켜놓겠다고 하는데, 이곳 주민들은 그 때까지 아무 일이 없기를 기원하고 있다. 주민들이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며 민통선 마을의 상황을 전했다.

    이 목사는 애기봉 등탑 점등을 추진했던 여의도 순복음교회 측에 대해 “예수님을 정권 안보의 선전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안보가 아니라, 이명박 장로, 즉 정권의 안보를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또 이명박 정부·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북한을 붕괴시켜 ‘흡수통일’을 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으로 “당장 정부가 대북 적대정책부터 포기해야 한다. 적대정책을 평화정책 혹은 대화정책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적 목사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 * *

    "예수님과 민족에 큰 죄"

    – 최근 정부의 협조 아래 여의도 순복음교회 측에서 7년 만에 애기봉 등탑 점등을 강행했는데, 지금 민통선 지역 주민들이 분위기는 어떤가?

    = "이곳 노인들은 그동안 이런 일들이 많았으니까 큰 반응은 없는데, 나머지 젊은 층에서는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 행사 때보다 행사가 끝나고 참석자들이 돌아간 뒤가 더욱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오는 26일까지 애기봉 성탄트리를 켜놓겠다고 하는데, 이곳 주민들은 그 때까지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기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기봉 성탄트리와 가까운 마을에는 그동안 모습을 볼 수 없었던 탱크(부대)까지 마을을 ‘점령’하고 있다. 2달 전부터는 이곳 군인들이 교회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공포분위기이다.”

    – 그동안 북한을 자극해 남북 간에 긴장을 조장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온 애기봉 등탑 점등에 기독교 신도들이 주도적으로 나선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 “이런 행동은 예수님이 말한 ‘평화’가 분명히 아니다. 예수님은 이 땅의 평화를 위해 오셨는데, 분쟁을 일으키는 행동을 기독교인이 할 수 행동으로 볼 수 있겠는가. 우리 민족의 안보가 아니라, 이명박 장로, 즉 정권의 안보를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성탄트리는 종교적 그리고 평화의 상징이지만, 애기봉에 설치된 성탄트리는 ‘분쟁의 상징’이다. 예수님을 정권 안보의 선전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 여의도 순복음교회 측이 예수님과 민족에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반기독교적 행동으로 이는 죄악이다.”

    애기봉 등탑은 ‘정치선전물’

    – 지난 21일 ‘남북 긴장 조장하는 점등행사 반대’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종교 행위로 볼 수도 있는데, 반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 “기독교인으로써 종교적 의미의 성탄트리 점등식을 왜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애기봉에 설치된 성탄트리는 종교를 가장한 ‘정치선전물’이어서 반대한 것이다. 즉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정권 안보 차원의 의미를 갖고 있어서이다.”

       
      ▲애기봉 등탑 점등식이 열린 지난 21일 이적 목사(오른쪽)와 교회 신도 및 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점등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민통선평화교회) 

    "무력공격 유도 위한 의도 있는 듯"

    -당시 주요 언론사에서 등탑 점등행사 외에 시위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는데, 최근 남북문제에 대한 언론보도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언론사 기자들과 도지사 등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애기봉 등탑 점등 반대 시위를 했다. 그런데 한 줄도 보도가 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는 따로 선정된, ‘프레스 완장’을 찬 기자들만 들어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기자들이 촬영이나 취재를 하지 않고 우리를 그냥 지나쳐 갔다.

    지금 남북문제와 관련해 언론 보도에서 가장 괘씸한 점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천안함, 연평도, 애기봉 사태 모두 평화협정으로 전환된다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언론에서 이 문제를 부각시키고 심층 취재를 한다면 거기에 대한 반응이 정치권에 있을 것이다.”

    – 현 정권은 햇볕정책을 포기하고, 북한의 몰락을 염두에 둔 대북강경 정책으로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한 마디 부탁한다.

    = “이 대통령이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통일세 이야기를 했다. 당시 대북 적대정책을 펴는 대통령이 어떻게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수 있을까 의아해 했다. 하지만 그동안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행동을 유추해보니 북한을 붕괴시켜 ‘흡수통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의 협조 아래 점등된 애기봉 성탄트리 역시 북한의 붕괴, 북한의 ‘무력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같다. 애기봉 성탄트리는 현 정권의 대북정책 기조를 잘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대북 적대정책 포기해야"

    – 지난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군사분계선에 설치된 모든 선전수단을 제거하기로 합의하기 전까지 이곳 주민들이 힘들어했던 점은 무엇이었나?

    = “당시 마을에는 대북방송을 위한 대형 확성기가 있었는데, 바람이 북쪽으로 불면 그나마 참을만 했지만 바람이 남쪽으로 불면 잠을 제대로 못자고 깜짝깜짝 놀랄 정도였다. 특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남북 양측이 떠들어대는 날이면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저 같은 경우 시끄러운 소리뿐만 아니라,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터무니없는 말을 듣는 게 견디기 어려웠다. 몇 년 동안 확성기 소리 없어 주민들의 마음이 정말 편안했는데, 애기봉 성탄트리가 다시 점등되고, 이제는 확성기까지 다시 설치될 것 같아 걱정이다.”

    그는 <한겨레> 기고문을 통해 "내가 민통선 마을에 처음 들어온 1997년 10월, 마을은 대남·대북 방송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마을은 늘 긴장 속에 파묻혀 있었다. 새벽녘에 귀를 찢을 듯한 대형 확성기 소리에 잠을 깬 적도 수를 헤아릴 수 없었고 서로의 비방전에 마을 주민들의 심신은 녹슬고 지쳐 있었다."라며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 종교인의 입장에서, 6.25 한국전쟁 이후 최악의 대결국면을 맞고 있는 남북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는 해법과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당장 대북 적대정책부터 포기해야 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적대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가. 북한하고 대화하지 않으려는 적대정책이 제일 문제이다.

    북한에서 연평도로 포가 날아온 것도 적대정책 때문에 날아온 것이다. 꼭 ‘햇볕정책’이라는 말을 안 써도 되니, 적대정책을 평화정책 혹은 대화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당장 적대정책을 대화정책으로 바꿔야"

    – 최근 기독교와 불교, 정권과 불교 사이의 갈등이 부각되는가 하면, 정권과 (일부)기독교 사이의 ‘밀월 관계’도 눈길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다양한 종교가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종교까지 긴장과 갈등의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며, 평화적 공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나?

    =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등 근본주의적 기독교 집단이 이명박 장로를 지지하고, 기득권을 누리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하지만 기독교 전체가 정권과 ‘밀월관계’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등 복음주의적 기독교 단체들은 지금 이명박 정권 ‘퇴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종교 간에 평화와 관용을 위해 우선 근본주의적 기독교 집단이 정권과 ‘유착’해 기득권을 독점하려는 의식부터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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