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 인수, '윗선'이 움직이나?
        2010년 12월 23일 06:4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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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재벌 시아주버니와 제수간 벌어지고 있는 진흙탕 싸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현대건설 채권단(주주협의회)이 다음 주 초 현대차그룹에게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부여할 것으로 언론은 일제히 보도하고 있다.

    왜 서두를까?

    온갖 의혹과 비리로 점철된 이번 현대건설 매각을 이토록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매각 관행상 이 정도의 문제와 파장을 일으킨다면 당연히 유찰이 선언되어야 한다. 그런데 채권단과 금융감독원은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슬그머니 현대차그룹에게 현대건설을 넘기려고 하고 있다.

    왜 현대건설 매각 및 인수건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걸까?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물론, 매각주체인 채권단, 그리고 감시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 모두 원칙과 절차를 무시하고 ‘잿밥’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채권단과 정부는 현대건설 매각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인 ‘공정성’과 ‘합리성’을 스스로 부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을 야기시킨 장본인들이다. 통상 6개월 이상 걸리는 매각 일정을 일방적으로 3개월로 줄이고 본 입찰 마감 이틀 후 우선협상 대상자를 발표하는 등 졸속매각을 자초하는 우를 범했다.

    또한 현대그룹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난 후에도 매각 과정에서 여러 차례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정부출연금융기관인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국회 정무위에서 출석하여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그룹의 인수자금 동원 적정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고, 금융감독원은 현대차그룹의 ‘매각과정 흔들기’를 방조하였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은 특혜 시비를 불러 올 것이 분명한 현대차그룹에게 우선협상 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려고 애쓰고 있다. 매각 초기부터 끊임없이 제기된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의혹이 다시 불거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비합리적 막무가내 인수전

    한편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2000년 현대건설의 부실 및 화의 돌입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매각과정에서 ‘막무가내식 힘겨루기’를 벌임으로써, 국민의 혈세로 다시 살아나 정상화의 길에 서 있는 현대건설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적정 인수가격이 약 3조 5천억원에 불과한데, 현대건설 인수가격을 5조원대 이상을 제시한 것 자체가 바로 ‘비합리적인’ 인수경쟁의 전형을 보여준다.

    또한 현대그룹의 경우 자신이 제출한 프랑스 나틱시스은행 1조 2천억원 대출확인서의 근거에 대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으로부터 1조 3천억원의 회수, 입찰규정 ‘이의제기 금지’규정 조차 어기면서까지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집착하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현대건설 인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현대그룹의 지배구조 불안정성을 덜어주기 위해서 채권단이 애써서 중재안을 내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과 공조를 취하고 있는 KCC가 자신의 현대상선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대그룹에게 화해의 ‘제스쳐’를 취하고 있는 등 그룹지배구조를 유지, 강화하기 위해서 ‘적과의 동침’조차 마다하지 않는 재벌체제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지난 몇 달간 벌어진 일련의 과정은 그룹지배구조의 유지와 친족에 대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 어떠한 불법과 탈법도 서슴치 않는 재벌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금융감독원 넘어선 ‘윗선’?

    또한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는 뒤로 한 채, 공적자금의 회수라는 명분을 내세워 론스타를 비롯한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연연해하고 있는 소위 ‘모피아’ 권력의 무소불위를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더욱이 채권단을 중심으로 한 주주협의회가 현대그룹과 맺은 양해각서(MOU)를 폐기하고 전체회의를 거쳐 다음 주 초에 현대차그룹에게 인수협상 대상자 지위를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며칠간 급진전되고 있는 이러한 상황은 이번 사태에 감시감독권을 지닌 금융감독원을 넘어서는 ‘윗선’의 의중이 깊숙이 관철되고 있다는 의문을 버릴 수 없도록 만든다.

    한편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매각에 대한 무책임 논란에서 노동조합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금회수에 급급한 채권단의 태도로 인해 지난 10년간 현대건설 이해당사자의 인내와 고통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던 현대건설 노동조합은 자신의 입장을 바꿔 채권단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이 자신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공개선언을 하였다.

    현대증권 노조는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로 인해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구조조정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더니, 현대차그룹의 인수에 대해서 명확한 반대입장을 제출하고 있지 않다. 금속노조 산하 현대차와 기아차지부 또한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반대한다고 초기에 입장을 제출한 이후 더 이상 구체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조합의 태도는 현대건설 매각인수건을 국민경제와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중심에 놓고 사고하기보다는 자신의 이해타산에 얼마나 유리한가에 따라 판단하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면 재검토돼야

    결론적으로 온갖 의혹과 비리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내외부 이해관계자의 도덕적 해이가 극한에까지 이른 현대건설 매각 및 인수건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먼저 채권단과 정부는 대주주의 수익극대화와 재벌지배구조의 논리에 빠져버린 현대건설 매각건에 대해 당장 유찰을 선언하고 매각 및 인수과정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또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민기업을 담보로 하여 그룹의 지배구조 유지와 아들에 대한 경영권승계 논리로 진흙탕싸움을 벌린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입찰 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고 차기 입찰과정에서도 제외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태를 초래한 당사자로서 채권단과 정부는 국민에게 공개 사과를 하고 온갖 의혹과 비리를 조장하고 있는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매각 관련 법안을 국민주를 활성화하는 방식과 공기업 민영화법을 준용하는 내용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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