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대우차도 불법파견 판결
By 나난
    2010년 12월 23일 02: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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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GM대우차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며, 전 데이비드 닉 라일리 사장에게 무죄 원심을 깨고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다. 지난 7월 대법원의 현대차 사내하청 판결 이후 계속된 법원의 불법파견 인정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완성차 공장 하청노동자 고용형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또다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불법 사내하청에 ‘쐐기’ 판례 굳어져

이번 판결은 현대차 경우와 같이 회사는 합법적 사내하청을 주장하고 있으나, 법원에서 이를 불법파견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해고 무효 소송에 대한 대법 판결이었기 때문에 ‘정규직 지위 간주’ 내용이 들어갔으나, 이번에는 ‘파견법 위반’ 여부만 따지는 소송이어서 벌금형만 선고된 것이다.

GM대우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법원이 이날 불법파견을 인정함에 따라 향후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진행해 정규직 지위를 인정 받겠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향후 현대차를 시작으로 제기된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지위 확인’을 위한 소송과 투쟁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법 항소심 제1형사부(재판장 허홍만 부장판사)는 23일 “GM대우차가 요구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 협력업체들의 기술이나 자본이 투입되지 않았고,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의 담당업무가 동일 작업을 반복하는 등 일의 완성이라는 측면보다는 근로자의 노동력 제공 자체에 있기 때문에 원심과는 달리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파견근로에 해당된다”며 회사 패소 판결을 내렸다. 

   
  ▲사진=이은영 기자 

법원은 이에 따라 전 GM대우차 닉 라일리 사장에게는 벌금 700만 원을, GM대우 협력업체 사장 4명에 대해서는 벌금 400만 원씩을, 2명에게는 300만 원씩을 선고하며 유죄를 인정했다.

지난 7월과 11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현대차 울산과 아산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해고무효 소송과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정규직 지위’를 인정받은 데 반해, 이번 창원지법의 GM대우차 판결은 불법파견 여부만을 가리는 것이었다. 

판결문, 불법파견 이유 조목조목 밝혀

하지만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창원지법이 모두 동일하게 완성차 제조라인의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있어, 이번 판결은 사법부의 일관된 판례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지법 항소심은 판결문을 통해 “(GM대우차는) 자동생산 라인이고, GM대우차에서 자재를 공급, 업무를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특성이 있다”며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GM대우 근로자들과 혼재해 근무했다는 점 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판결문은 이어 △GM대우에서 미리 작성해 배포한 표준작업서와 단위작업서 등에 따라 단순반복적 업무를 수행한 점 △생산방식이 변경되면 GM대우 소속 조장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교육 또는 지시를 한 점 △GM대우 정규 근로자의 결원발생 때 GM대우에서 투입부서와 기간, 공정 등을 정해 통보한 점 등을 비춰볼 때 협력업체들의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권한은 없었던 점 등을 인정하면서 파견근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협력업체가 인원배치 등을 자율적,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식사와 휴식, 작업 시간이 정규직과 동일한 것은 물론 협력업체는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휴일·연장 근무 등이 (정규직화) 동일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006년, 닉 라일리 전 사장을 2003년 12월 22일부터 2005년 1월 26일까지 GM대우차와 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 6곳으로부터 847명의 사내하청 근로자를 파견 받아 생산 공정에서 일하도록 한 혐의로 약식기소 했다. 당시 노동부는 GM대우차에 대해 불법파견을 판정하며,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하지만 닉 라일리 사장은 이의를 제기,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며, 지난해 2월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검찰이 항소를 제기해 이날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노동계 "환영하지만, 솜방망이"

노동계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행 파견노동자 보호 등에 관한 법이 불법파견 사용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는 것에 견줘볼 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이 23일 법원의 "GM대우차 불법파견 판결"과 관련해 "환영"의 입장을 밝히는 반면 "700만 원 벌금 선고"에 대한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사진=이은영 기자)

결국 벌금 700만 원으로 불법파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도록 함으로써 “사법부의 불법파견 근절과 정규직화 전환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700만 원을 아끼기 위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사용자는 없을 것”이라며 “불법파견 근절을 위한 보다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박점규 금속노조 단체교섭 국장은 “글로벌 기업이나 다름없는 국내 대기업의 대규모 불법파견 범죄조차 고작 700만 원 벌금 선고로 그친다면, 수조 원의 사내유보금을 보유하면서 불법파견 범죄를 저지르는 사용주에 대하여 어떻게 법치를 따르게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1심 재판부의 잘못된 무죄판결을 바로잡았고, 자동차 사용자의 불법파견 판결에 대해서 불법을 인정하고 처벌한 첫 번째 사례로 지난 7월 22일 대법원 판결 내용을 수용해 판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회사, 정규직 전화 노력 나서야"

따라서 그는 “현 GM대우차 아카몬 사장은 당장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교섭에 나와서 이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며 “이제 검찰과 법원은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했어야 할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비정규직으로 착취해 온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아카몬 GM대우차 사장 등 재벌들에 대해 구속 수사와 실형 등 엄정 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와 사법부는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 말하지만, 현실은 노동자에겐 쇠방망이를, 기업주엔 솜방망이 판결을 계속하고 있다”며 “다만, 이번 판결을 통해 GM자동차가 더 이상 몽니부리지 말고 즉각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수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700만 원의 벌금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불법파견만 확인해줬으면 하는 바람 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공장, 불법파견에 대응해 투쟁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공장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3일 현재, ‘해고자 정규직 복직’을 요구하며 GM대우차비정규직 지회장은 4일째 단식농성을, 2명의 조합원은 2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비정규직 투쟁이 극한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을 통해 상식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대법원의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불법파견, 근무기간 2년 이상 정규직 지위 확인” 판결 이후, 서울고등법원과 이날 창원지법이 잇따라 불법파견 판결을 내렸다. 지난 7월 대법원의 고법 파기 환송 판결은 오는 1월경 열릴 전망인 가운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제조업 불법파견’에 대한 사회적 비판의 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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