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지역 7개 버스노조 파업 15일째
    By 나난
        2010년 12월 22일 04: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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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김경민 현장기자

    “민주노조 사수하여 인간답게 살아보자.”

    민주노총 집회 현장이면 어김없이 나오던 ‘오래 된’ 구호가 이날도 터져나왔다. 22일 오후 2시 파업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린 전주 공설운동장 앞에 모인 800여 명 버스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된 구호 "민주노조 사수, 인간답게 살아보자"

    민주노조 운동이 20여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이런 요구는 여전히 구호 차원을 넘어선 현실적이고 절박한 요구일 수밖에 없는 게 이명박 정권 아래의 현실이다.

    지난 여름,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며 한국노총을 탈퇴해 민주노총에 가입한 전북지역 7개 버스사업장 노동자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지 22일로 15일째다.

    여전히 민중가요와 민주노총의 구호가 조금은 낯선 이들이지만 그들의 눈빛과 표정에서는 노조인정과 근로조건 개선 향한 바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박재순 민주노총 전북본부 조직국장은 “초기에는 파업이 3일 이상만 되면 대열이 깨진다고 했는데, 그동안 각자 버스 운행을 하며 접촉하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조합원들과 함께하며 동지애가 생긴 것 같다”며 “또한 회사가 교섭을 회피하는 등 노동조합을 거부하고 있어 조합원들의 분노 역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민주노총 주최로 개최된 결의대회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는 감지됐다. 버스노동자들은 회사를 향해, 전주시를 향해 부당함을 따지는 발언에는 목소리 높여 열띠게 호응하며 “노조인정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박 국장은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온 지 얼마 안 된데다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하고 파업에 들어가 걱정이 있었고, 아직은 조합원들 사이에 어색한 점도 있지만, 파업 분위기는 좋다”고 말했다.

    버스운행률 40% 수준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정의헌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수십 년의 어용노조 굴레를 벗어 던지고 민주노총 조합원이 돼 주신 것에 감사하다”며 “하지만 민주노총 깃발을 세우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 기대했겠지만 벌써 15일째 파업을 진행하며 노조를 인정받고, 인간답게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길인지 몸소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투쟁에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지역 7개 버스사업장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전주시와 전북도에서는 관용, 전세, 관광버스를 총동원해 대체수송을 벌이고 있으며, 버스운행은 4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노조 인정과 단체교섭을 촉구하고 있다.(사진=김경민 현장기자)

    전북지역 버스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이유는 장시간의 노동강도와 기본생활 유지조차 어려운 저임금의 근로조건도 하나의 이유로 작용했다. 기본 14~16시간의 근무에 140~160만 원의 저임금을 받아왔다. 

    김도환 공공운주노조준비위원장은 “말이 좋아 정규직이지 버스노동자들은 비정규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생활을 해 왔다”며 “시민의 편한 발이 되어야 하는 버스가 정작 버스노동자들의 건강권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버스노동자의 안정적 노동권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민의 안전 역시 담보할 수 없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한 투쟁이기에 이번 파업은 합법”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정규직"

    하지만 회사 측과 전주시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파업을 “불법”이라 규정하며 “선 운행-후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버스노동자들은 “해고 및 징계를 취소하고, 노동조합 탄압 중단과 노조 인정, 성실교섭을 약속한다면 지금이라도 업무에 복귀할 것”이라며 회사 측의 전향된 태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버스노동자들은 “민주노총 가입 이후 4개월여 동안 노조탄압 중단, 민주노조 인정, 최저임금 지급, 미지급한 통상임금 지급, 주 40시간 노동제 시행, 부당배차 중단 및 공정배차 실시, 사고발생비용 노동자 전가 중단 등을 요구해 왔다”며 “하지만 사측은 그동안 교섭 자리에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거나 성실한 자세로 임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민주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조합원에 대한 부당해고, 현장에서의 차별대우 등이 극심한 상황”이라며 “우리 버스노동자들은 7개 사업장 사장들과 공동으로 교섭을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사진=김경민 현장기자)

    전주시청까지 행진

    전북지역 7개 버스사업장의 민주노조 결성 이후 현재까지 17명의 조합원이 징계해고 당했으며, 이외에도 배차정지, 계약직 해고 등이 진행되고 있다.

    버스노동자들은 “소박한 버스노동자들의 요구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전북도청과 버스사업주들은 사퇴하라”며 “이제는 수십년의 노예생활을 청산한다”고 밝히며 △노사 간 정상적 관계정립 △부당해고 징계철회 △통상임금 100만 원 일방합의 무효 △최저임금 미지급분 전액 일시지급 등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날 결의대회에서 “전주시청”, “전북도청”이라 새긴 종이박스에 불을 붙이며 사태 해결에 미온적인 정부를 규탄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했으며, 전주시청까지 행진을 벌인 뒤 정리집회 후 이날 결의대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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