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는 대화, 이명박만 ‘전쟁불사?’
        2010년 12월 22일 03: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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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연평도 NLL부근에서 사격훈련을 재개했던 20일, “북한이 UN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 사찰단 복귀 허용과 함께 핵 연료봉 반출에 합의했다”는 외신보다가 나오면서 북미 양국이 대화국면으로 전환했음에도 이명박 정부만이 "전면전 불사" 운운하며 대북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 북 급변사태 염두 강공책만

    또한 21일에는 5박6일 간의 북한 방문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에 도착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세계를 향해 대화의지를 보였다”고 밝혔고, 20일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북한이 대응하지 않은 것도 “대화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등 양국 사이에 국면 전환을 위한 대화가 깊이 진행되고 있다는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미 국무부가 리처드슨 주지사의 방북을 ‘개인적 차원’으로 축소시키고 있지만 그가 들고 온 성과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등 핵 기술과 이것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경계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이 같은 제안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청와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을 격려하며 “전 국민의 안보의식을 강화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번 사격훈련에 대해서도 “분단국가에서 군사훈련은 당연하다”며 강경기조를 고수했다. 이 대통령은 "핵문제 해결 없이는 대화가 없다"면서 남북 사이의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대화를 통한 평화체제 모색, 국제사회의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하는 북한 핵 확산의 저지보다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강경대응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장기적 안목으로 대북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아닌 가능성이 희박한 흡수통일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문서에서는 현인택 통일부장관 등 외교분야 고위관계자들이 ‘북한 급변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나와 있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과 화폐개혁 실패 이후 체제불안정도 청와대 주변에서 흘러나왔다. 이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제안한 ‘통일세’도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정부 소외 가능성 높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대북정책은 오히려 더욱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천안함 사태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언급 이후 벌어졌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향후 북미간 대화가 급물살을 탈 경우 한반도 외교를 둘러싸고 당사자인 한국 정부가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박선원 전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은 2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리처드슨 주지사는 방북 성과에 만족해했고, IAEA 사찰단 복귀도 북한의 핵 활동 중단을 의미한다”며 “그 이면에는 미-북 평화체제 논의가 깔려 있는 것이고 미국도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 전 비서관은 “리처드슨은 클린턴, 카터와 달리 오바마의 측근”이라며 “북한은 리처드슨의 방북을 활용한 것이며, 앞으로 6자회담 형식을 밟기 위해 미 국무부 고위관계자가 동북아 순방을 하면서 리처드슨이 들고 온 내용을 공식화해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수현 진보신당 정책연구원도 “미 국무부가 신중한 입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북한이 농축우라늄 시설 등에 대한 제제를 받아들일 경우 미국이 솔깃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내년 1월에 미중 정상회담이 있으니 그때쯤 6자회담으로 나가는 스탠스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태도다. 박 전 비서관은 “이명박 정부는 6.15와 10.4합의를 전면 부정하고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남북관계 악화와 군사적 충돌, 전쟁위기 고조, 북한을 중국에 등 떠밀어주기, 제재효과를 높인다며 자기만족적 미국 뒷다리 잡기 외엔 한 게 없다”고 비판했다.

    햇볕정책 책임론 설득력 떨어져

    전임 정권의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이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을 명확한 방향도 없이 단순히 ‘반햇볕정책’으로 내몰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청와대와 한나라당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피격에 대해 “햇볕정책의 결과”로만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취임이후 햇볕정책이 사실상 폐기된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정부여당은 이번 포사격 훈련 당시 북한의 대응이 없었다는 것을 ‘강경대응의 성과’로 여기고 있으나 이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한은 당시 리처드슨 주지사와 일종의 협상에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보신당 강상구 대변인은 21일 논평에서 “북한이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것에 남한의 강경대응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이는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연구원은 “이번 포사격 훈련에 북한이 대응하지 않고 미국과 협상에 나선 것은 ‘미국하고는 대화하지만 한국은 무시하고 넘어가는’ 일종의 통미봉남으로 봐야 한다”며 “북한은 리처드슨의 영향력을 보고 대화를 시작했고 향후 북미대화는 조심스럽게 공식적 단계로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역할을 할 가능성도 높지만 남한과의 관계는 경색국면이 오래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연구원은 “현재 한국의 강경대응은 전혀 도움이 안되는 정책”이라며 “장기적 비전 없이 그때그때 근시안적으로 북한에 대응을 하고 있는데, 이미 남북한 정치적 신뢰는 붕괴되었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이에 따라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상황의 악화는 가능할지언정 개선은 난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을 협상 대상으로 인정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재의 강경대응 기조를 버리고 북한과 협상을 본격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수현 정책위원은 “한국 정부는 말로는 비핵화를 앞세우지만 진전도 없고, 오히려 북한 핵 능력만 증강시킨 상황으로, 이번 북한의 제안을 무시한다면 결국 북한에 대한 흡수통일에 기대 어떤 구체적 정책도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성장 연구원도 “무엇보다 북한을 협상의 상대로 인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북한과의 어떤 대화나 협의 없이 6자회담에 참여한다면 우리의 발언권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90년대 중반처럼 북미간 대화로 성과가 나면 우리는 단지 이에 맞춰 비용을 대는 정도의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외교적 자존심이 상처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붕괴만을 기다리는 정책에서 벗어나 북한과 대화를 통해 제반 문제 해결하려는 대화정책으로 전환하는게 중요하다”며 “중국관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중국의 위상을 인정하고 협의를 강화해 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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