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존심 싸움에 국민들만 죽어나”
    “강력대응 못하는 대통령 탄핵감”
    By mywank
        2010년 12월 20일 04: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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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2시 30분. 결국 연평도에서 해상 사격훈련을 실시됐다. 그 이전부터 국민들의 눈과 귀는 온통 연평도로 쏠렸다. 보통 사람들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에 분노해 강력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과 전쟁보다는 평화를 옹호하는 마음이 교차되고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명박 정권의 강공책을 비판하면서 대화를 통한 장기적 평화구조 정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이번 기회에 강도높은 대북 공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레디앙>은 사격 훈련이 실시되기 직전인 20일 오전 서울 남대문 시장과 그 주변을 찾았다. 남대문 시장에는 잠시 일손을 멈추고 휴대폰 디엠비(DMB) 등을 통해 연평도 사격훈련 관련 뉴스를 시청하거나 주변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상인들을 볼 수 있었다.  

    연평도 사격훈련, 시민들의 목소리는?

    남대문 시장 노점에서 양말, 스타킹 등을 팔던 엄민순 씨(53)와 김은지 씨(29) 모녀도 연평도 사격훈련과 관련된 열띤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엄 씨는 “도움을 받은 쪽이 도움을 준 쪽을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건 정말 말이 안 되지 않느냐. 앞으로 만만히 보지 못하도록 이번에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늘 연평도 사격훈련도 당연히 실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딸인 김 씨는 “그래도 전쟁이 나서는 안 된다. 같은 동포인데, 이 문제를 좋게 해결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에 휘둘려 남북이 싸우려는 것 같다. 사격훈련 대신 남북이 대화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상단 사진은 20일 서울역에서 연평도 사격훈련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 하단 사진은 이날 서울 남대문 시장의 풍경 (사진=손기영 기자) 

    부녀간에 대화에 끼어든, 인근 상점 ‘대진모자’의 김성수 사장(45)은 “우리 영해에서 정당한 훈련을 하는데 무엇이 문제이냐. 북한이 다시 사격훈련을 핑계 삼아 도발을 하면 강력히 대응하는 건 당연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번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시민들이 그냥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6.25 한국전쟁을 겪었다고 밝힌 장도완 씨(72)는 “연평도 사격훈련을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호박엿, 생강엿 등을 팔고 있던 그는 “(남한 영토가 북한에게) 일부 두들겨 맞더라도, 오늘 연평도 사격훈련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며 “북한의 공격에 강력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들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 대통령은 당장 탄핵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 외국인 관광객 감소 우려

    시장 노상에서 자리를 펴고 지갑을 팔던 박경정 씨(38)는 혼잣말로 “오늘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지갑은 팔아야 하는구나”라며  신세를 한탄했다. 그는 “군 당국의 연평도 사격훈련 결정을 잘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당장 경제적인 피해가 우려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남대문 시장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이런 사건 하나가 터지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어들게 된다”며 “결국 이번 사격훈련 때문에, 지난 연평도 포격과 같은 불상사가 생기게 되면 손님이 줄어 장사가 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꿀타래를 팔던 김현철 씨(27)도 “지금 아기 분유 값을 걱정해야 할 신세인데, 또 무슨 걱정거리를 늘릴 작정이냐”며 사격훈련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가게를 찾는 손님의 90% 이상이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다. 연평도에 북한의 포탄이 떨어지기 전까지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온 일본인 학생들이 이곳을 많이 찾았는데, 그 사건 이후로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남대분 시장에서 서울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역에서는 잠시 발길을 멈춰 텔레비전 앞에서 연평도 사격훈련 관련 뉴스를 지켜보거나, 삼삼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광수 씨(67·무직)는 “남북 간에 전면전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전면전이 그렇게 쉽게 발생되는 것이냐. 겁먹을 필요가 없다”며 “우리 영토를 지키고 북한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사격훈련을 하는 게 뭐가 문제이냐”고 말했다.

    발길 멈추고 텔레비전 앞에 모인 시민들

    4개월 전 육군에서 제대했다고 밝힌 대학 휴학생 윤병진(23)는 “지금 군에 있는 후임병들이 걱정되지만, 가만히만 있으면 연평도 포격과 같은 일이 계속 발생될 것”이라며 “오늘 사격훈련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지금 제가 현역으로 있더라도 이런 입장을 밝혔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원미 씨(20)도 “전쟁이 나지 않을 수준에서 오늘 사격훈련을 하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설마 이런 일을 가지고 남북한 간에 전쟁까지 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대합실에서 부산행 기차를 기다리던 주부 김 아무개 씨(56)는 “남북한의 ‘자존심 싸움’에 죽어나는 것은 국민들”이라며 “이번에 북한도 강도 높게 대응하겠다고 했는데, 전쟁이 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불안하고 두렵다. 오늘 사격훈련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옆에 있던 주부 진 아무개 씨(55)도 “물론 북한에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만, 오늘 사격훈련 때문에 전쟁이 날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또 북한이 더 강하게 공격한다니까 두렵다”며 “자식들이 있고 손주들이 크고 있는데, 전쟁이 나지 않길 바란다”고 사격훈련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30분에 시작된 군 당국의 연평도 사격훈련은 1시간 20분 만에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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