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격훈련, 내부정치용? 재미 못볼 것
        2010년 12월 20일 12:2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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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합동참모본부가 연평도에서 해상사격훈련에 나서기로 하면서 한반도 전역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이번 사격훈련에 대해 “2차, 3차의 예상할 수 없는 자위적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 공언했고,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은 전면전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을 정도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그 언제보다 높아졌다.

    이명박 강공책의 정치적 배경들

    이명박 정부는 연일 더욱 강력한 대응책을 선포하고 나서는 모잉새다. 햇볕정책을 공개적으로 부인했으며, 정부 차원에서 ‘북한 붕괴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국제 사회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충돌을 불사하면서 사격훈련을 실시하는 등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군사적 충돌을 불사한’ 대북 강공책의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난 연평도 포격 당시 대응 실패와 이명박 대통령의 확전 자제 언급 발언 소동 등으로 진보는 물론, 보수까지 정권의 안보무능에 비판적 시선을 갖게 된 것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을 주요 배경으로 이유로 꼽는다.

    김수현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은 “지난번 연평도 포격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보수층에도 광범위하다”며 “자기의 기반 자체를 흔드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부담이 느낀 듯하다”며 강공책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안보무능 자체를 이 기회를 통해 일소했으면 하는 적극적 생각으로 포사격 훈련 재개를 이야기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만약 중국이나 러시아 압력으로 물러서면 보수층이 가지고 있는 이 정권에 대한 본연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며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기대를 버린 것으로 보이고 북한 역시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저버린 상태에서 서로 강경대응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국내정치적 이유가 그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 8일 예산안이 한나라당의 주도로 강행 처리된 후 ‘형님-안방마님 예산’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높아지고, 야권의 대응 강도도 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 프레임으로 국면 전환을 노린다는 해석이다. 또 한나라당 당내 소장파들이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여권 내부가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레임덕 위기를 정면돌파 하려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명박 대통령 가장 큰 이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국내 정치용으로서 날치기 예산 정국을 돌파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고, 최규엽 새세상연구소장도 “국내 정치가 이명박 정권에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예산안 날치기 정국을 해소하고자 하는 정치적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정부 여당은 이번 연평도 사격훈련이 어느 한 쪽도 나쁘지 않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의 관심이 남북의 긴사적 위기로 온통 옮겨간 상황에서 형님 예산과 일본 천황 생일연 방문으로 비판받는 이상득 의원, 예산안 직권상정의 박희태 국회의장, 복지예산 축소로 뭇매를 맞고 있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 등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그들은 아마 화장실에서 아무도 모르게 웃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게 이득을 보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점에 의견이 모아진다. 촛불집회를 거쳐 지방선거에 이르기 까지 레임덕의 과정을 밟아온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부가 중심이 되는 안보정국이 정권 안정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최규엽 소장은 “이번 훈련은 철저히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민주노동당이 청와대가 아닌 미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부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같이 협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이나 지금은 이명박 대통령을 집중적으로 공격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연평도 사격훈련은 정권의 명운이 아닌 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요한 문제로, 북한의 대응에 따라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욱식 대표는 “북의 대응을 예상하긴 어렵지만, 북이 대응 타격을 공언하고 있고, 만약에 이것이 빈말로 끝나면 NLL을 인정하는 꼴이기에 공세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 대응 수준 가늠 쉽지 않아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 연평도 포격처럼 국내 영토에 직접 포격을 가하지 않고, NLL인근 해안에 해안포를 발사하는 수준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NLL 이남 지역까지 해안포-방사포를 쏴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수현 정책위원도 “북한이 아예 대응을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마 낮은 차원에서 NLL 부근 해상에 포를 쏠 것으로 보이고, 그러한 경우 상대적으로 한국의 대응 수위도 낮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달은 북한의 대응을 현 시점에서 정확하게 예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최규엽 소장은 “전쟁이라는 것이 우연적인 요소에서 시작되는 사례가 많다”며 “북한이 대응을 하면 남측이 전투기를 보내고, 그럼 다시 북한이 전투기를 보내면서 어디까지 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정책위원도 “연평도 혹은 서해5도에서 어떤 식으로든 군사적 대응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결국 이명박 정권의 대북 강경 발언과 대응 행동, 이에 따른 연평도 포사격 재개는 북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국내 정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나아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의 주도권을 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현 정권의 이 같은 의도가 실제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정치학 박사)는 “북한에 대한 딜레마가 있겠지만 그 딜레마를 잘 다루는 것이 정치인데 정부가 오히려 딜레마에 끌려가는 것 같다”며 “정부가 국내정치용으로 이번 훈련을 강행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게 얼마만큼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안보 이슈, 영향력 급격히 줄어

    박 대표는 “지난 번 지방선거 때부터 안보가 보수적 이슈에서 영향력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지방선거에서 접경지대인 강원도와 경기도 지역의 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고, 천안함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해도 수도권 중산층들에게 이것이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안보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집권세력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닐 것 같다”며 “정부 입장에서는 안보 이슈를 통해 내부 레임덕을 넘기고 삐걱거리는 당정 관계와 박근혜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잘 안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오히려 안보를 이용하는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 분명하다”며 “국민여론도 북한을 응징했으면 하는 것과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이중성이 있는 상황에서 사격훈련이란 선택에 대해 신뢰를 얻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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